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23:05
죽은 후에 육체적인 존재도 시간 개념도 없으나 자기 자신에 관해 숙고하는 기억만 남아서 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집요하게 기억하며 끝없이 심판한다면 그게 지옥이 아닐까요.
오늘 읽은 필립 로스의 '울분'(문학동네)에 그 상황에 처한 인물이 화자로 나옵니다. 갓 스물에 한국전쟁(!)에서 죽은 인물인데 정말 바른생활맨입니다. 집 떠나 대학에서 맞닥뜨리는 몰이해의 환경 속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자신에게 정직할수록 일은 점점 꼬입니다. 이런 인물이 지옥에 갈 일이 뭐 있을까요. 아마도 과거 회상만이 존재하는 삶이란 죽음과 유사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길이가 짧은 편이라(240p정도) 분량의 부담도 없고,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른 필립 로스의 소설처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서민 출신의 부모 아래 성장 과정이 나오고 거기에 미국의 소도시 대학 사회의 보수성, 채플 교육 이런 내용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읽기 전엔 노년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아니네요. 가볍게 읽기 좋아 추천.
Lunagazer님 게시글 보고 '폭군이 되는 법' 봤습니다.
여섯 명의 독재자들을 '폭군이 되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면, 있는 걸로 치고, 거기 지침에 의하면 폭군 되려면 이러이러해야 하는데 이 인간 예를 들게, 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역시 북한 삼대 얘기가 반가울 일은 아닌데 반가왔고 보면서 새삼 우리민족은 눈물이 많구나 다시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가 '누구라도 폭군이 될 수 있다'인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누구라도 폭군을 원하게 되는 상황에 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게 되는 상황....음 무섭네요.
길이도 짧아서 부담 없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2021.07.23 00:04
2021.07.23 00:08
위에 소설은 겁 좀 나는 거 맞아요. 아래 다큐는 독재자들 얘기지만 발랄한 분위기입니다. 보기 괜찮아요.
2021.07.23 00:04
2021.07.23 00:21
폭군을 원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 누군가 강력한 지도자가 "저것들"을 일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할 때요. 하지만 너무도 쉽게 "저것들"이 "우리들"이 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로 깨달아 알고있지요. 모든 독재자는 끌려내려와야합니다. 좋은 독재자같은 건 트로피코같은 게임에나 존재하는 것이죠 ㅋ
2021.07.23 10:09
나보다 큰 힘에 의탁하고 싶고 그 패거리의 일원이 되면 편할 거라는 생각이 일상이 고달픈 사람에겐 큰 유혹이 될 수도 있어서. 전쟁이나 경제가 폭망하거나 빈부차가 극심해지거나...이런 위기들을 생각해 봤네요.
2021.07.23 10:25
"죽은 후에 육체적인 존재도 시간 개념도 없으나 자기 자신에 관해 숙고하는 기억만 남아서 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집요하게 기억하며 끝없이 심판한다면 그게 지옥이 아닐까요." <- 요거 미드 '루시퍼'에 나오는 지옥 개념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ㅋㅋ 자기 삶에 가장 후회되는 순간, 내지는 가장 끔찍했던 순간을 무한 반복 체험하는 게 그 드라마 속 지옥이거든요. 드라마 자체는 그냥 막장 로맨스 환타지 드라마인데 거기 설정이 이렇게 다른 작품으로 다르게 언급이 되니 뭔가 되게 철학적으로 들리는 게 신기하네요. 하하.
2021.07.23 11:08
이 상황은 화자가 몰핀 맞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뇌작용이 일어나는 건데(결국 죽음) 본인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지옥이 아닐까요'는 제 생각이고 나머지는 책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2008년 나온 책이라는데 드라마 작가가 힌트를 얻었을까요ㅎㅎ. 루시퍼 살짝 궁금하네요.
2021.07.23 20:41
안 궁금해하셔도 됩니다. ㅋㅋㅋ 워낙 가벼운 드라마이고 말씀드린 지옥 묘사도 정말 얄팍하게 지나가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영원히 반복되는 기억에 갇혀 버린 사람 이야기가 몇 개 있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ㅜ
2021.07.23 18:08
폭군을 연구하는 건 좋아하는데 그 밑으로 들어가는 싫어욧
2021.07.23 18:58
저도 너무너무너무 싫어욧 그들의 두꺼운 얼굴을 보는 것도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