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4 20:38
그런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만족의 형식은 사람마다 정해져 있어서 환경이 변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편이라고. 예를 들어 현 상황에 대해 70% 만족을 하는 사람은 어느 상황 속에서도 같은 수준의 만족을 한다는 것이죠. 이런 가정을 하게 되면, 이 만족의 형식만을 수정해서 삶을 편하게 살아볼까 하는 시도들도 생기고, 반대로는 어찌 되었든 매 번 비슷한 정서로 수렴 될 게 뻔하니 회의적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적당히 불만족이 있어야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개선하거나 변혁하는 동인을 얻을 수 있고, 그렇다고 또 너무 불만족이 많으면 계속 고통받으며 언제든 안정된 행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적당한 것이 좋다는 이도 저도 아닌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써보고 나니 만족보다는 불만족 %를 잡는게 더 직관적이단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간에, 과거의 저는 딱히 불만족 비중이 크지 않아 이런들 저런들 적당히 여생을 채워 나가다 사라지면 되는게 아닌가 하고 살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저런 불편함을 느끼니 불만족이 늘어나고 그와 함께 욕망도 서서히 커져가더군요. 현재로는 주차공간이 확보된 거주지를 원하게 되었는데,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은 무얼까 고려해보게 됩니다. 시지프스들의 행렬에 동참해서 이렇게 영원히 (행복 사이 사이) 고통받는 길로 나아가는 것인지.
한참동안 이슬람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실 현재 진행형이에요, [이슬람 민족주의]를 샀고,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와 [샤리아, 알라가 정한 길]을 빌려놨거든요. [나의 몫]으로 시작된 이슬람 여성진 이야기는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거쳐, [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까지 이어졌구요. 아랍의 봄이 2010년대 초에 일어났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10년이 된 아랍의 봄에 관련되선 다음 글이 가장 깔끔하더군요. ( '아랍의 봄' 10주년: 중동 민주화의 한계 )
한국에 살면서 해외로 이사를 간다거나 일하러 간다고 생각할 때, 거의 당연하게도 영어권을 선망하게 되는 것처럼 이슬람권 사람들은 먼저 같은 종교를 믿는 다양한 국가들을 셈하면서 이주를 생각하더군요. 아랍의 봄이 촉발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커지고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수가 늘어나 유럽 내의 민족주의 성향당이 강화되고 있다는걸 보면서 어떤 사건은 한 군데에 있지 않구나 싶었구요. 다른 무엇보다 (잘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알려져있지는 않는) 이슬람 세계의 가부장제가 너무나 적나라한 직유들을 담고 있어서 참으로 여러 생각들을 했습니다. 가부장제를 선호하는 한국 내의 목소리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외 매우 닮았다고 하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그리고 중국과 중동이 밀착되며, 중국의 감시사회 인프라를 중동으로 수출한다는 맥락을 확인 했을 때, 우리의 미래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삶의 모델들로 가득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UAE의 스마트 신도시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봄직 하지만, 그 스마트하다는 감각이 보통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감각의 도시가 되는게 아닐까 싶구요.
