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의 노예들!!

2021.10.04 20:05

Sonny 조회 수:922

누가 뭐라해도 현재 경연프로그램의 유행을 꽉 잡고 있는 건 씨제이 같습니다. 슈스케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명맥을 쇼미더머니와 스우파가 현재 훌륭하게 끌어가고 있죠. 다른 공중파나 예능채널에서도 대결을 통한 경연으로 화제성을 이끌어내기는 합니다만 역시나 충격의 강도와 자극성은 씨제이쪽이 제일이라(?) 느낍니다. 어쩌면 트로트 열풍에 질려버린 젊은 세대(...)들이 역으로 다른 열풍에 스스로 휩쓸리고 싶은 건지도 모르죠.

넉살이 그랬죠. 자기가 쇼미더머니에 참가자로 나갈 때만 해도 이제 이 솥의 구멍이 슬슬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누가 먼저 물말아서 누룽지를 긁어먹을 것인지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표현 참 ㅋㅋㅋ) 계속 대박이 터지면서 예상과 달리 쇼미더머니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요. 이제 고참 랩퍼에 속하는 던밀스마저 참가자로 출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활동 중인 기존 랩퍼조차 자존심을 굽히고 참가할만큼 쇼미더머니의 화력이 막강하다는 뜻이겠죠. 얼마전 사촌동생에게 스윙스의 쇼미더머니 참가를 비판했다고 했는데 제가 제일 애정하는 국힙판 캐릭터인 던밀스가 참가했다는 소식이 약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래 저 형(?)은 저렇게라도 좀 잘 되어야지 하는 기분. 산모씨는 그냥 찌그러졌으면 좋겠구요.

슈스케는 사그라들었는데 쇼미더머니는 잘 되는 이유가 뭔지 좀 생각해보게 됩니다. 쇼의 디테일로 따져보면 화제성 가득한 뉴비들의 등장과 그 쇼 출신의 가수들이 착실히 외부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 그렇고 또 힙합이란 장르의 영한 느낌에 비해 슈스케는 보다 대중적이고 락과 발라드에 장르적으로 편중된 만큼 사람들이 빨리 질려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슈스케는 시즌 5? 부터는 급격히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죠. 쇼미처럼 쇼 자체와 장르에 대한 열광적인 팬들의 수가 부족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역시 제일 결정적인 것은 쇼 자체의 컨셉이 주는 감흥에서 쇼미는 매번 새로움을 갱신할 수 있는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과시와 디스라는, 참가자들간의 세속적이고 공격적인 갈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쇼미더머니에는 아예 내가 최고라고 으스댈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어있고 억울하면 너가 더 쎄게 까라는 디스전이 배틀 무대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쇼미더머니의 팬들은 단순한 음악감상의 재미뿐 아니라 내면의 심술을 대리표출할 수 있는 자유와 권력을 체험하게 되는 거죠.

현재 진행중인 스우파 역시 그 틀은 그대로 가져갑니다. 자기팀을 제외한 다른 팀의 예상 순위를 직접 작성하게 하고 상대를 직접 디스하게 만드는 구성이나 댄스 배틀을 통해 승자와 패자, 탈락자를 구별짓는 경연의 형식은 쇼미의 자극적인 부분과 동일합니다. 특히나 직접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댄서들의 퍼포먼스는 랩퍼들의 것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 강력한 느낌마저 줍니다. 자기과시와 깔아뭉개기는 신체의 영역에서 더 파워업된 느낌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여자댄서들이 왜 서로 기싸움을 하면서 불편한 긴장을 저렇게 자아내야하는지 잘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좀 오글거리는 것도 있어서 클립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엠넷의 프로레슬링에 현혹된 우민들아!! 하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세고 특이해서 시선강탈에 저항할 힘이 없네요. 어쩌면 이런 게 한류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천박해보이되 가장 자극적인 대결을 프로페셔널리티의 경쟁으로 꾸며놓고 전국민의 머리채를 씨제이의 손에 쥐어주게 만드는...

@ 던 밀스의 노래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가 무조건 결승까지는 가주길 바랍니다...

@ 아이키 화이팅 (노제는 이미 얻을 거 다 얻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17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4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836
117616 [영화바낭] 꽤 잘 만든 듣보 스릴러, '아파트209'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1.11.03 683
117615 (영화잡담)퍼스트 카우, 청룡영화상 [4] 예상수 2021.11.03 388
117614 메타버스 회의론 [4] 예상수 2021.11.03 701
117613 그린 나이트 잡담 [4] daviddain 2021.11.03 485
117612 유튜브 조회수 가끔영화 2021.11.03 242
117611 1타3피(국힘 경선) [2] 왜냐하면 2021.11.03 424
117610 넷플릭스에 호텔 아르테미스가 올라왔어요. [4] woxn3 2021.11.03 711
117609 개코원숭이 실험 [3] 사팍 2021.11.03 396
117608 약을 하는 일부 예술가에 관한 잡담 (막내와의 카톡 16) [6] 어디로갈까 2021.11.03 683
117607 [국회방송 영화] 드림걸즈 [1] underground 2021.11.03 199
117606 (정치바낭) 대권주자들 중에 안철수가 정상으로 보입니다만 [8] 예상수 2021.11.02 781
117605 2022 여우주연상은 제시카 채스테인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경쟁하네요 [4] 가끔영화 2021.11.02 611
117604 데저트 하트 (1985) [2] catgotmy 2021.11.02 254
117603 넷플릭스에서 리듬섹션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2] woxn3 2021.11.02 434
117602 쌀 사니까 귀리를 100그램 줘서 [5] 가끔영화 2021.11.02 376
117601 [천기누설]돈줄 쥔 오세훈, 목줄 쥐려는 윤석열-홍준표 "폭망의 함정이 도사린다" (김종배 & 박지훈) 왜냐하면 2021.11.02 343
117600 [영화바낭] 컨셉 좋은 스릴러 영화 둘 봤습니다. '클로브히치 킬러', '플레지' [13] 로이배티 2021.11.02 693
117599 이지 스트리트 (1917), 요리사 (1918) catgotmy 2021.11.02 195
117598 아이의 자작곡 [4] 사팍 2021.11.02 289
117597 오랜만에 다시보는 인삼만화 [2] 사팍 2021.11.02 3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