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관련 글 보태기

2021.10.08 18:34

은밀한 생 조회 수:769


저도 그냥 한번 써보려구요.

 

오징어게임은 기생충과 비슷한 느낌을 줘요. 장르물의 공식에 충실하지만, 캐릭터가 얄팍합니다. 전형적이구요. 물론 기생충에선 캐릭터별 MSG가 들어가서 언뜻 보면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아뇨. 그건 마치 가난을 영화로만 배웠어요 하는 어떤 영화학도의 시선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기생충으로 그 인물에 대한 공감이나 고민 같은 건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집 구경하는 재미는 좀 있었죠. 한데 이게 해외 평론가나 해외 관람자들 눈에는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는 지점도 이해됩니다.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대변하는 인물이란 게, 그 나라 사정의 세부 요소를 모르는 이방인에겐 애초에 사회비판적 요소가 버무려져 있는 것 자체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는 거라고 봐요. 오징어게임도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정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전형적인 현실반영 캐릭터에 지쳐있지요. 한국 드라마는 늘 감동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우린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가 나오면 일단 피식하게 됩니다. 이젠 좀 저런 식으로 안 그려야 하지 않나? 왜 전처의 집에 저러고 쳐들어감?? 아니 엄마가 그리 불쌍하면 일을 해 경마 말고. 아 진짜 뭐 하냐아!!! 싶죠. 충분히 예상되는 반전에 할당된 서사도 코웃음이 날 뿐이구요. 우리는 우리나라 경찰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짜 현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오징어게임의 현실반영 에피소드와 캐릭터에 대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란 반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해외 평론가나 관람자들이 와 한국 현실 반영 제대로 했네 정말 이렇게 현실적인 데쓰게임 장르물은 처음이야. 개미들의 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그렸어. 하면서 감동을 받고 오징어게임이 특별한 드라마라고 여기는 것도 충분히 이해돼요.

 

그동안 우리가 봐온 소위 그 나라 현실반영 캐릭터가 있는 사회비판적 외국 영화에도 이런 지점이 있을 거 같거든요. 우린 너무 현실적이라며 이게 진짜라며 감동하는데 그 나라 현지인 중에 영화 좀 많이 본 사람들은 왠지 야야 그거 아냐 어휴 이거 우리나라 현실반영 아니야 진부해할 거 같단 말이지요..

 

오징어게임은 이 현실반영 부분에서 한국에선 실패했고 해외에선 성공한 거예요. 강점이자 약점인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시네필들과 자칭타칭 비평가들과 장르 오덕들은 오겜이 대체 왜... 이럴 거고 해외에선 정말 현실반영이 잘 된 드라마라고 회자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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