2014.02.04 22:56
7번방의 비밀이 1천만이 넘었을 때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봐도 유승룡이 의리로 출연한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치뽕짝 신파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 해를 기준으로 폭발적으로 한국영화 관객이 신장세를 기록하더니만
비평가들한테 비평을 받았던 최근작 수상한 그녀가 400만이 넘었고 디즈니 겨울왕국은 디즈니랑 애니 통틀어서 최고 기록인 600만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한국영화 흥행을 점친다는게 점점 확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1천만 영화들은 어느정도 사회성 화제성을 불러 일으킨 작품들이 선점했는데
지금은 그저 순수한 오락영화도 큰 화제없이 큰 흥행을 하네요.
웹툰 원작도 줄줄이 망하다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김수현 프리미엄인지 원작 프리미엄인지 700만이 넘더니만
어벤져스가 몰아준 영향도 있지만 아이언맨3가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순위권에 들만큼 대박을 쳤죠. 보통 1편이 대박나고 2편, 3편
7번방과 은위 때만 해도 일시적인게 아닐까 싶었는데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의 히트를 보면 확실히 몇년 사이에 흐름이 일시적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석을 해보고 싶지만 딱히 좋은 아이디어는 나지 않네요.
왜 갑자기 영화흥행 판도가 바뀐걸까요?
한국영화의 성장세는 한국영화 제작의 질이 어느정도 올라간 감이 있지 않나 싶어요.
요즘 감독들이 정말 오락영화를 잘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하게 치고 빠질 줄 아는거 같아요.
편집도 시나리오도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서 눈쌀 지푸려지게 하는 장면은 거의 사라진거 같습니다.
끝에 감동 주는것도 신파로 몰리기는 하지만 사실 전세계는 물론 동아시아 통틀어서 신파는 한국영화의 전통이자 장점이죠.
잘만 터뜨려주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세계가 보장받는다고 할 수 있죠.
다만 과거에는 너무 뜬금없고 강박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볼만 합니다.
미국영화에는 질질 짜는 요소가 거의 없고 만들더라도 참 어색합니다. 일종의 종특 같다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드디어 저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 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로 나가면 2천만 영화 하나는 왠지 나올거 같습니다.
인구성장 추세가 20년인가 30년까지 피크라고 하고 어린애들은 안나오니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영화야겠죠.
그리고는 한국영화는 사실상 내리막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우리는 한국영화의 가장 마지막 피크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중에 손자들한테 옛날에는 한 영화를 1천만명이나 봤단다 하면서 추억을 쏟아낼지도 모르죠.
추가 - ㅋㅋ 양해를 구합니다. 원래 한국영화 흥행 추세만 다룰려다가 갑자기 세계영화 흐름까지 생각이 났지 뭡니까?
거의 다 쓰고 나니까 한국영화만 아니라 세계영화 흥행 정확하게는 헐리웃 영화의 전세계 흥행 기상도가 변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라서
또 몇자 적어 봅니다.
제목도 고치고 몇가지 생각난건만 말하자면
거지같은 속편 영화들의 대흥행 러쉬
일단 종래에는 어떤 영화던지 1편, 2편까지는 잘하면 비등 비등하게 흥행하더라도 대부분 3편에서 폭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3편이 전작을 능가하는 흥행을 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캐러비안 시리즈는 정말 날이 갈 수 록 재미가 없어지는거 물론이고 주인공 2명이나 빠졌는데도 초대박을 쳤습니다. 그래서 계속 시리즈가 더 나온답니다.
특히 충격 먹은건 트랜스포머 시리즈입니다. 어떻게 2편까지는 봐주겠는데 3편은 정말 망작중에 망작이고 본 사람들마다 욕했는데 이 역시 전편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대박을 쳤습니다.
1편 - $709,709,780
2편 - $836,303,693
3편 - $1,123,794,079
보시면 11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욕먹을때 잠깐 기죽었나 싶었던 마이클 베이가 자신감에 넘쳐서 언론에 계속 흰소리를 해대고 있죠.
저는 3편은 아무래도 본전만 겨우 뽑던가 한참 밑으로 떨어져서 마이클베이가 다음에 정신차리고 제대로 만들꺼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대박도 아닌 전편은 능가하는 초대박을 처버렸으니 스필버그도 베이가 하는대로 냅두겠다고 선언까지 했죠.
하기사 돈을 저렇게 많이 벌어다주는데 정신 차리는게 이상한겁니다.
헐리웃 영화도 이제 욕하면서 봐주는 막장 드라마 신세가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MIB도 정말 재미없는 3편이었는데 전세계 박스오피스 6억달러를 넘었더군요.
앞으로 어벤져스2,3랑 아바타2,3,4편도 보나마나 대박을 치겠죠.
트랜스포머4랑 캐리비언 해적5도 월드와이드 순위권을 차지할꺼 같습니다.
이런 변화가 뭐를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건 확실합니다.
2014.02.04 23:09
2014.02.04 23:12
미스터 고도 망했고 론 레인저도 망했습니다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습니..응?
2014.02.05 00:24
2014.02.04 23:27
2014.02.04 23:48
이 와중에 조선미녀삼총사가 개봉하는데.....
2014.02.04 23:52
미녀? 누가 미녀여? 라는 송새벽의 대사는 저주받은 예언으로 이어지고...
2014.02.04 23:57
불면증환자를 잠자게 만들었다는 그 유명한 힐링영화! 말씀이군요.
2014.02.04 23:56
트렌스포머 3편은 아무래도 3D로 만들어서, 전편보다 입장료 수익을 비싸게 받아 먹은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 까 싶어요.
