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잡담...

2021.06.20 05:33

여은성 조회 수:420


 1.비혼주의자라고 강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 못해요. 타인의 성질을 이해못하는 게 아니라...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거 말이예요. 


 사람들은 비혼주의자일 수도 있고 페미니스트일 수도 있고 프롤레타리아일 수도 있거든요. '오늘까지는'말이예요. 하지만 그들은 처지가 바뀌면 그런 믿음쯤은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릴 수 있으니까요. 



 2.그야 나도 오늘은 비혼주의이긴 해요. 하지만 글쎄요...한번 골골 아파보고 앓아누워보면 비혼주의 같은 건 순식간에 쓰레기통에 넣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결혼은 꼭 외롭거나 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플 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고려하게 되는 거니까요. 


 외로움은 해결할 수 없어도 얼마쯤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혼자라는 공포와 고독감은...꽤나 무섭죠.



 3.어쨌든 그래요. 건강하고 돈이 많으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남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친구도 필요없고 결혼도 필요없죠. 남이랑 어울려봤자 내가 늘 손해보는 입장일 테니까요. 하지만 건강과 돈...둘중 하나만 모자라는 상황이 오면 남들과 무리를 짓고 싶어지는 법이예요. 



 4.휴.



 5.빌어먹을 돈을 마구 벌고 싶네요.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돈이 중요하니까요. 건강하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욕구가 너무 많으니까 돈이 많이 필요하고 건강이 무너져버리면 돈이 더욱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 사이 어디쯤...그럭저럭 건강은 하지만 식욕이나 성욕이 마구 리필되지는 않는 정도의 나이에는 돈이 별로 필요가 없어요. 식당에 가도 싼 음식을 먹으면 되고 술집에 가도 싼 술 먹으면 되죠. 호텔을 가도 좀 낮은 등급의 적당한 호텔을 가면 되고요.


 5성호텔이란 게 그렇거든요. 허세를 위해 가거나 아니면 정말 편하려고 가거나 둘 중 하나예요. 30대에 가거나 60대에 가는 곳이죠. 그냥저냥 어중간한 나이에는 싼 호텔을 가도 되는 거예요. 조선팰리스...포시즌스...이런 곳에 갈필요가 없게 돼요.



 6.하지만 그래도 역시 빌어먹을 돈을 마구 벌어야만 해요. 이유는...음 모르겠네요. 옛날엔 뭔가 그럴듯한 이유 하나쯤은 쓸 수 있었는데. 


 왜냐면 요즘은 여자를 만나도 돈을 쓰는 여자를 만나거든요. 그편이 더 행복한 거니까요. 내가 아니라 그녀들이 말이죠. 전에 썼듯이, 여자들은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돈을 함께 지불하는 남자를 만나야 행복하단 말이죠. 그러니까 데이트할때는 여자가 돈을 써야 여자도 남자도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7.하지만 그래도 역시 빌어먹을 돈을 마구 벌어야만 해요. 돈을 어디다 쓸 건 아니지만, '돈을 벌었다는 사실'그 자체가 기쁨을 주니까요.


 헌터들은 꼭 먹지 않을 동물도 괜히 총으로 쏴죽이곤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사냥꾼의 본능인거예요. 어디다 쓸 필요도 없는 돈이지만 돈을 사냥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사냥꾼을 살아있게 만드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마구 벌어야만 하는 거예요. 사냥꾼들이 먹지도 않을 동물들을 재미삼아 쏘는 것처럼 나도 쓰지도 않을 돈을 재미삼아 버는 거죠.


 어쨌든 내일은 망고빙수를 먹고 싶은데 쪽지가 하나도 안와있어요.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 더치페이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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