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으로!

2021.07.08 06:17

어디로갈까 조회 수:671

사람들은 갈등의 과정을 통과할 때 '인간적'이라는 말을 히든카드로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분 간 동료와 새벽통화를 했는데 '인간적으로'란 수사를 몇 번이나 듣노라니 그 때문에 그의 주장이 오히려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인간적이라는 말만큼 한국에서 싑게 사용하고 수용되는 표현이 또 있을까요.  엄정하게 대립하다가 저 말을 듣노라면 아, 이 사람은 결과와 과정을 혼동하는 태도가 분명하게 박혀있는 거구나라는 판단이 슬며시 들곤 합니다. 대개는 결과가 인간적이려면 과정도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나 제 사랑 고흐가 창작한 과정을 두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잖아요, . 그건 압생트라는 술이 눈의 시신경에 미친 영향의 결과였으며, 흥분하여 자기 귀를 자를 정도로 핀이 다르게 박힌 사람의 심적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었지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금세 신파에 빠져들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잔혹한 상황을 대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그 세계를 나에게서 금하며 다른 세계라고 깔끔하게 무시해치우고 말죠. 여러 예술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예술이란 건 비인간적인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어느 무용수가 꼭두각시 인형의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우아가 생겨난다는 주장을 한 게 무용 안 해본 저에게도 이해되었습니다. 
꼭두각시 인형의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우아가 장착된다는 것. 인간적이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런 말들은 이해되지 않는 세계일 것입니다.  그렇게  예술 - 어느 경지를 넘어선다는 것- 은  그런 비인간적인 영역을 통과하고 나서나 가능합니다. 

어제, 성장통을 다 넘은, 그들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배우 두 분과  오랜만에 점심을 먹었 -다고 쓰지만 맥주를 마셨- 어요. .그들이  이룩한 성취만큼 거기에 이르기까지 거친 비정한 세계도 저는 세세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분과 시간을 보내노라니 나이 탓인지 명성 때문이지  나르시시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능력은 의심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마초적 기질에는 놀랐습니다.

한 분야에서 유명해지고 나면 그 다음에 주의할 것이 있죠. 대중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유명세의 부담인 건데요, 그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을 만큼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때를 살고 계시겠으나, 현재의 한국은 그런 사려 부족, 예술적 감수성에 버금갈 윤리적 감수성의 부족이 그들의 인생  발목을 단번에 잡아버릴 수 있는 사회잖아요.  
나이 많은 선배들의 이면을 대하며 놀라고 착잡하고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이 후배의 몫인가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58
116614 컴퓨터 카톡 아찔 [4] 가끔영화 2021.08.01 481
116613 올림픽뽕이 무섭네요 [4] 정해 2021.08.01 991
116612 여자 배구 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110] 로이배티 2021.07.31 1498
116611 홍준표가 왜 다음영화에 [4] 가끔영화 2021.07.31 491
116610 페미니즘에 대해 [8] catgotmy 2021.07.31 946
116609 GS 그손 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고문 [2] bubble 2021.07.31 986
116608 얼마 전 브라질에 내린 눈소식 [4] 예상수 2021.07.31 486
116607 [넷플릭스바낭] 천만 관객 영화! 국민 히트작!! '베테랑'을 이제사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1.07.31 650
116606 추파춥스 로고 만든 사람이 만든 영화+ 엔시블 님 쪽지 확인 바랍니다 [4] daviddain 2021.07.31 13926
116605 안산논란_박해받는 선민들 [22] 사팍 2021.07.31 1213
116604 [넷플릭스바낭] 쌩뚱맞게 바짝 달려 버린 일본 드라마 '카케구루이'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1.07.31 1072
116603 커피 이야기 [20] thoma 2021.07.31 736
116602 하늘이 내리는 게임 [6] Sonny 2021.07.30 583
116601 윤석열. 진영논리가 낳은 괴물. [2] ND 2021.07.30 806
116600 넋두리 4 (보스가 에어컨을 보냄) [22] 어디로갈까 2021.07.30 711
116599 안산 선수가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군요. [12] Lunagazer 2021.07.30 1138
116598 퇴원하면 극장가서 보고싶은 영화 [6] 예상수 2021.07.30 398
116597 최근의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국영상물에 대한 감상. [9] 나보코프 2021.07.30 576
116596 윤석열 국힘 입당 [8] 칼리토 2021.07.30 859
116595 광고 하나 [2] daviddain 2021.07.30 2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