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7 15:30
피날레 좋네요.
하지만 시즌 6 전체 완성도는 시즌3보다 나은 정도. 일종의 페이크 메인 빌런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즌6에 미래의 루시퍼 딸로 등장하는 로리 캐릭터가 저는 좀 별로였어요. 샬롯, 마이클, 카인 등등 각 시즌 메인 빌런 중 가장 아쉬웠습니다. 장난스럽기보다 심술궂어 보이고, 애초에 루시퍼를 원망하는 이유가 잘 납득이 안됩니다. 자라는 동안 좋은 엄마에 가족과 다름없는 다른 인물들도 주변에 있었을텐데 '아빠'란 존재가 비었다는 게 뭐 심각한 결핍이라고 크리스마스 운운하며 징징대는지; 지옥에 갇힌 음반제작자 지미 반스가 더 이해될 정도였죠. 루시퍼를 지옥으로 되돌려보낼 강력한 동기와 더불어 '아빠'에게 방치됐다는 공통 트라우마를 줘서 루시퍼와 나름 수미쌍관 격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데 캐릭터 묘사도 날림이었고, 그걸 상쇄할 정도로 루시퍼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네요, 저에겐.
루시퍼는 얼렁뚱땅 지옥으로 귀환합니다. 시즌 태반을 할애했음에도 존재의 이유과 소명을 찾는 아메다니엘의 여정에 비해 좀 급작스런 느낌이어서요. 아메다니엘은 신에 등극하고나서도 지상에 있는 자기 자식보러 왔다갔다 하는 모양인데 왜 루시퍼의 지옥행은 편도인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라면 로리가 루시퍼를 원망할만도 하고요.
클로이란 캐릭터가 좀 재밌어졌던 건, 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본인을 회의하는 부분에서였어요. 자유의지로 루시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신의 설계가 아닌가 하면서 방황하는 거요. 시즌 내내 무결에 가까운 캐릭터라 이번 시즌에서는 천상 아이템이 주는 힘에 심취해 휘둘리는 게 볼거리가 됐을 뻔 했으나 다소 싱겁게 무마되네요. 그래도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 커플에 심드렁한 편임에도 파트너란 말이 참 애틋하게 와 닿는 것이 루시퍼를 내내 보아왔던 사람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찡함이 있더라고요. 아주 살짝 눈물 찔끔. 마치 미디엄(고스트 앤 크라임) 피날레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가장 좋아한 캐릭터가 누구인가요?
한 사람만 꼽긴 어렵고 저는 댄과 엘라, 메이즈를 고르겠습니다. 일단 댄. 되게 뛰어나진 않지만 적당히 능력있고, 선량하고, 그만큼 바보짓도 잘 하고. 쓰임새가 많죠. 이번에도 결정적인 고리 역할을 하고요. 시즌6에서 가장 전개가 좋았던 캐릭터였습니다. 천상에서 샬롯과 재회한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단 한 컷을 위해 출연해주시다니 트리샤 헬퍼에게 감사를. 엘라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재미있는 개그씬도 하나 있었고요. 관계맺기에 서툰 메이즈는 '쟤 아직도 저러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염증이 살짝 있었으나 이브 덕을 많이 봤어요. 이브는 은근 슬쩍 레귤러가 되더니 극적으로 가장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캐릭터까지 견인하네요. 메이즈-이브 커플이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이제 안녕!
2021.09.17 17:55
2021.09.17 18:53
으악, 로리. 반인반천사들은 동안이어서 느리게 늙는다고는 하는데 그만큼 정신적 성장도 지체되는 것인지. 하는 짓은 사춘기 틴에이저. (니가 뭔데 갑툭튀해서 우리 트릭시를 범생이니 뭐니 까냐고. 칫, 미운털.) 딱히 로리만이 아니더라도 천상계 인물들이 다 유치, 찌질하긴 했지만 로리는 거기에 더해 다른 빌런들이 보여주었던 교활함이나 파워 등등의 임팩트도 전혀 없었죠. 농담들도 하나같이 재미없음. 솔직히 루시퍼 딸이 아니길 바랬어요. 그간의 메인 빌런 중에는 샬롯이 가장 좋았습니다. 트리샤 헬퍼에 대한 빠심도 더해져서요. 배우 매력이 크고, 연기력도 준수하고, 설정도 재밌었고, 이어지는 댄과의 케미도 좋았죠. 댄은 여느 주요 캐릭터들보다 가장 노말해서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시리즈가 너무 붕붕 떴을 것 같아요.
