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제 무언가가 그 패거리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저를 주도적으로 왕따를 시켰고, 다른 애들은 거기에 엮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저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했었습니다.

다행히 다음 해에 반이 바뀌었고, 그 패거리들은 다른 재미거리를 찾았는지 저를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증오하게 되는지 몸으로 기억하게된 계기였으니까요.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무서운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상당한 트라우마가 될수 있는 일이고,

어떻게든 해소하거나 풀어내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생활이나 앞으로의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학교가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지금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어쨋든 저는 그럭저럭 잘 풀어내었지만, 학교 폭력과 왕따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 때의 기억으로 연결이 됩니다.

아주 잊고 살려고 해도 그게 참 안되는 일이더라구요. 정말 애를 써서 그냥 흐릿하게 만드는 정도?

 

그런데,

저를 그렇게 만든 애들은 그걸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우연찮게, 제 친구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바로 저를 왕따 시켰던 패거리 중 한 사람이였던 것이지요.

저는 그 애를 본 순간, 플래시백이라고 해야될까, 그 때의 기억이 기억 깊숙한 곳에서부터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애는 저를 처음보는 사람처럼 생각하더군요. 그러고나서 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나서 교회로 들어 갔습니다.

 

어이가 없다고 해야될까요?

사람 마음에 그런 큰 못을 심어둔 사람은 그것을 기억조차 못하는데,

당한 사람은 평생 그 못을 안고 살아가야 된다니요.

 

송포유의 모티브는 아마도 영화와 소설등에서 많이 다뤄온 범죄자, 사회의 막장에 다다른 사람들도 알고보면 제각기 사정이 있는 것이고,

사회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줘야 된다. 그 계기를 음악과 춤등으로 열어 줄수 있다는 주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송포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

송포유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풀어나가면서 과도한 자기 반성도 모자랄 판국인데, 반성이 없는 갱생만이 존재한다니요.

밀양에서 유괴범이 하느님이 용서해줬기 때문에 자기는 평온하다고 말하는 것같이 어이없는 일입니다.

방송이 무슨 권력과 힘이 있기에 피해자들이 받지 못한 용서를 내릴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은 정말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그 송포유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다닌 것은 아니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자기들의 인생을 어둡게 만든 사람이 티비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희망과 갱생을 얘기하는 것을 봤을 때

느꼈음직한 정신적인 충격을 충분히 감안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에 애시당초 프로그램의 컨셉을 잘못 잡았던 것이지요. 다큐를 예능으로 쉽게쉽게 가려고 하니 문제가 없겠습니까.

PD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여러사람들이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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