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에 들어갑니다.

좌석 맨 끝 통로쪽에 아줌마 두분이서 앉아 있더군요. 같은 열 가운데를 예매한 저는 이미 내 집 안방같은 편안한 자세로 신발까지 벗으시고 앞 자리에 발을 걸치고 영화 감상 준비를 모두 마치고 계셨던 아줌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 자리로 들어갑니다. 뒷통수가 따가웠는데 기분 탓이였던 것 같습니다.

 

- 광고가 나옵니다.

광고 소리가 안들립니다. 아줌마 둘이서 금쪽같은 내새끼 자랑 배틀을 하는데 그 데시벨이 극장 안을 집어 삼키고도 남습니다.

 

- 타이틀이 나옵니다.

아줌마가 일행에게 "그런데 이거 누구 나오는 영화야?" 라고 묻습니다.

 

- 저의 모든 신경을 스크린에 집중 하려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아줌마가 불편한지 앞 좌석에 걸친 다리를 계속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습니다.

아줌마 두분은 사이 좋게 영화 내용 이야기를 하며 가끔은 화제 전환을 하십니다. 점심 먹고 같이 은행 가자는 이야기도 합니다. 폭발씬이나 폭력 장면이 나올땐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이 아줌마들 최소 방청객 경력 10년.

 

- 난 왜 이렇게 x신 같은가.

이쯤 되니 '아주머니들 목소리좀 낮춰주세요.' '아주머니들 발좀 내려주시겠어요?' 이 소리가 목구멍 위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당장의 불편함 보다는 역시나 '다른 사람들 다 아무 말 안하고 보는데 혼자 오바 하는 놈 되는거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고

아줌마 한분이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질문을 하고 일행은 그동안의 스토리 진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 아줌마들의 대화는 영화 끝나고 퇴장하는 순간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영화 감상평이고 뭐고 남길게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봐야죠 뭐...ㅠㅠ

관람 등급 맞추려고 그랬는지 이 영화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욕 2개를 2시간 내내 반복하는데 지겨워 죽는줄 알았어요. 대한민국에 얼마나 다양하고 참신한 욕들이 많은데 강아지 새끼를 도대체 몇 마리를 찾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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