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스포일러)

2021.09.06 14:27

skelington 조회 수:525

어머니의 죽음으로 헤어진지 수년만에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진 어색한 부자상봉. 그의 어두운 삶에 한줄기 빛과 같던 아내의 상실은 아버지를 다시 어둠속으로, 그에 더해 아내를 다시 찾겠다는 헛된 욕망으로 가득하게 했던듯 했다. 강압적인 어버지의 손에서 벗어난 아들은 마침내 아버지의 음모와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되고 아버지와 아들은 신의 힘을 가진 거대한 존재와 함께 마침내 최후의 격돌을 펼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같습니다.



중반까지 전개와 액션은 훌륭합니다. 

아크로바틱을 하는 시무 리우에 맞춘듯한 초반 버스씬과 빌딩씬은 그간 헐리우드 배우의 어색한 움직임만 보다 쌓인 체증을 싹 풀어줍니다. 


자칭 어둠의 조직이라는 텐링즈는 전기충격기가 제식병기인, 의외로 따듯한 사람들입니다.

액시즈의 추락을 막던 네오지온군처럼 상황판단도 좋고 인간성이 충만합니다.


중반 이후 영화는 시침 뚝 떼고 환타지 세계로 워프하지만 양조위의 수만가지 감정을 가진 눈빛으로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납득시킵니다.

엄마, 아빠의 만남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양자경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모 캐릭터는 불필요해 보입니다.


샹치의 첫 시련이자 비밀의 존재일것 같았던 데스딜러는 몸놀림만큼이나 존재감도 깃털같습니다.


아콰피나는 관객과 환타지세상의 연결고리 역할은 제몫을 하지만 개그캐릭 역할은 중반이후 트레버에게 빼앗깁니다.

충분히 웃음이 넘치는 이 영화에 트레버의 존재는 마블의 유머에 대한 강박증의 증거입니다.


의외로 동생 캐릭터는 서사가 풍부합니다. 샹치와 어울려 아시아계 자녀들의 고충을 잘 표현합니다.


중반이후 웬우의 이야기에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면서 샹치에게는 관객이 따라갈 감정선이 사라져버려서 마지막 각성에 “왜?”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관객들에게는 종반에야 어머니의 죽음을 확정하지만 샹치에게 어머니는 이미 수년전에 죽었고 아버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사람입니다.

사람 홀리는 양조위의 망할 눈빛때문에 중반까지는 샹치의 기억을 의심하지만 이건 좀 기만적입니다. 

관객이 주인공을 한동안 안믿는 상황이 벌어진겁니다. 

안그래도 감정표현이 적은 무던한 경상도 아들같은 샹치에게 영화는 너무 편파적으로 클로즈업을 덜 줘서 후반에는 이 친구가 어떤 생각인지 기분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부자의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는 샹치에게 대사를 뭐라도 줬어야 했습니다.  반면 양조위는 몇초간의 얼굴 표정만으로 겐도의 10분짜리 독백을 해냅니다.


어찌되었건 샹치는 그간의 가문이나 운명에 짓눌린 동양인 주인공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유쾌한 아시안 캐릭터인것 같습니다.


EEAFB884-7-C6-E-47-AF-B261-CC6-CFB560425
산해경에 나오는 혼돈의 신, 제강

새는 포대처럼 생겨 있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가 달려 있다. 기이한 특징은 눈, 코, 귀, 입 등 얼굴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혼돈 속에 갇힌 어두운 상황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답답한 모습을 하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9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50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82
117167 바낭이 되지 않도록 - 이번 기회에 과거를 반성합니다 [3] 예상수 2021.09.20 623
117166 [영화바낭] 이번엔 일본산 방황 청춘극 '치와와'를 보았습니다 [4] 로이배티 2021.09.20 1068
117165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3] catgotmy 2021.09.20 347
117164 [SBS영화] 미나리 [3] underground 2021.09.20 531
117163 추석 나그네 [13] 어디로갈까 2021.09.20 672
117162 Jane Powell 1929-2021 R.I.P. [1] 조성용 2021.09.20 285
117161 추석엔 역시 스릴러, 호러죠. [4] thoma 2021.09.20 763
117160 어제 세시간 가량을 오징어에 투자 가끔영화 2021.09.20 629
117159 눈매교정 시간 지나면 부리부리 사라질까요? [4] 한동안익명 2021.09.20 4953
117158 정병러로 살아간다는 것 [4] 적당히살자 2021.09.20 688
117157 [영화바낭] 한국의 2008년 청춘 성장물 '열아홉'을 봤습니다 [3] 로이배티 2021.09.19 503
117156 병속 편지 [2] 가끔영화 2021.09.19 261
117155 MBC 검은태양 [1] 메피스토 2021.09.19 705
117154 젊은이의 양지 (1951) [6] catgotmy 2021.09.19 382
117153 오징어게임 5화까지 보고..스포유 [1] 라인하르트012 2021.09.19 883
117152 직장 떠나는 모습 가끔영화 2021.09.19 342
117151 [넷플릭스바낭] 별 정보 없이 그냥 스스로 낚여서 본 '러브 유 투 데스' 잡담 [6] 로이배티 2021.09.19 726
117150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밑에 스포일러 포함) [4] S.S.S. 2021.09.19 1129
117149 btv 무료 영화 - 나이트메어 시네마/미스테리 트레인 [3] daviddain 2021.09.18 405
117148 [레알바낭] 그냥 마구잡이 일상 잡담 [18] 로이배티 2021.09.18 7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