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장르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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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든 인디 영화 특 : 대체로 포스터 퀄이 좋습니다)



 - 두 남자, 형제가 사는 집에 택배 하나가 툭 떨어지며 시작합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캠코더용 비디오 테잎 하나가 들어 있네요. 그걸 틀었더니만 왠 여자가 튀어나와서 해맑은 미소로 '우리는 곧 승천할 거에요~ 우리는 행복합니다아~~' 이런 얘길 하죠. 그걸 본 형과 동생은 반응이 갈리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둘은 어려서 컬트(=사교집단)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어느샌가 '이건 좀 아닌가벼'라는 걸 느낀 형이 동생을 데리고 도망쳐 버린 거죠. 그런데 문제는... 거길 나온 후 둘의 삶이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 보려 하지만 늘 돈은 쪼들려서 이젠 자동차도 압류 당할 상황이구요. 둘 다 멀쩡하게 생겨갖곤 일생에 연애 한 번도 못 해봤대요. 그나마 이들 삶의 위안이란 게 '거기 계속 있었음 거세 당한 후에 청산가리 먹고 집단 자살이나 했을 거야' 라는 믿음이었는데 이 비디오 테잎으로 인해 그 믿음이 깨진 거죠. 다들 아직까지도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겁니다!!!

 결국 동생이 라면(!)을 끓이다가 이런 말을 해요. 그냥 거기 있었으면 최소한 제대로 된 음식이라도 먹었을 텐데. 난 거기에서 어떤 학대를 당한 기억도 없는데. 거긴 '컬트'가 아니라 '코뮨'이 아니었을까. 이제 다 컸으니 다시 한 번, 거기 방문이라도 해 보고 다시 판단하면 안 될까. 어차피 지금 삶보다 더 시궁창일 것 같지도 않아 형... 네. 그래서 둘이 거길 다시 방문하겠죠. 그리고 그곳에서 영화 제목에 적혀 있는 일을 겪게 되는 겁니다.

 과연 형제는 탈출하여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제목은 자체 스포일러일까요 아닐까요!!!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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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랄랄라 즐거운 여행길)



 - 며칠 전에 IPTV VOD를 장르 구분으로, 호러 항목을 1페이지부터 148페이지까지 훑으며 뭐 볼 게 없을까... 하고 뒤적뒤적거리며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리스트 만드는 데 두 시간이 걸려서 그 날은 영화를 아예 못 봤구요. ㅋㅋㅋ

 이 영화는 저 해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을 끌었죠. 아무리 눈길 끌고 싶었어도 대체 이게 무슨 센스냐...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가 낚였으니 잘 지었네요 제목. 원제는 심플하게 'The Endless'인데 이게 그냥 한글로 '엔드리스' 라고 적혀 있었음 관심 안 생겼을 것 같거든요. 하하;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재밌습니다. 극저예산의 상황에서 나름 여러가지로 머리를 굴려 효율적으로 잘 만든 장르물이에요.

 호러 좋아하시고, 특히 환상특급류의 괴담 스타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심지어 올레티비(의 제 요금제)에선 무료더라구요.

 전체적으로 내용은 막 과격하고 엄청 자극적이고 그런 거랑 거리가 멀어요. 고어씬 같은 것도 없고 대체로 순한 맛이었구요.

 암튼 그래서 혹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가급적 아래 내용도 안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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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집단... 이라기엔 지나치게 포스가 없다는 기분이 드신다면 정상입니다.)



 - 이 영화의 장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의외성과 개성입니다.


 뭔가 이야기가 예측대로 흘러가질 않아요. 러브크래프트 인용에다가 컬트가 등장한다! 하고 하면 그 컬트가 어떤 컬트이고 주인공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 대충 좌라락 떠오르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근데 그대로 안 가요. 살짝 비트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 컬트도 우리가 예상한 컬트가 아니고, 갸들이 주인공들에게 하는 일도 우리가 생각했던 그게 아니구요, 심지어 제목에 떡하니 적혀 있는 '타임루프'도 의외의 방식으로 등장하고 활용되죠.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서 '크툴루적 존재를 소환하려는 컬트의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들이 타임 루프 속에서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살 길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라는 얘깁니다.


