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2 09:04
일년에 한두 번 얼굴 보고, 한달에 한두 번 통화하고 지내는 친구가 전화로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친구: 니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야?
나: 글쎄...
친구: 생각을 해봐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야?
당황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더니
친구: 난 너라면 그런 질문에 언제든 대답할 준비가 돼 있는 줄 알았어. 당장 대답할 수 없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나: (뭐 마음을 진실을 숨기거나 과장하기만 하면 답은 간단한 것이지만.)진리라든가, 정의라든가, 그런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은 거야?
나: 추상적인 것, 이를테면 진리니 정의니 사랑이니 같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지 오래야.
나: 실체를 잡을 수 없는 허망한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콕 꼬집어낼 깜냥이 못 된다는 걸 아니까.
친구: 널 시험해보고자는 의도로 던진 질문은 아니야. 하지만 그래서 넌 문학을 해야 하는 거라는 건 새삼 깨달았어.
나: 병주고 약주는 게 아니라 병 주고 또 병 주네.
친구: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단정지어 말하지 않는 사람이 문학을 해야 하는 거야. 넌 준비돼 있는 사람인데 왜 암 것도 안하고 있어?
이번 달에 주변인들에게 온갖 시비를 다 받고 있네요. 그것참.
2021.06.12 09:32
2021.06.12 09:48
쓴 소리가 다 약은 아니죠. 하지만 친구의 이런 말은 듣기에 나쁘지 않았어요. 저와 대화할 때면 어린아이 마음이 된다는 거요. 감정 수식할 필요 없이 편하다는 말이겠죠. 그나저나 잠시 기운이 돌아온김에 게시판 도배질을 해볼까 하는 불뚝심이 드는군요. 글들을 워낙 안 쓰시니....
2021.06.12 10:05
2021.06.12 10:38
2021.06.12 11:12
방금 언니가 전화해서는 왜 그 게시판에다 쓸데없는 말하며 눈총받고 사냐? 라고.
한 십분 간 잔소리 들었답니다. ㅋㅋ
2021.06.12 11:54
2021.06.12 11:16
그 게시판이 어디일지?
일단 도배를 해보세요..
친구가 참 깝깝하네요. AI 자동응답기도 아닌데,
생각해봐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2021.06.12 12:07
2021.06.12 13:07
잠시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동문 게시판에서 제가 쓴 글 때문에 난리가 났네요. 언니가 제 글에 흰소리하는 유저와 논쟁 중인데 참 구경할 만합니다.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될 일인데 아직 잠이 다 안 깨서 저는 개입 못하고 있어요..곧 정신이 들면 판이 어떻게 돌아갈런지... ㅋ
2021.06.12 22:56
헐 이런 ㅋㅋ
2021.06.12 13:25
한 선배가 언니에게 질문하기를 "그래서 당신이 레닌으로부터 배운 게 뭔데?"
언니: 공산주의는 불가능하다는 거였음. 레닌은 동시대의 사람들들조차도 감당 못한 공산주의를 후대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라고 가르쳐줬음. 인류는 공산주의를 감당할 수 없음. 언더스탠? (이 논쟁 아주 흥미롭구만요.ㅋ)
2021.06.13 07:07
제 글에 시비건 선배에게 다른 선배가 달아놓은 댓글.
"정의? 그걸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워낙 많은 정의를 봐왔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정의를 모르겠던데요. 정의란 건 실현하려고 들면 그 순간 악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던데요.
국가니 민족이니라는 단어에 골똘한 사람들 보면 거기서 무슨 혜택을 받았기에 저러나 싶습니다. 저는 나라 때문에 몇 번이고 죽음에 대한 위협을 받아봤을 뿐입니다."
2021.06.13 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