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출판업계는 사실 불법복제에서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책이 한번 출간되면 그 파일이 유출되지 않는 이상에야 텍스트 파일로 만드는건, 정말이지 번거로운 작업이었고, 설사 TXT 파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컴퓨터에서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눈도 아프고, 책의 특성이야 원래 소파에 파묻혀서 읽거나 가지고 다니며 자유롭게 짬날때마다 읽는게 최고 장점인데. 그렇다고 휴대폰이나 PMP 액정은 조그마해서 책 읽기도 힘들고.


 그런데, 전자책 리더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혹은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등의 타블렛이 등장하면서, 이 텍스트, PDF, 혹은 문서 파일등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그동안 PC 통신시절부터 갈무리해서 가지고 있던 각종 소설들을, 킨들로 옮겨서 읽는데, (조금 오버 보태서) 거의 자가 출판해서 읽는 느낌이다.. 정도의 쾌적함을 느꼈으니까요. 이 행위의 불법성 여부야 둘째치더라도, 이게 앞으로 출판업계가 맞서야할 공포라면, 거의 MP3 때문에 야기된 음반 업계의 고통과 맞먹겠다 싶더군요. 많은 분들이 E-Ink 기반의 전자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굳이 킨들이나 비스킷, 스토리 같은 제품이 아니더라도,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과같은 제품들도 있고, 여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야 넘쳐나고 앞으로 대세를 형성할 것 같다는 느낌은 듭니다.


 물론, "종이책이 가지고있는 유니크한 느낌"을 전자책이 따라 오지 못한다고, 전자책의 미래는 없다라고 말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뭐 음반업계도 10년전에야 그런 의견이 많았죠. 음반을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그 유니크함 때문에라도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뭐 현재상황이야 음반은 매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신나게 전락해가고 있는 시점이고, 음반을 매년 수십장씩 사던 저같은 사람들도 귀찮음(-_-)과 음반을 구입해봤자 어차피 쓸곳도 없는데 보관만 힘들다(-_-)는 현실때문에 도시락과 아이튠즈에 년간 무지막지한 돈을 바쳐가며 음원 구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뭐 많은 분들이 책에 가지고 있는 애착과는 별개로, 편리성 위주로 전개되게 되면, 전자책 시장이 확실히 어느정도의 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데는 아마 이견이 없겠죠. 사실상 책을 거의 전자책으로만 접할수도 있는 새로운 세대들이야 전자책에 대한 편견자체가 거의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음반이란걸 왜사는지 모른다는 요즘 어린 세대들처럼요. 


 어쨌거나 이러한 전제들을 깐다라고 하면, 현재 출판업계는 정말로 긴장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 사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건 미국정도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뭐랄까, 또 음악계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용자들이 "전자책은 공짜다"는 생각이 박히기 전에, 빨리 대응에 나서서 합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판매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또 너무 느릿느릿하게 군단 말이에요. 가뜩이나 지금 전자책에 돈을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 이북 리더기를 구매하는 사람들 조차 읽을 책이 없어서 불평이 쌓이고 있는 시점인데... 일단 뭐 DRM 정리조차 안되고 있는 시점이니.. 음반업계가 밟았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게 눈에 보여서, 더 안타까워요. 음반업계가 경험했고, 영화가 경험했으며, 이제는 출판의 차례인것 같은데.. 음반업계는 거의 초토화에 가까운 경험을 했고, 영화야 극장이 있었으니 괜찮았지만, 그래도 2차 판권의 붕괴는 꽤나 쓰라렸었죠. 


 지금 출판업계가 전자책 시대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아예 이쪽 시장은 돈이 안된다고 아예 고려 조차를 안하고 있는건지도요. 당장은 손해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시점이 늦건 이르건 대세는 이쪽으로 흐를 것 같은데. 


 뭐, 이건 한글로는 읽을 책을 찾을래야 찾을수도 없는 자의 불평이었고.. 내년에 나오는 교보문고 전자책 리더기나 기대해 봐야죠. 교보문고도 책의 종류로는 정말 안습에 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나마 나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살만한 컨텐츠가 너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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