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7 17:31
데이트 비용에 대한 저의 궁금증이에요.
저는 올해 이십대 중반 여성입니다. 어제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들이 모이게 됐는데요.
모두 남자 친구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나중에는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각자의 연애 얘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만난 지 6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상황이라 그다지 구구절절한 에피소드들이 없는 편이어서 친구들 얘기를 듣는 쪽이었지요.
그러다 평소 데이트 비용 얘기 같은 무난한 주제가 나와서 저도 이야기에 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애의 경우,
보통 밥은 남자친구가 사고 커피나 디저트 같은 것은 제가 사는데,
제가 눈치껏 가끔 밥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데이트 비용 부담 면에서 완전히 반반까진 아니어도 굳이 비율로는 6:4 정도 될 것 같다라고 얘기를 했지요.
그리고 이십대 초반에는 남자친구에게 좀 얻어 먹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남자친구한테 얻어먹는 게 민망해서라도 일부러 반반 내려고 노력한다는 식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여댓명 되는 동창들 사이에서 반응이 일괄적으로
'니가 아무리 그렇게 하려고 해도 성의만 알아듣고 알아서 조절해야지 그 오빠가 참 배려가 없네' 하는 반응들인겁니다.
저는 졸지에 남자친구가 무진장 욕을 먿는 상황을 어쩌다 보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얘기의 요지인 즉슨,
저와 남자친구가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편입니다. (6살 차이)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 정도 나이차이면 왠만하면 남자들이 다 산다는 겁니다.
또 동창들 중 두 명이 말하길, 자기네들은 심지어 동갑내기와 연애중인데도, 어쩌다 날 잡아 한 번 사는 것이지
거의 대부분은 자기네들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이게 정말 충격이에요. 이런 커플이 정말 많나요?)
또 평소에 별로 어렵지 않게 선물이나 먹을 것 같은 것을 요구하는 편이라고 하고요. (애교와 사랑스러움으로!)
저는 학생이고 남자친구도 어쩌다 보니 아직 학생인데요.
저는 생활이 좀 많이 빠듯한 편이고 남자친구는 집안 환경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저보다는 훨씬 여유가 좋습니다.
그것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어요.
저는 그걸 알지만, 그냥 제가 떳떳하고 싶어서
매번 가능한 선에서 반반씩 부담하려고 노력했던 거고 여태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은 없어요.
남자친구도 제가 그렇게 하려고 하는 걸 고맙게 느끼구요.
근데 제 동창들은 계속 저보고 바보같다는 반응이었어요.
아무리 제가 반반 내자고 주장을 해도 그걸 덥썩 받아들이는 남자친구가 정말 철이 없다, 배려심이 없다라는 것이죠.
또 지금은 별로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제 태도가 별로 대접받을 용의가 없어보이는 자존감 없는 여자라고, 좀 여우같이 굴라고 하네요.
남자 친구 앞에서 쿨한 척 하지 말라고요.
사실 이쯤되면 자기네들도 신이 나서 말을 좀 막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말들이 계속 제 머릿속에 남아 있네요.
남자들도 처음엔 반반 부담하는 게 고마운 줄 알지만 나중엔 그게 당연한 줄 안다고요.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다 내더라도 여자가 잘하기만 하면 남자는 불만없을거라고요.
이 말에 모두가 끄덕였는데 ,저는 사실 아직도 그게 제일 궁금해서 이렇게 듀게에 글을 씁니다.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다 부담해도 여자만 잘하면 된다는 말에서 그 잘한다는 건 대체 뭘까요?
평소에 잘 챙겨주고 애교 많은 여자친구일까요?
명동 한복판에 다정하게 지나가는 커플들을 붙잡고 조사해보면 이런 경우가 일반적인 걸까요?
제가 어제 겪은 작은 집단이 유독 특이한 것인지 대체 어느 정도의 평균적인 반응인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제 동창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웃어 넘겨야 하는지
아니면 일정 부분이라도 앞으로 연애관에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 말은 저도 내심 친구들의 말을 듣고보니 제가 바보같이 구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제가 여전히 그런 말에 휘둘리는 찌질한 사람인거고요.
2014.02.07 17:44
2014.02.07 17:50
연봉비교 이야기는 재미있는 비유네요. 앞으로도 저는 제 판단대로 행동하겠지만, 어제는 다수의 의견과 너무나 다른 제 태도에 스스로 잠깐 의구심이 들었나봅니다.
2014.02.07 17:45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젖지 않은 연꽃같이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멋진 말이라 싸이월드에 올리는 것을 넘어서 이런 경우에 쓰면 좋을 듯 합니다. 본인께서 당당한 선택을 하시면 될 듯 합니다.
2014.02.07 17:51
가뜩이나 조금 흥분해서 글을 쓴 것 같아 민망했는데 거기다 법정스님 말씀을 전해주시니 제 인격 수양의 경지가 정말로 티끌처럼 느껴지네요ㅜ
2014.02.07 22:50
숫타니파타라는 초기 불교경전 이야기라네요.
이 말대로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심연님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바 대로 흔들리지 말고 가시라 응원드린 거에요.
