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청 꾸청 꾸청

2021.07.12 17:27

어디로갈까 조회 수:786

좀전에 파리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메일을 보냈는데, 안부 인사 뒤에 제가 중딩시절 천리안 영화 게시판에 쓴 걸 기억한다며 꾸청의 싯구를 적어놨더군요.   
'어둔 밤은 내게 검은 눈동자를 주었으나 나는 오히려 그것으로 세상의 빛을 찾는다'
<한 시대 사람> 중의 한구절인데, 아아 제가 꾸청을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 (어떻게 이럴 수가~)

제가 꾸청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서른일곱살에 난데없이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자살해버린 사연을 적은 소설 <잉얼>을 읽으면서였습니다. 광기의 언어란 게 뭔지 확실하게 알려주었죠. 그 후 그의 시들을 접했는데, 그의 시는 해와 달과 별과 바다가 있는 하나의 풍경이더군요. 생명의 불씨들과 오염되지 않은 바람과 그것들이 흔드는 깃발들과 삶에 대한 경건한 예의가 있었어요.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전 존재를 밀고나가는 작업이라는 하이데거의 주장이 맞다는 걸 꾸청의 고뇌와 꿈과 언어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느꼈는데,  그걸 천리안 시절 모 게시판에 쓰면서 난생처음 연서를 받아봤지 뭡니까.  ㅋㅎ

구름처럼 애매한 환상을 갖게 하고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하다가 안개로 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꾸청이 제게 남긴 인상이 그렇습니다.  <顾城别恋>라고 꾸청의 사랑과 이별을 영화한 작품이 있어요. 찾아보면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볼 수 있을 거에요. 

덧: 기억나는 그의 시 한구절
- 우린  매순간 새로운 사람이고
각자 양귀비꽃처럼  예쁘고 깨끗하다
자신을 믿지 마라
남도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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