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으론 일단 싫어합니다.

새누리에다가 박근혜 후광 입어 데뷔한 사람이니 그냥 싫구요.

탄핵은 옳다!!! 고 외치며 바른미래당으로 뛰쳐 나갔을 땐 잠시 응원까진 아니어도 좀 덜 미워했었는데 본가 귀환 이후론 다시 싫어하는 걸로. ㅋㅋㅋ



2.

그냥 그게 궁금했습니다.

요즘들어 밀고 있는 20~30대 남성들의 대변인 비스무레한 컨셉은 본심일까? 그리고 이건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뭐 이미 잘 알고 계셨던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전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떡하나... 하다가 걍 단순하게, 네이버 뉴스 검색을 몇 차례 해 보았습니다. 여성 할당제, 여성 혐오, 페미니즘 등의 키워드와 함께요.

그랬더니 결과는...


일단 막 데뷔 초, 청년 비대위원인지 뭔지 하던 시절에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뭘 하면서 여성 할당을 5:5로 하려고 했는데 이준석이 7:3을 제안했대요. 여성이 7이 되도록 하자 그랬다고. 

그때는 생각이 달랐나 보죠. 지금은 할당제 자체에 반대던데요.


이게 대략 2012년쯤 기사인데 이후로 몇 년 동안은 눈에 띄는 기사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사들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게 바로 2018년이에요. 정말 이 때부터 확 많아지는데...


아시다시피 바른미래당으로 옮겨간 후입니다.

근데 좀 재밌는 점이라면, 처음엔 여성 혐오 이슈에 대해 나름 여성들 편을 드는 발언이 좀 있다는 겁니다. 많진 않구요. 그러다가...

이수역 사건 이후로 확 한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이 때 이준석의 입장은 '그냥 음주 폭력 사건 갖고 왜 난리냐? 여자가 잘못했네.' 였고 이걸로 기사가 엄청 나오는데, 이게 이준석 정치인 인생의 전환점 같아요.

그 중 한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대략 이렇습니다.

"박근혜 키드 & 박근혜의 배신자라고 오랜 세월 양쪽에서 욕과 조롱만 먹던 이준석이 처음으로 사람들의 환호를 받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쭉 일관된 모습, 그러니까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네요.



3.

그리고 이건 좀 제 어림짐작이 많이 들어간 부분입니다만.

2018년부터 쭉 이준석과 같은 떡밥을 물고 같은 방향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하태경이요.

초기(?)를 보면 오히려 이준석보다 이 양반이 더 적극적입니다. 그 때부터 이미 '20대 남자의 상실감'을 외치며 지금의 이준석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른미래당이 참 힘들었죠.

'합리적 보수'를 흡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저지른 독립인데 아무도 안 따라오고, 정의당이 친구 먹자며 격려인지 조롱인지 모를 얘기 자꾸 해대고... ㅋㅋ

그 와중에 하태경과 이준석이 당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게 '20대 남자'였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민주당이나 진보 쪽을 싫어하는 20대 남자였겠죠. 이미 다른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끌고 오기가 어려우니.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노력해보다 보니 그 분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떡밥이 바로 성대결 이슈였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네요.

특히 그 이수역 사건이 결정적이었고, 워마드 떡밥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뭐... 제가 정치판에 늘 관심이 많았던 게 아니니 뭐라 확언을 할 순 없지만.

암튼 이렇게 최소 3년 이상을 공들인 노력(?)이 이번에 성과를 거둔 모양새로 보입니다. 최연소 30대 당대표 당선!!!



4.

근데 아직도 아리송합니다.

이준석은 앞으로도 지금의 스탠스를 고수할까요?

뭐 당장 뒤집진 않겠지만 과연 이게 이준석의 '진심'이고 그래서 그걸 계속 유지하려 할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바른미래당 초기에도, 최근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에도 언제나 이준석의 목적은 '생존'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뭐 잘은 모르지만 살림살이는 넉넉할 양반일 것 같고, 이미 만들어진 유명세가 있어서 문자 그대로 '생존'에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은 이미 수차례 풍전등화를 겪었고 이번 당대표 출마 직전까지도 상황은 아주 안 좋았죠. 구킴당 복당 하고 나서 당 내에선 딱히 꿈과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었잖아요.

