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을 감상함

2021.09.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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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시집을 뒤적이다가 소월의 시까지 읽게 됐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섬세하고 절실하게 우리 마음의 가락을 잡아낸 시들이더군요.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것 하나 간과하지 않고 환하게 드러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마치 거미줄 같은 마음의 가닥들이 햇빛을 받으며 수천의 빛으로 탱천하는 걸 보는 것 같았어요.

섬세한 것들은 참 깊고 아득합니다. 그리움이 없을 후일을 상상하는 건 그리움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망각이 작정한다고 이뤄지는 건가요. 잊으려는 노력은 기억되는 것만큼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망각은 그리움이 끝나야 자연스럽게 찾아오죠.  예전엔 소월의 시를 감상에 몰입된 애잔한 표현으로만 읽었어요. 이제는 그리움과 망각을 두 축으로 해서 우리 삶의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로 읽힙니다. 저도 정신이 좀 굵어졌나봐요.

- 먼 후일 /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때에 내말이 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밋기지 않아서 니젓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때에 니젓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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