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4 23:11
신문기자 유준의 삶은 바닥을 쳤습니다. 직장 선배의 아내와 불륜 중이고, 도박빚을 갚으려고 협박질이나 일삼고 있죠.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년엔 그래도 순수하고 정의로운 기자를 꿈꿨다는데 전 못 믿겠어요.
인물소개용 도입부가 끝나면 유준은 강원도 산골로 갑니다. 여자친구가 남편과 재결합하겠다는데 그걸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없죠. 선배가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오소리에 갔다니 찾아가 무슨 짓을 해서건 그 결합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오소리에 도착해보니 선배의 존재는 흔적도 없습니다. 그는 이유를 모르지만 프롤로그를 본 관객들은 알죠. 선배는
이 범죄 없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상쩍은 일들을 사진으로 찍다가 살해당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마을을 쑤시고 다니던
유준은 선배가 보았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요.
여기서부터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텐데, 관련 기사들이 이미 나와 있으니 그냥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2008년에 보도된 무주 지적 장애 아동 성폭행 사건에서 따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마을의 짐승 같은 남자들은
마을에 있는 유일한 젊은 여자인 은희를 성폭행하고 있었던 거죠. 유준이 사실을 알아내고 그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은희의 엄마도 병으로 죽을 것 같자, 마을 사람들은 둘을 살해해버리기로 결정합니다.
[들개들]의 가장 큰 문제는 태도에 있습니다.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사건은 심각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마 비슷한
사건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겠지요. 실화를 발판 삼아 이런 사건들이 뿌리가 되는 보다 큰 주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몰라요. 앞에 벌어지는 폭력의
말초적 이미지에 사로잡혀 버린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자신들이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선택한 후반부는 전적으로 거기에 속해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여기에서도 머뭇거립니다.
이야기가 복수의 쾌락을 위해 달려가는 동안에도 영화는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지 못해요. 전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냥 아이디어와 제작비가 부족해서 그랬던 건지도 모릅니다. 이유가 무엇이건 [들개들]은
실화와 장르로 세운 기둥만 간신히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14/01/24)
★★
기타등등
유준의 상황이라면 악당을 제압하고 반드시 그가 가진 무기를 빼앗는 게 상식이 아닌가요? 자기가 빠질 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충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감독: 하원준, 배우: 김정훈, 차지헌, 명계남, 이재포, 조덕제, 김성기, 김정석, 황대광, 다른 제목: Stray Dog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Stray_Dog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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