사실 이 시국에 나경원이 당대표로 당선이 되었다면 이준석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이라도 받을 확률이 그리 높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유승민계 동지(?)들도 그렇구요.


그러니까 결국 뭘 길게 보고 생각할만한 여유가 있었을 것 같진 않고.

당장 원기옥 발동해서 있는 지지 없는 지지 쥐어짜내서 성과를 거둬 놔야 미래가 생기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걍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 투구한 결과물이 최근의 이 분 모습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일단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그냥 생존 성공 정도가 아니라 큰 성과를 거뒀고 여유도 생겼죠.

그러니 바로 보이는 모습이 수석 대변인을 손수 여성으로 뽑은 후에

"이준석은 페미니즘을 거부하지 않는다. 지금 당 지도부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지 않냐?'는 인터뷰를 시키는... 뭐 이런 걸 보면 앞으로는 톤을 좀 바꾸지 않을까 싶어요.

뭐 당대표가 직접 뽑는다는 최고위원 한 자리도 여성으로 뽑겠다고 직접 공언을 한 상태죠.


그렇잖아요.

일단 살아남기 성공했으니 이젠 길게 보고 정치인 인생 살아야 하는데, 그렇담 지금 그대로의 포지션으론 한계가 명백할 테니 말입니다.

아마도 '전 그냥 나쁜 페미니즘만 싫어요!' 라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본인 지지층 달래고, 그러면서 실제로는 지금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갈 것 같기도 하구요.



5.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요?

없습니다. '핵바낭' 글에 결론 같은 게 있으면 어색하잖아요.





+ 하태경씨는 요즘엔 알페스에 꽂히셨던 것 같더군요. 사실 워마드 문제에 대해서도, 알페스 문제에 대해서도 하태경씨 주장의 '결론'은 그렇게까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타격을 날리는 방향의 일관성이 좀... ㅋㅋㅋㅋ 본인 입으로도 '일베=워마드'라고 말하면서 일베는 잘 가르쳐서 고쳐쓰면 우리(?)의 미래인데 워마드는 바로 다 잡아 넣고 폭파 해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 사실 제가 이준석을 가장 자세히(?) 관찰했던 건 옛날 옛적 tvN 예능 '더 지니어스'에서였습니다. 그냥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양반 머리는 정말 똑똑한데 사람 보는 눈도 없고 사람 끌어들이는 능력도 없네 그려' 라는 인상을 받았죠. 만약 이런 제 어림짐작이 대충이라도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1년간 이준석씨의 행보를 통해 그동안 사람이 발전을 했는지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건 좀 재밌겠네요.


 +++ 그렇게 쓸 데 없는 검색으로 시간을 죽이다가 덤으로 알게 된 건데, 이준석이 당대표 당선 직후 발표한 당 쇄신안들에 들어 있는 내용 중 상당수가 이미 바른미래당에서 시도 했거나, 하려고 했던 것들이더라구요. 대표적으로 토론 배틀로 대변인 뽑겠다... 이런 거구요. 일단 당 개혁에 대한 부분은 이 양반 진심이구나 싶긴한데, 그게 잘 될까요? 토론 배틀이야 그렇다 쳐도 '공천 자격 면허 시험' 같은 걸 구킴당 사람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 다 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쓸 데 없이 뜨거운 떡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덥썩 물고 영양가 없는 소리만 길게 늘어 놓았네요.

 이럴 시간에 게임을 한 판 더 했으면!!! ㅠㅜ

 정치 잘 몰라서 워낙 무식한 소리가 많으니 답답해도 화내지 말아주세요. 그냥 제가 수준이 이렇습니다. 다음 부턴 다시 영화 뻘글이나 쓸 테니 한 번만 용서를!!!


 +++++ 그러고보니 오늘은 하태경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군요? 하하. 이준석과 계속 호흡을 맞춰 나갈 것 같은데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정말로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잘 하면 이준석 코인에 동반 탑승해서 지지도를 대폭 올리는 정도의 성과는 가능할 것도 같네요. 앞서 말 했듯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이준석과 같은 이슈에 대해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준석만 이렇게 떡상(...)하는 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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