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시간 1분짜리 영화입니다. 인도네시아-미국 합작이라고 하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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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 풍경이 보입니다. 중무장을 한 악당들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어요. 그러다 어린 여자애 하나가 보이고, 그 아이의 부모까지 다 죽인 악당들이 여자애를 겨누는 순간... 악당들 지휘관으로 보이는 '레이드'의 정의로운 경찰님(주인공 말고!)이 나타나 부하 총을 빼앗아 애를 겨누다가, 갑자기 총구를 돌려 부하들을 다 죽여 버리고 여자애를 구해 도망쳐요.

 '트라이어드'라고 계속 이야기합니다만 아마 삼합회겠죠? 우리 주인공님이 거기 일을 하다가 배신을 하게된 것 같은데. 암튼 조직에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 아저씨는 본인이 현 조직에 몸 담기 전에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들을 찾아가요. '그동안 뭐하다 이제와서!' 같은 의무 방어 갈등을 짧게 보여준 후 우정으로 똘똘 뭉친 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여자애를 데리고 탈출하려 하는데... 당연히 조직이 가만 둘 리가 없겠고. 추격대를 왕창 출동시키는 가운데 그 추격자들 중에는 주인공의 또 다른 친구, '레이드'의 히어로 이코 우에이스찡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코 우에이스님은 악당 캐릭터일까 아님 개심할 미래의 동료 캐릭터인가!!


 ...뭐 대략 이런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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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 승진의 미소!)


 - '레이드'로 이름을 알린 인도네시아 액션 배우들이 여럿 나오긴 하지만 감독은 '레이드'와 관련이 없는 분입니다. 보아하니 주로 호러 영화를 찍어오신 분이네요. 필모그래피 중에 V/H/S 2편도 보이고 전에 제가 듀게에서 추천을 받았으나 볼 곳을 찾지 못 했던 '마카브르'도 보이고 그래요.


 영화를 보다보면 이 양반의 호러 경력이 납득이 됩니다. 이 영화의 액션이... ㅋㅋㅋㅋㅋ 진짜 잔인해요. 어지간한 스플래터/슬래셔물 같은 건 근접도 못할 정도. 문자 그대로 '살점이 흩날리는' 장면이 수시로 튀어 나옵니다. 손발가락 잘리는 건 기본이고 정말 다양한 인체 부위들이 이런저런 도구들에 꿰이고 구멍나고 잘리고 내용물을 쏟아내고... 그러니 고어 못 견디는 분들이라면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호러는 좋아하지만 고어를 싫어하는 관객이라 정말 고통에 몸부림치며 간신히 다 봤어요. 특히 마지막 대결은 지인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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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시라!!!)



 - 좀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은근히 홍콩 무협물의 냄새를 풍깁니다.


 거대한 문파(?)가 하나 있고. 주인공은 이 문파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가운데 문파의 고수들이 하나씩 주인공과 대결을 벌이구요. 이때 이 '고수'들은 각각 눈에 확 들어오는 특수 능력(?)을 갖고 있고 그들의 그런 능력은 정말 현실성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강함!!!'을 과시하는 쪽으로만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고수님들은 정말로 인간성 따윈 약에 쓸래도 찾기 힘든 나아쁜 놈들인데도 희한하게 주인공과 대결할 때면 기습도, 뒷통수 공격도 없이 느긋하게 폼을 잡으며 정정당당하게 싸우죠. (그런데 정작 싸우는 중엔 손에 잡히는 거 아무 거나 다 무기 삼아서 처절하게 싸우는 게 좀 웃깁니다. ㅋㅋㅋ) 심지어 내내 수세에 몰려 쫓기는 입장인 주인공편도 그래요. 주인공도 아닌 주인공 친구 1, 2, 3번 애들이 수십명의 적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적들 선발대에게서 빼앗은 기관총은 고이 접어 놓고 맨몸으로 상대하는 장면을 보고 참... 허허허.


 등장인물들의 전투력이 등급제로 표현되는 것도 그래요. 일단 탑티어, 주인공 레벨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연들 레벨이 또 따로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이 이제 졸개 레벨이죠. 하위 티어는 아무리 모여도 상위 티어 한 명을 못 당한다. 라는 공식(?)이 영화의 액션 내내 적용되구요. 그래서 전혀 강하지 않아 보이는 주인공 친구들도 졸개들 상대로는 가볍게 무쌍을 찍습니다. 하지만 탑티어를 만나면 한 방에 순삭. 이 또한 무협 영화스런 설정이라고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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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마음 착한 주인공 친구 1, 2, 3입니다만. 저 중 한 명만 있음 영웅본색 주인공 3인방 정도는 1분 안에 다 썰어버릴 겁니다. ㅋㅋㅋ)



 또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웃음이 나오는 게 주인공들의 탁월한 맷집 때문인데요. 이미 한 열 번은 죽었어야할만한 상처를 입은 애들이 계속 일어나서 계속 싸우는데 정말 나중엔 쟤들 초인이냐? 좀비야?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런 것도 그냥 '무협물이다'라고 생각하고 보면 대충은 납득이 가죠.


 극중 다수의 등장 인물들이 별다른 동기도 없이 주인공과 소녀를 온몸 바쳐 도와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겠구요.

 물론 이게 현대가 배경이다 보니 '홍콩 느와르' 생각도 많이 납니다만. 애초에 오우삼의 홍콩 느와르 자체가 무협 장르의 현대 버전으로 시작했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그 말이 그 말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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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 쩌는 탑티어 2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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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세계관 최강자를 만난다면...)



