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원을 뽑으면서

2011.11.11 23:32

Weisserose 조회 수:2554

나이를 먹게 되니 이제 사람을 뽑는 권한을 어느 정도나마 행사하는 자리까지 올라가는군요.


요즘 새로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하고 경력직을 뽑는데 이제사 느끼는건 늘 선배들이 말하던 '이 바닥 얼마나 좁은지 알아?' 라는 말을 체득하게 됩니다.


한 두군데 두들겨 보면 어떤 인간인지 바로 답이 나오고 혹은 전임자가 제가 알던 사람이 불쑥 튀어나와서 윗 분들과 그 사람을 놓고 간식꺼리 삼을때도 있습니다. 


이번에 경력과 신입을 뽑으면서 느낀 몇 가지 경우들을 이야기 하려구요.


경력직이 왔습니다. 이력서가 왔는데 얼굴은 그렇게 삭아보이지 않는데 사진을 훑어보니 눈에 거슬리는게 있었습니다. 와이셔츠를 맨 윗 단추까지 잠그지 않은 채 넥타이를 맷더라구요. 


전 일이 정장을 안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아서 모르는데, 요즘에 유행인가 싶으면서도 인상이 안좋았습니다. 윗분들은 '되게 우직하게 일할것 같다'는 이유로 서류전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면접일인데 약속 시간을 늦어버리더군요. 가볍게.... 미안하단 전화는 했는지... 


그리고 왔는데 저는 사진과 너무도 다른.. (이력서엔 저보다 한 살 어리다고 나왔는데 외모는 제 형님뻘 되는 그 분을 보며 의아했습니다) 저도 흠찟 하고 보니까 째려보더군요. 


면접을 보러 들어갔는데 면접자 말이 더 많았습니다. 한참 지나니까 저도 한 번 보라고 하면서 윗 분이 부르시더군요. 그래서 인사 하고 단 둘이 잠시 있는데 저를 보더니 '몇 살이십니까?'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년생 *띠입니다. 라고 말하고 나니 좀 불쾌해지더군요. '뭐 이런 자식이 다있어'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경력 물어보니 여기 저기 회사 이름을 대더군요. 그래서 가만 듣는데 참 자기가 잘났다고 은근 광고를 해대더군요. 그래서 더 불쾌해있던 판에.. 꼬투리가 잡히길래 온건하게 발라버렸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우고 나니 윗 분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더군요... 말이 너무 많고 깊이도 없다는 이유죠.


연후에 다시 취업 사이트에 공고를 냈습니다. 대졸 신입 사원 모집으로 해서 올리니까 한 세 명 정도가 왔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빈 회의실에 '면접자 대기실 **주식회사'라고 적어놓고


화이트 보드에 '2차 전형 과목'이라고 적어놨습니다. 그리고 저는 혹시라도 의견 물을까 싶어서 다른건 할게 없으니까 방문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공지한 시간은 오후 4시. 이 시간안에 오면 이 회사 다닐 의사가 있다는 걸로 파악하려고 했죠. 그런데 1차 합격자 모두 정시까지 다 온겁니다. 오면서 본건 한 명은 2차 통지하자 경쟁자 수를 묻더군요. 사려가 깊은 건지.


4시 정각에 모두 도착해서 차근 차근 면접을 보고 간단한 실기 테스트를 하는것을 보고 저는 외근을 나갔습니다.


퇴근후에 외근 상황 보고도 할겸 2차 합격자 역량도 물어볼 겸 전화 드리니까 '다들 훌륭하다'라고 평가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저 대로 본 것들 보고드렸습니다. 


제가 전에 트위터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지원자 사진에서 넥타이를 와이셔츠 단추 안잠근거 보고 마음에 들고 말고를 정해버리는 걸 보면서 이제 나도 꼰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릴적 부터 아버지께서 사람 소지품을 보면 그 사람 인격이 보인다는 말을 꾸준히 듣고 자랐고 그게 질리도록 싫어서 치를 떨었는데 나도 그렇게 되버렸습니다. 


회사는 이미 내정해놓은 분위기군요. 그 중 하나는 제가 관리하게 됩니다. 어떤 친구가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멀쩡한 애 신세 조지는 나쁜 상사가 되지나 말았으면 싶습니다. 


오늘 그냥 쓸쓸하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2
224 [스포일러] 어제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간단 잡담 [9] 로이배티 2013.05.25 2222
223 [바낭] 감자별 3회 간단 잡담 [6] 로이배티 2013.09.30 2238
222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시간대별 상황 정리 [3] chobo 2011.02.22 2239
221 커트 보네거트, 100권 읽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 2, 권교정님 <셜록> (꺅!) [6] being 2011.01.28 2242
220 [바낭] 박재범 신곡 뮤직비디오 & SM 신인 그룹은 오늘 공중파 데뷔 [7] 로이배티 2011.12.29 2250
219 히로시마 산사태로 100명 가까이 사망 [2] 데메킨 2014.08.22 2255
218 아래 설문 중인 듀게인 구성비 현재 상황표 [9] 가끔영화 2010.07.30 2263
217 [기사] 한나라 “민주당이 전국 돌아다녀 구제역 확산” [10] 차차 2011.01.03 2266
216 메시가 신기록을 세웠네요. [20] 자본주의의돼지 2012.03.08 2270
215 (D-76 디아블로3는 생활) 디아블로3, 게임 전혀 모르셔도 됩니다. 정말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 하나 해볼께요. [14] chobo 2012.10.04 2277
214 최고로 어이없고 황당한 금년말일과 신년첫날을 보내게 생겼습니다 [4] 사과씨 2011.12.30 2278
213 어제 부터 비싼 냉면때문에 논란이 있지만 여름에는 냉면이지요. [3] beer inside 2012.07.12 2291
212 유재하 25주기 [11] 자본주의의돼지 2012.10.31 2293
211 나의 와우에 대한 기억. 추억인가 굴욕인가..... [13] 걍태공 2010.11.26 2308
210 어른스럽게 보이던 애 [4] 가끔영화 2011.07.06 2334
209 [최근 상영작 간단후기] 헤이트풀 8, 레버넌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샤이닝 [16] 프레데릭 2016.02.03 2347
208 (기사) 김성현 측, "박현준 거짓말하고 있다" [9] chobo 2012.03.15 2358
207 [무더위바낭] 아이폰 3Gs 너무 하네요 ㅠㅜ [10] kiwiphobic 2011.08.05 2369
206 2년 전, 청년 루저 쌍문동 한량즈 3인방의 진로발견 프로세스 양식. [9] Paul. 2011.11.03 2376
205 누구일까요 [4] 가끔영화 2010.08.08 23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