2014.02.07 17:48
'남자들도 처음엔 반반 부담하는 게 고마운 줄 알지만 나중엔 그게 당연한 줄 안다고요.' 아니 근데,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데 반반 부담하는 게 고마운 게 아니라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한쪽이 벌이가 나으면 모를까 둘 다 학생인데 왜 남자가 더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2014.02.07 17:54
그 논리가 제 생각보다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저도 어제 처음 목격한 것이죠...;
2014.02.07 17:49
2014.02.07 18:02
그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어제는 친구들의 대화 방향이 마치, 많이 낸다=더 마음을 쓴다 처럼 흘러갔단 것이 제가 조금 불쾌했던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4.02.07 17:51
일단 저나 제 주변을 보면 남자가 일방적으로 또는 대부분을 부담하는 경우는 남자 직장인-여자 학생/취준생 외에는 없습니다.(반대로 여자 직장인-남자 취준생인 경우에도 여자가 90% 냈어요) 저는 학생 때 학생이랑 연애하면서는 5:5로 부담했고, 제가 먼저 취직하고 나서는 제가 10~20% 정도 더 부담했고요. 그 다음 연애는 둘다 직장인이고 또 비슷비슷하게 맞춰서 냈고요. 두분다 학생이시고 남자분이 확연히 여유가 있다면 그쪽이 조금 더 부담해주면 고마운 거고요. 사실 이 문제를 왜 남 눈치를 보시는지 모르겠는데, 제 기준에선 글쓴님 친구분들이 좀 이상해요. 서로 즐기는 연애 관계에서 왜 비용 부담을 안 하려는 거죠?
2014.02.07 17:57
어제 동창 모임의 조합이 마침 조금 이상했구나 하고 넘기면 될 것을, 침엽수님 말씀대로 사실은 제가 슬그머니 그들 기준에 맞춰 생각해보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였죠. 남들 눈치 안보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2014.02.07 18:05
2014.02.07 18:05
2014.02.07 18:21
2014.02.07 18:47
20대 중반이면 뭐 저런생각 할 만도 하죠. 한 쪽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고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걸 경험하고 나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비정상 적인 관계는 어떤방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으니까요.
아무튼 도덕적 당위를 떠나서, 저런식의 관계는 여자도 남자랑 '대등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도 결코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함니다. 뭐 연애관계야 케바케니까 그렇게 서로 합의를 보고 알콩달콩 잘 살면야 남이 뭐라고할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커플이 그 정도로 유의미하게 많았다면 이렇게 왈가왈부할 얘기거리가 될리도 없겠지요.
2014.02.07 18:49
세상을 거지 심보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나까지 거지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2014.02.07 19:20
친구들을 한심하게 여기실 건 없고, 그냥 님께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쓴님께서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높아서 그렇게 하시는 거라고 보입니다.
2014.02.07 19:52
2014.02.07 22:36
으아...결혼 비용 얘기는 진짜 뜨악스럽네요.
2014.02.07 20:17
대개 여성분들의 개별적 지출이 그들의 파트너 (파트너가 남성일 경우) 들보다 많지 않나요, 화장품이나 옷이나 다달이 지출해야 하는 여성용품이나. 더구나 남녀임금격차도 있고. 따라서 남성들이 그들의 여성파트너보다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만 이 부분도 커플들이 처한 상황이 다 달라 객관화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요. 그런데 남자가 무조건 내야 한다, 라면 그건 좀 어리둥절하네요. 남자들이 여자와 데이트에 환장한 무리도 아니고. 여자들도 남자가 사주는 밥-영화 따위를 당연지사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나 봅니다.
2014.02.07 20:38
2014.02.07 20:19
2014.02.07 20:26
남자도 자기가 쓴돈 체크하면서 아깝다 하는건 관계가 오래 못가듯
여자도 내가 받은거 체크하면 관계가 오래 못가죠.
마음가는데 지갑열리는건 남녀 마찬가질거예요.
2014.02.07 22:23
예전 만나던 분은 거의 데이트 비용을 100%로 다 냈는데(남자분이 거의 100% 다 지불) 처음엔 이게 좀 불편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차는 내가 사기도 하고 따로 선물도 준비했는데
그분이 제가 계산을 하는걸 싫어했고 자신이 능력이 되니깐 하는거라고 그런걱정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뭐 전 돈 안쓰니 지갑은 좋았을지 몰라도 이래도 되나 싶긴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그게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건 누구나 그래요 나중엔 밥만 사고 차는 안 사면 그게 서운하게 되는거죠
데이트 비용은 상황에 맞게 커플의 상황에 맞게 해결하는게 좋아요 이게 뭐 사랑의 척도 그런건 절대 아니고 그런것도 될 수 없잖아요
2014.02.07 22:31
누군가 돈을 쓸 때 사랑해서 아무런 조건없이 줄 수 있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랑- 돈 씀씀이를 연결시키는 건 철없는 사랑일 때 얘기고, 정말 길게 갈 생각이라면
비율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언젠가 사랑은 식고, 관계에서 돈 많이 쓰고, 쓸 사람이 위세 쓰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서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경제적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쪽이 좋습니다
친구분들보다 심연님이 훨씬 성숙한 사람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은 그냥 웃어 넘기시고
뚝심을 가지고 나아가세요
2014.02.08 09:23
이 주제는, 듀게에 들어올때마다 "이상하다, 내 주위엔 그런 사람없는데...난 안 이런데" 라고 리플달리던 주제 아닌가요.
본문글이 그런 측면에서 참 신선하네요. 남녀의 연애사는 케바케니 따로 드릴 말씀은 없지만 말이죠.
2014.02.09 14:50
심연님이 말씀하셨듯이 자신이 떳떳하고 또 그 부분에 불만이 없었다면, 그리고 남자친구분께서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동안 해 오셨데로 하는 것이 좋지않을까요?
그리고 보통 6,7 : 3,4 사이 부분에서 데이트 비용이 분담되는 것이 평균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창끼리 데이트 비용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연봉비교하는 것처럼 과장과 거짓이 섞여있을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