그리고 한참 동남아시이의 열 개 국가에 관심히 쏠려 있었어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그 국가군에 대해, 유럽보다 몇 배나 가까운 그 나라들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게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남아시아사]와 함께 [지리 대전]도 읽고, 인도네시아에 관련된 책도 몇 권 떠들러봤습니다.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이었구나 하면서, 아는게 정말 하나도 없구나 싶었어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고도 아시아에서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들인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민등록증에 종교를 무조건 기입해야 하고, 종교 선택의 의무가 있다는 것도 이제사 알게 되었죠. ( 피터 자이한의 신간 지정학 책에는 동남아시아를 다룬 장이 하나도 없다는걸 보며 역시 이 사람은, 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다루는 세계 중 개발도상국들이 불현듯 대부분 불어를 쓰는 국가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 동남아시아에 대한 개괄은 이 글이 좋더군요. 사이트도 소개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 유사한 역사를 경험한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왜 다양한 정치체제를 갖게 된 것일까? )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확진자 주간 평균이 계속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주변에 화재가 나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망연자실한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에 이어 한국도 최고치를 찍기 시작하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빨리 8월과 9월이 흘러 50대까지도 접종을 완료하고 40대 이하도 충실히 접종이 진행되었으면 싶어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백신들이 아마도 아시아권으로 투입될 것 같은데 빨리 빨리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되돌아와서 코로나 기간 적체되어 있는 책들을 조금씩 읽고 처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서점에서 사는 버릇이 없었다가 이렇게 읽는 것보다 더 많이 사들였으니, 이젠 사는 것보단 많이 읽어서 털어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국내가 아닌 해외 이야기를 찾아 읽는 것도 국내 이슈들에 지쳐서 그런 감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접근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 공간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잘 생각하면 소름끼치기도 합니다. 당신들을 그저 머물게 하기 위해 최적으로 디자인된 도구들...
시간을 꽤 썼으니 남은 시간은 읽는데 써야겠습니다. 참, [부지런한 사랑]을 읽으며 글쓰기 욕망을 어느 정도 채워냈다는 걸 적어둬야겠네요. 취향에 맞지 않는 이슬아 작가의 책들을 3전 4기하며 빌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2021.07.14 20:48
2021.07.15 09:28
[나의 몫]에서 진보적인 운동권 남편(?)과 그 무리, 보수적인 친가가 대비적으로 등장하는데 정말 힘든 일이 닥칠 때는 그렇게 척지던 친가에서 주인공을 보듬고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모습에서 말씀하신 양면성을 느끼게 되더군요. 정말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건 누구인가 싶고. 저도 최근 옛 중국에 관한 책을 보는데 이렇게 몰랐나 싶고요. 공감이 됩니다. 괜찮은 책이 있다면 귀뜸해 주세요.
2021.07.16 09:07
전 이철님의 '중국의 선택'이 재밌더라고요. 현대 중국 정치계 안에서의 파벌싸움, 미국과의 마찰을 대하는 그들의 시각....
왜 그 큰 나라에 파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지, 왜 중국인의 사고체계는 우리랑 다를 것이라 막연하게만 생각했는지....이 책을 읽고 좀더 구체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요즘의 미중갈등과 중국 정부의 행동, 대만에 대한 집착 등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구나..물론 우리가 그들의 입장에 동조할 필요는 없지만 지피지기의 입장에서 나름 저에게 큰 의미를 준 책입니다.
2021.07.17 22:56
2021.07.14 21:19
2021.07.15 11:56
같이 동거는 하고있지만 동거인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있을까
반대로 동거인은 나를 얼마나 알고있을까
2021.07.15 17:31
어떤 생각이 채찬님을 이리 고민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2021.07.15 20:11
6번째 문단을 읽고 문득 떠오른 것입니다.
저도 이슬람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다른 데라고 잘 아는건 아니지만) 동네 도서관의 이슬람 관련 책들을 빌려 읽어보려했는데.. 우선은 실패한것 같습니다.
또 도전해봐야죠. 근데 명예살인 기사에 대한 충격이 커서 이슬람을 잘 받아들일 수 없을것 같아요.
그래도 다 사람사는 곳이겠죠?
2021.07.17 22:58
잘 읽었습니다. 전 요즘 미국, 중국, 일본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데 이 가까운 나라들에 대해 내가 정말 너무도 모르고 있었구나 놀라는 중입니다.
이슬람이나 동남아까지는 아직 관심의 영역을 넓히지 못했는데 대단하세요. 전 이슬람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부정적인 의미의 가부장적인 분위기 외에 긍정적 의미로 가족적인 그들의 모습에 감탄했더랬습니다. 늘 '가족간 유대관계'하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최곤줄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