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알랭 드 보통이 말했죠.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라고요.


 중요한 상징...우리들은 모두 중요한 상징을 얻고 싶어서, 또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어서 노력하며 살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노력하고 누군가는 더 나은 콧대나 더 큰 눈, 좀더 얄쌍한 하관을 가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해요. 누군가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요. 그리고 그것조차 시도해볼 수 없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며 살죠. 



 2.그러나 그런것들을 얻고 나면 글쎄요. 짐 캐리의 말이 맞을수도 있겠죠. '모든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돈과 인기를 한번씩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게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라는 발언 말이죠. 아마도 돈이나 명성, 인기 같은 것들의 허망함에 대한 공감을 원해서 저런 말을 한거겠죠. 



 3.뭐 어쩔 수 없죠. 인간은 많은 돈이나 더 날카로운 콧대, 인기 같은 걸로 자아의 외피를 단단하게 감싸도 결국 자기자신 자체가 단단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는 건 자신을 상징해주는 것들이 아니라 자기자신이거든요. 


 물론 돈이나 명성같은 게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것에 너무나 천착하게 되면 자기자신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둘러쌀 갑옷에 너무나 집착하게 되어버리는 거라서...끝이 좋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중요한 상징'에 너무 몰입하는 것도 안좋다는 거죠.



 4.휴.



 5.알랭 드 보통의 책에 나온 말을 길게 옮겨보죠. 


 -멍청한 아첨꾼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권력이나 명성 때문에 당신을 사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밑바닥에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나의 권력이나 명성 때문에 점심에 초대한다면 그것은 기분 나쁜 일 일 수도 있다. 또 초대한 사람의 태도가 곧 바뀔 것이라고 짐작 할 수도 있다. 권력이나 명성은 우리 자아의 진정한 알맹이 바깥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고 영향력이 줄어들어도 우리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며, 어린 시절에 자리 잡은 애정 욕구 또한 조금도 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능한 아첨꾼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상대의 지위와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임을 암시해야 함을 안다. 그래서 으리으리한 차, 신문에 등장한 모습, 회사의 임원 직위는 자신의 깊고 순수한 애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소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침꾼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그의 반지르르한 표면 밑에서 변덕스러움을 감지하고 속물의 무리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아 잠시 아슬아슬하게 손에 쥐고 있는 지위가 [본질적 자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부분은 꽤나 인상깊었어요.



 6.사실 나는 나보다 부자를 만나면 꼭 말하거든요. 상대가 왜 자신과 시간을 보내느냐고 물으면 '나보다 당신이 돈 많으니까. 내가 당신 같은 사람을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저 어록을 읽고 나니 그건 내가 진솔한 게 아니라, 어차피 들킬 속내를 미리 꺼내놓는 전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되짚어보면 내가 돈을 좀 펑펑 써서 나를 만나던 사람들도 절대로 저런 소리는 안했거든요. 어떻게든 좋게 포장을 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그들 나름대로의 예절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7.우울한 주말이군요. 연락도 안 오고. 연락이 안 오는 이유는 두가지중 하나죠. 남들이 선망하는 상징을 갖추지 못해서거나, 본인의 덕이 모자라서거나. 


 뭐 인생은 그렇거든요. 본인의 덕이 모자라면 남들이 욕망하는 무언가를 갖추는 데 진력해야 하죠. 아니면 반대일 수도 있겠네요. 남들이 욕망하는 상징을 갖추지 못하면 본인의 덕이라도 잘 쌓던가요. 


 사실 만날 때는 거기서 거기긴 해요. 나의 돈을 만나러 오는 사람이든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든 비슷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고 보면 결국 사람들은 '나'를 만나러 오던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게 돼요. 먼저 연락할 마음이 들거나...먼저 연락할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나'를 만나러 오던 상대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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