트렌스포머 시리즈는 3편 모두 극장에서 봤는데, 케이블에서 재방송 해주는 것도 여러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누가 우리편 인지 구분을 못해요. 노란색 범블비만 유일하게 우리편인지 알아보겠는데, 나머지 로봇들이 때거지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울 때는 누가 누군지 도대체 모르겠음.
2014.02.05 00:13
간단하게 로봇에 뭔가 색깔이 알록달록 들어가있으면 우리편, 좀 시커멓고 무채색이다 싶으면 나쁜놈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4.02.04 23:57
공감해요. 저야 취향이 마이너인지라, 흥행예감이 늘 빗겨나지만 요즘 흥행영화들 보면 예전과 다른거 같아요.
제 생각에 요즘 영화판(더 정확히는 극장판;)이 예전과 다른 점은...
영화관객이라기 보다는 극장 이용자인 점.. 불황의 시대에 가까운 극장서 그냥 시간때우거나, 문화생활하는게 가장 싸니까 극장관객이 많이 늘어난것 같아요.
그리고, 인구 구성비도 영향있겠고, 예전엔 20대초반 특히 여성이 주 영화관객이었다면
요즘은 30대 관객이 많은것 같고, 특히 요즘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그 영화를 봐줘야 대박나는 식인듯 해요. 거기다 10대까지 끌어들일수있으면 초대박.
그래서 CJ가 수상한 그녀를 만든것 같기도??
2014.02.04 23:57
2014.02.05 01:31
시리즈물이 흥행이 더 잘되는건 평가나 입소문보다는 배급사, 개봉관 및 마케팅의 힘이 지배적이 된다고 해석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점점 더 돈놓고 돈먹기가 되는거죠.
대표적으로 마블.
2014.02.05 01:35
흥행 판도는 잘 모르지만 요즘 한국 영화들이 감상주의 완급조절을 잘해서 보는데 전보다 수월해지더군요.
2014.02.05 01:35
별로 갑자기 판세가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다. 1000만 영화가 다 좋은 영화였던 것도 아니고. 해운대도 천만영화인데요.
또 흥행과 평단의 평가와는 다른게 평단은 잘만든 영화에 점수가 후하지만 사람들은 재밌는 영화를 좋아하죠. 좀 어설퍼도 재밌는게 중요.
그리고 시기가 중요하구요. 수상한 그녀는 설특수를 제대로 받았죠. 설에 뭐라도 하나 봐야겠는데, 고만고만한 영화 중에 제일 볼만한 영화니까요.
웹툰 영화 흥행한지는 좀 됐죠. 은위가 초대박이 나서 그렇지, 그 전에도 이웃사람이나 26년, 이끼 같은 흥행작이 있었으니까요.
2014.02.05 01:39
2014.02.05 02:27
2014.02.05 12:45
2014.02.05 02:38
현재 한국영화 판도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영화제작 방식이 제대로 흥행하려면 천만은 가야된다 같은 걸 공식처럼 염두해두고 제작해서 일어나게 된 현상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봉준호 감독으로 이 사람이 역대 최다 관객수와 작품성을 쥐었다고 하다보니 이후로 관객들도 대부분 1000만 영화 = 대세이고 한 번쯤 봐야 하는 좋은 영화라고 착각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점에서 이전에 있었던, 소위 미국이나 유럽의 소규모 영화,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의 영향을 받아 단편소설처럼 담담하게 현실을 조명하는 영화들은 거의 현재 사장되어가는 추세고 현재도 그런 영화는 잘 만드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아쉽고 그만큼 장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가끔 더 테러 라이브나 파수꾼같은 예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체감경기에 영향을 받더라도 현재 관객수가 유동적이다면 티켓값의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제작비의 상한선도 잘 안 올라가게 되어 흥행에 위험한 리스크는 피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는 줄어들고,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스태프들이 영화를 만드는 아이디어나 운용방식에도 한계가 생겨 관객들도 한국영화의 지평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됩니다.
2014.02.05 10:10
흥미로운 분석이십니다. 확실히 장르의 폭이 넓어진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2014.02.05 14:08
한 번 봐야 될 것 같은 영화... 분위기에 보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 은위가 하도 재밌다고 재밌다고 주변 사람들(중학생)이 그래서 4천원이나 내고 IPTV로 봤다가 돈아까워서 스킵은 못하고 멍때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2014.02.05 17:41
가장 큰 이유는 영화 보는 관객 자체가 늘어났다는거 아닐까요?
관객수가 지난해 연 2억명을 넘었다고 해요. 인구수를 감안하면 관람횟수가 늘었단 얘기겠죠.
그렇다보니 자연히 1천만 관객 넘기가 예전보다 쉬운것 같습니다.
예전 천만 영화들의 경우 소문듣고 영화관에 갔다가 괜찮았던 경험 덕분에, 이후 (중년)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는 문화가 많이 학습된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여가문화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서 더 영화관람으로 집중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전 특별히 2013년 영화들이 더 흥행요소를 지녔다거나 그런건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영화 외화 모두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1.관객수나 수익이 영화의 가치와 완벽한 정비례는 아니라고 봅니다.
E.T가 세계를 휩쓸때의 세계인구나 세계 상영관 개수, 당시 물가나 영화외 경쟁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들과의 구도 등등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
2.영화를 보는 건 꼭 영화 자체의 가치와는 별개의 수단일 수도 있겠습니다.
타이타닉때를 잊지 못합니다. 타이타닉류의 영화가 싫었지만 주위 모든 사람들이 타이타닉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과 대화하고 "나는 별로더라" 말 한마디 섞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야겠다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