 - 근데 이런 얘길 길게 할 영화가 아니죠 사실.

 런닝 타임이 두 시간이나 되는데 그 중 거의 대부분이 액션 시퀀스입니다. 스토리는 그저 이번 액션과 다음 액션을 이어주기 위한 접착제 역할 정도인데 그 접착도 정말 느슨하게 되어 있구요. 그래서 그 액션에 대해서 얘길 하자면...


 '레이드'와 동급이거나 그걸 능가하는 수준을 기대하면 아쉬워집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확실히 고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코 우에이스도 나오고 이 분이 무술 감독도 하셨고 해서 액션의 스타일은 '레이드' 스타일이 맞구요. 또 두 시간이나 되는 런닝타임 동안 계속해서 이곳 저곳 장소를 옮겨가며 나름 각각의 장면에 개성을 부여합니다. 격투 액션 보는 맛은 나름 확실해요. 그게 너무 잔인하고 너무 양이 많아서 보다가 질릴 수도 있겠긴 합니다만. ㅋㅋ


 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다름 아닌 주인공의 액션이었습니다. '레이드'에서 같은 배우가 맡았던 캐릭터와 거의 동일한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주는데, 그게 뭐냐면 '파워'를 강조하는 쪽이죠. 적들이 화려하게 파닥파닥거리며 달려들면 스윽스윽 피하다가 한 방에 콱! 하고 꺾고 비틀고 타격하는 식인데... 그게 뭔가 좀 애매해서 재미가 덜했습니다. 차라리 주인공이 안 나오는 격투씬들이 더 재밌었네요. 다행인 것은 그렇게 주인공이 안 나오는 격투씬이 의외로 되게 많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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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셋이 주인공이었으면 훨씬 재밌었을 것 같아요. 액션도 다채로웠을 것 같고.)


 

 - 암튼 뭐... 이쯤에서 대충 정리를 하자면.

 엄청난 스피드로 수많은 인간들의 뼈가 꺾이고 살이 깎이는 살벌한 액션 영화입니다.

 스토리 측면에선 나름 흥미로운 구석은 있지만 그냥 설정만 그렇다는 거지 그걸 제대로 살려낸 것 같진 않아요.

 그냥 딱 '레이드'를 재밌게 본 관객들을 노린 영화인데 개인적으론 거의 모든 면에서 '레이드'가 나았습니다. ㅋㅋ

 그러니 '레이드'를 재밌게 본 분이라면 좀 기대치를 낮추고 보시고. '레이드'가 별로였거나 잔인함이 부담스러웠던 분이라면 피하시는 게 좋아요.

 전에 '레이드' 소감 글을 적을 때 했던 얘기지만, 사실 그게 액션도 액션이거니와 스토리도 꽤 괜찮게 짜낸 훌륭한 액션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그런 급의 액션 영화가 하나 더 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결론은... 지금도 괜찮게 보긴 했지만 고어만 덜했어도 훨씬 좋게 봤을 것 같아요. 이건 그냥 제 취향 문제지만 애초에 이 글이 제 취향대로 적는 막글이니까... ㅋㅋㅋㅋ

 



 + 액션 시퀀스들을 칭찬하긴 했는데, 종종 좀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폼나는 안무를 위해 액션 속에서의 개연성을 내다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요.

 초반의 정육점 액션씬 같은 걸 보면 분명 7 vs 1로 싸움을 시작하는데,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이 적들이 한 명씩만 차례로 덤빕니다. ㅋㅋ 근데 계속 일대 일은 아니고 한 놈 쥐어패고 있으면 다른 한 놈이 끼어들어 잠시 2 vs 1이 되었다가, 다시 또 1 vs 1이었다가 잠시 후에 하나가 더 추가되고... 이런 식인데 너무 어색하죠.

 스토리의 개연성은 애시당초 포기한다고 쳐도 액션 시퀀스 속에서 이런 상황이 자꾸 나오면 좀 몰입도가 떨어지더라구요.



 ++ 중간에 악당 하나가 주인공에게 '다 니 잘못이고 너 땜에 니 친구들 다 죽은 거거등?' 이라고 한 마디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백프로 공감했습니다. ㅋㅋㅋ

 주인공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어요. 애초에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암튼 주인공에게 전혀 호감이 안 갑니다. 스토리가 비현실적인 건 비현실적인 거고, 그래도 관객들이 주인공을 응원할만한 기분은 좀 들게 해줬어야 하지 않나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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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 잡지 마. 니가 제일 나빠.)

 

 +++ 또 스토리 얘긴데, 조직이 그 '여자애'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정말 납득이 안 가더라구요 전. 배신자(=주인공) 처단이야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이야기 막판 흐름을 보면 주인공과 별개로 그 쬐끄만 여자애 하나 죽이는 데에도 인원을 대량으로 투입하며 끝까지 집착하거든요. 설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설명이란 게 그냥 '내가 죽이랬는데 아직 살아이쓰면 안돼!!!' 수준이라...;



 ++++ 감독은 3부작을 의도하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3부작 나올만한 소스를 충분히 남겨놓은 것도 분명하구요. 근데 이게 나오고 3년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 잘 써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들 덕인지 팬아트 같은 것도 조금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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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여자 캐릭터들이 인기가 좀 더 많습니다. 사실 액션씬도 이 분들 것이 좀 더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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