 시각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초장부터 '우리 돈 없어요' 라는 느낌을 팍팍 주는 영화이니만큼 당연히 비슷한 처지의 다른 영화들과 비슷한 길을 갑니다. 뭔가의 '직전'까지만 보여주고 안 보여주기. 초현실적인 풍경은 그냥 소리만 틀어 놓고 배우들 리액션으로 때우기. 그림이나 설명으로 퉁치고 넘어가기 등등. 근데 그 와중에 그냥 카메라 트릭을 활용한 특수효과 장면들이 적지 않게 들어가요. 그래서 종종 마술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게 나름 (싼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면서 영화의 어두컴컴하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암튼 그래서 저 고색창연한 번역제목에도 불구하고 뭔가 '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별로 없어요. 제겐 이게 가장 큰 장점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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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아무 것도 아닌데 볼 땐 참 느낌 괴상한 줄다리기. 영화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데 괴상...)



 - 덧붙여서 스토리의 내용도 괜찮았습니다. 뭐 어디서 상 받을만한 각본은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할 건 다 잘 해줘요. 

 일단 형제의 관계 묘사가 괜찮아요. 기껏 컬트에서 끌어내 왔으나 이후로 별 보탬이 못 되어줘서 기 죽고 애가 타는 형, 그리고 그런 형을 사랑하지만 현생의 삶이 맘에 안 들어 다른 길을 찾고 싶어하는 동생. 이 둘의 심정이나 관계가 나름 설득력있게 보여지구요. 이 형제와 컬트 사람들간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잘 묘사가 됩니다. 그 컬트 사람들이 의외로 인간적이거든요. ㅋㅋ

 그리고 동생이 형에게 던지는 "어차피 우리가 그동안 살아 온 바깥에서의 삶도 비루하고 똑같은 일상 뺑뺑이 아니었음? 그렇담 여기서 루프 도는 것보다 나을 게 뭐임?" 이라는 질문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구석이 있게 제시가 되구요. 마지막에 형제가 내리는 결정들도 뭐... 살짝 가벼우나마 그 정도면 납득이 갈 정도였구요.


 다 보고 나서 찜찜한 구석도 없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는 결말도 좋았어요. 전엔 안 그랬는데 점점 뭔가 여지를 남기는 결말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별로더라구요.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좀 깔끔하게 해달라고!! 



 - 암튼 뭐 어차피 아무도 안 보실 영화이니 이만큼만 적고 마무리하겠습니다. ㅋ

 칭찬만 잔뜩 적어놨지만 이건 상대평가로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극저예산 호러 영화에다가 신인급 듣보(...) 감독이 만든, 저런 해괴망측한 제목으로 vod 리스트에서 관심을 구걸하고 있는 영화를 골라서 봤을 때 이만큼의 만족도를 얻을 확률은 정말 매우 대단히 극단적으로 낮을 걸요. ㅋㅋㅋ

 중간중간 저렴한 티도 나고, 이야기도 군데군데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그래요. 완벽한 영화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B급 영화를 보면서 '독특함'에 가산점을 후하게 주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거기 뭐 대단한 알맹이가 담겨 있지 않으면 어때요. 이 정도면 인디 B급 호러로서 보여줄 건 다 보여주는 수작으로 인정해줄만 해요.




 + 주인공 형제를 맡은 배우들은... 동시에 감독입니다. 둘이 감독하고 둘이 주연하고, 둘 중 하나가 각본을 썼네요. 예산 절약 갑... 

 혹시 다른 영화들은 없나 해서 검색해봤더니 일단 올레티비에만 두 편이 더 있구요. 그 중 하나는 이보다 더 저예산인데, 작년에 개봉한 최신작은 나름 앤서니 매키에 제이미 도넌도 나오고 특수효과도 팡팡 써서 만든 걸 보니 그 바닥에서 조금은 인정 받고 등업 중이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코로나 크리로 흥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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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극중 이름이 다 배우 겸 감독님들 본명이에요. ㅋㅋㅋㅋ)



 ++ 당연히 딱히 유명한 배우는 없어 보이는 가운데 그 중 가장 네임드 배우는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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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빨간 옷 입으신 분이요. 사실 전 라라랜드는 안 봤는데(...) '에일리언: 커버넌트'에도 나오셨던 분이더군요.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혼자 좀 튀십니다. 다들 참 친근한 인상이신데 혼자 대놓고 배우 비주얼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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