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 15:02
기대하던 마이크 플래너건의 신작 어둠속의 미사를 봤습니다. 이틀동안에 몰아서 봤는데, 이제 이분 작품은 믿고 보게 된 것 같아요. 여주인공을 비롯해서 계속 낯익은 출연진을 플래너건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게 되니까 이제 막 아는 사람들같고 그러네요 :)
쇠락해가는 섬마을이 배경입니다. 여기 타지에 나갔다가 안좋은 일을 뒤로하고 돌아온 남주인공과 역시 마을 사람들과는 뭔가 잘 결이 안맞는 듯한 여주인공. 둘이 마음이 맞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마을에 잘생기고 젊고, 카리스마넘치는 젊은 신부님이 부임합니다. 이분이 오시고부터 뭔가 마을에 일이 막 잘 풀리는 것 같은 기운이 도는데,
그동안 마을에서 신부가 없는 동안 '교주(?)노릇을 하던 성당매니저님은 신부님의 영험함에 탄복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시리즈를 호러로 만드는 것은 이분이 팔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이크 플래니건이 하고 싶은 얘기는, 사랑, 시간, 그리고 슬픔에 관한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시간이 얼마나 짧으며, 삶은 얼마나 가혹한 우연으로 가득차있는가.
전작들 (힐하우스의 유령, 블라이저택..)에 비하면 호러파트는 전혀 무섭지않고, 스토리도 그렇게 타이트하단 느낌은 안드는데, 플래니건 특유의 그 훅 치고 밑에서부터 고이게하는 슬픔의 힘은 여기서도 상당한 것 같아요.
별점으로 치자면, 네개 만점에 셋반정도 주겠습니다 :)
P.S. 생각해보니까 스티븐 킹의 살렘스 롯과 비슷한 구석이 좀 있네요. 플래니건과 킹은 만나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얘기하면서 밤새울수 있을 것 같아요.
2021.09.27 15:36
2021.09.27 16:09
아 그렇네요. 수정하겠습니다. 막 뒤가 궁금하고 그런 얘기는 아닌데 - 보다보면 이게 파국에 이를 수 밖에 없게구나 하는 절망적 확신이 듭니다 - 마음에 오래 남는 얘기라고나 할까요.
2021.09.27 15:36
안 그래도 어제 넷플릭스가 훅. 하고 들이밀길래 이건 또 무슨 듣보... 하다가 플래니건 이름 보고 바로 재생해서 일단 1화까지 본 상태에요.
그동안 본 플래니건 시리즈들 중에서도 가장 느릿느릿하고 순한 맛 느낌이더라구요. 한 시간쯤 되는 데도 기억에 남을만한 호러 장면은 없다시피 하면서 그냥 막 슬플 것 같은 예감이. ㅋㅋ 그래도 다 보시고 호평을 해주시니 믿고 보면 되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21.09.27 16:13
로이배티님 리뷰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지요 :) 순한 맛 맞아요. 10년째 굴리던 얘기라고 하던데 굴리다가 둥굴둥굴해졌는지.. 그래도 저 성당매니저(?)님이 보여주시는 호러의 진수가 그래도 좀 볼만합니다. 저분 나올때마다 절로 움찔거리게 되던걸요. 어떤 상황에서도 굴러나오는 시의적절한 성경구절. 그분의 차분한 미소와 자비로운 눈빛이야말로 현실의 종교인들이 떠올라서 공포심이 절로 들더군요. 호러물을 비주얼적인 면에서 감당하시려고 하는 어떤 존재는 뭐 외양을 제외한다면 (외양도 사실 취향에 따라서는 쿨하게 볼수도 있음), 좀 덜 떨어지고 상황이 잘 파악안되는 먹고사니즘의 피조물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분은 진짜 무서웠어요.
2021.09.27 20:11
아 이거 제작소식을 듣고 기대하던 작품이었는데 나왔군요. 저도 달려야겠네요. 좋아하는 배우들이 여럿 나와서 신나요.
2021.09.28 04:00
좋아하실거에요 :) 특히 블라이에서 오웬(요리사)역을 하셨던 분이 주요인물중 하나로 나와서 반가웠죠. 이분 얼굴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해도 믿어주고싶어주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2021.09.27 20:13
호러 파트가 약한 건 사실인데(뭐, 000가 되는 게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니까), 광신도 장르로서 충분히 불쾌감과 공포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좀 더 밀어붙였으면 좋았을 텐데, 작품의 주제에 맞게 톤 조절하고 마무리한 듯 하고요.
2021.09.28 04:03
그렇죠. 그 존재는 사실 별로 취향이 까다로운 것도 아닌 것 같던데(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잘 조절해서 건강보조제(?) 역할로 우리 같이 잘살아보세..가 됐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21.09.27 20:52
2021.09.28 04:06
원래 깜짝깜짝 놀라게 하거나 고어쪽으로는 거리가 먼 감독님이었는데, 점차 산다는 것 자체의 슬픔과 공포쪽으로 옮겨가다보니 보기힘든 호러장면은 거의 없다시피한것 같아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근데 넷플릭스에 '어둠 속의 미사'로 되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