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라고 먼저 고백하고 싶네요.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제대로된 야구 용어를 잘 모른답니다. 물론 홈런이나 도루의 정확한 의미와 뜻은 알고 있지만요.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를 않아서 지금까지 읽어 봤던 스포츠 만화는 히구치 아사의 [크게 휘두르며]가 전부이고, 그 유명한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들도 그렇게 읽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제가 아다치 미츠루가 극찬을 했다는 미시마 에리코의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와 만나게 된것은 정말로 운명같은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야구 만화일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답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제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으니까요. :)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자와 씨에 대해서 잠깐만 소개하고 갈께요. 고시엔에 도쿄 대표로 출전한 닛센 고교에는 아주 특별한 선수가 있답니다. 유일한 여자 야구부원인 미야코자와 리사, 바로 자와 씨에요. 비록 자와 씨는 여자라서 공식적인 시합에는 나갈 수가 없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남자 선수에게 지지 않을만큼 아주 뜨껍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면서 의욕적인 자세로 주위의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힘든 훈련을 받는답니다.

 

또래의 다른 여고생들은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지만 머리도 짧은 숏커트인 우리 자와 씨는 복근의 숫자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거친 배트와 훈련 때문에 얼굴은 검게 그을렸으며, 손바닥에는 소녀와는 거리가 먼 딱딱한 굳은살 투성이에요. 말도 별로 없고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인 자와 씨는 물방울 무늬의 손수건을 사용하고 남자 선배와 인사를 나누면서 얼굴을 붉히는 등 은근히 소녀스러운 면도 있답니다. 가끔씩 안경을 쓸때도 있고요.

 

야구를 사랑하는 자와 씨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작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들을 빌려와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소소한 일상과 훈훈한 유머가 함께 담겨있는 짧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유머는 자와 씨의 빡빡머리 친구들인 꼬마 쿠스모토와 하나무라, 모리구치 삼인방이 주로 담당하고 있답니다.

 

편안하고 수수하지만 야구 소녀의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는 그림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정적인 분위기가 가득 느껴지는 큼직한 화면 분할의 구성과 여백은 독특하고 인상적인 효과를 자아내고 있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모리구치가 버스를 기다리는 자와 씨를 보며 하복에 스웨터, 길어진 숏커트 머리에서 가을을 연상하는 8화인데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작품 곳곳에 계절의 변화가 조용히 드러나는것도 무척 좋았어요.

 

미시마 에리코의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는 현재 일본에서 쟁쟁한 경쟁작들과 함께 2010 만화대상 후보작으로 올라와 있는데 부디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어요. 자와 씨의 매력에 푹 빠졌기에 앞으로도 계속 그녀를 응원하고 싶답니다. 자와 씨와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미소가 떠오르고 가슴이 설레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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