2021.09.18 01:20
로리 캐릭터를 보면 정말 그냥 트릭시를 좀 더 잘쓰면 안됐었나 싶지만, 트릭시 배우가 좀 잘나가서 바쁜 모양이더라고요 ㅎㅎ
루시퍼가 지옥에서 못올라온 게 아니라 딸이 부탁한대로 타임루프를 유지하기 위해 안올라온 것이지요. 하지만 딸 몰래 한번씩 올라와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최소한 멀리서 지켜보지는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 인터뷰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나보던데, 수많은 몽타주 중에 살짝 한 장면 넣어줬으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타임루프를 유지해야만 루시퍼가 자신의 목적을 깨닫는다는 스토리는 솔직히 조금 억지예요.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죠. 로리가 결국 나의 아픈 과거까지 받아들이고 지금의 나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건 의미는 좋지만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 같고요. 그걸 위해 수십년간 클로이, 로리, 다른 모든 친구들과 떨어져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큰 희생이잖아요. 그런데 결국 죽은 후에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애초에 영원한 사후세계라는 것이 보장된 상황이라면 수십년의 희생이 생각보다 별게 아니구나 싶어지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엔딩이라고 생각한 거지만, 단점도 있어요. 시리즈 내내 계속되는 자유의지 vs 정해진 운명이라는 테마가 붕 뜬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클로이도 주어진 운명대로 루시퍼와 사랑에 빠진거고, 루시퍼는 결국 아버지의 아주 긴 계획에 맞게 결국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주어진 일을 하는 거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역시 엘라. 엘라가 너무 늦게 비밀을 아는 바람에 아쉬워요.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을 텐데.. 하지만 로이배티님 말씀대로 가장 인상적인 건 결국 댄이겠죠. 특히 지난 시즌의 Because you fucking shot me Daniel!은 생각만해도 웃음이 ㅎㅎ
2021.09.18 02:03
맞아요. 댄도 없고, 트릭시와 루시퍼의 관계를 좀더 발전시키면서 나올 수 있는 얘기들이 있었을텐데요.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사랑하는 여자의 딸에 대한 루시퍼의 무심함은 어찌 보면 놀라울 지경인데 이런저런 사정상 둘의 관계 묘사는 스킵됐나 봅니다. 많이 아쉽다. ㅜ
시즌 초반 린다나 클로이가 각자의 일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죠. 아메다니엘 역시 경찰 일에 매진하려 하고, 메저킨은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일에서 적성과 보람을 찾았고요. 천사가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거나 거꾸로 가게하는 것만이 자기실현은 아니죠. 거기에는 비전이나 목표라는 게 없으니까요. 시리즈 초반 본인 업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과 루시퍼를 대비시키면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어서 엥? 스러웠죠. 루시퍼의 깨달음과 관련해서는 지미 반스 에피가 좀 뻔하긴 해도 참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루시퍼 구역에서 클로이와 파트너가 되어 지옥을 누비는 그림도 재밌었고요.
타임루프를 유지하겠다고 끝까지 모든 사실을 딸에게 함구한 클로이도 대단합니다. 그 세월 동안 아이는 안으로 화를 키우고 있었을 텐데("아빠는 우리를 버렸어!") 뭔가 좀 괴상해요. 로리가 루시퍼를 처음 만나자마자 하는 행동을 보면 함구 정도가 아니라 뭔가 나쁜 사람이라는 상을 심어줬나 싶기고 하고. 그 정도는 아니었을 건데 아, 그냥 쟤가 성격이 좀 그렇구나란 생각밖에 안 드는;;;
현재 인기투표 1위, 댄이로군요. 아닌가. 엘라랑 공동 1위인가요?
캐릭터로서는 매저킨 쪽이 좀더 재밌는데 친구로서는 엘라가 좋습니다. ㅎㅎ
문득 메저킨과 이브 커플 스핀오프가 나와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로리 캐릭터는 걍 망한 캐릭터였죠. 전 루시퍼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잘도 끝까지;) 그나마 샬럿은 좀 상황이 재밌기라도 해서 나았던 것 같고. 암튼 로리는 정말 망캐였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전 거의 막판까지도 '이러다가 사실은 루시퍼 딸이 아니라고 막판에 뒷통수 치면서 모두 죽이려고 들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말씀대로 아메나디엘이 오히려 더 바쁠 자리를 맡았는데도 자식 생일 다 챙기는데 반해 루시퍼는 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루시퍼니까요. ㅋㅋ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아메나디엘의 스토리는 시즌을 더 이어가려는 떡밥인가? 스핀오프? 싶었다가 그냥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매우 루시퍼스런 나이브한 언급 정도로 넘어가버려서 좀 웃었습니다.
말씀대로 끝장면이 좋았어요 주인공 커플은. 사실 제가 저번 시즌부터인가 루시퍼가 '디텍티~ㅂ' 이라고 안 부르고 그냥 '클로이'라고 이름 부르는 게 아쉬웠는데. 마지막 장면을 위한 큰그림이었나! 하고 아주 조금 감탄했죠. 작가들 생각보다 센스 있... ㅋㅋㅋㅋㅋ
말씀하신 세 캐릭터가 가장 재밌는 역할 많이 맡았던 사람들이죠. 루시퍼는 시리즈의 간판이고 충분히 매력적이긴 한데 (허접한) 메인 스토리를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지루하고 유치한 짓도 많이 해서 좀 별로이고. 그 외에도 천상계 캐릭터들은 다 별로 매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 셋 중에서 하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댄입니다. 사실 이 양반 1시즌의 빌런이었잖아요. 친구들에게 용서 받긴 커녕 감옥 들어가서 평생 썩었어야할 놈이 시즌 2에서 멀쩡하게 경찰 근무하며 착한 척까지 하는 걸 보고 되게 어이 없고 얄미웠는데, 계속 보다보니 어느샌가 정들어 버린 게 억울해서 댄을 꼽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