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카페 브라지레이로

2013.02.28 13:37

beirut 조회 수:4311

지난 겨울, 후쿠오카에 다녀온 사진들과 함께 카페 기행을 올립니다. 카페 기행의 기반에는 [후쿠오카 카페산책](코사카 아키코, 아이비라인)라는 책이 있습니다.

 

1934년, 카페 브라지레이로는 히가시나카스 강가에 문을 엽니다. 잘 숙성된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불을 떼는 소리가 독특한 이탄과 그 지역에서 흐르는 물, 그리고 거친 해풍을 그대로 담고있습니다. 숙성되는 오크통은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역사를 담아 술을 빚어내지요. 브라지레이로는 후쿠오카에서 빚어낸 깊은맛의 싱글몰트입니다. 강변에 부는 바람을 이고, 그곳의 물과 함께 자란 카페입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그 지역의 물과 함께 섞어 마셔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스코티쉬 위스키가 생각났습니다.

 

브라지레이로 로고가 세겨진 조그만 로스터는 매일매일 소량의 생두들을 볶아냅니다. 근대 서양식 조리사인 나야씨의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각종 음식들은 이곳의 커피와 궁합을 잘 이루죠.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봅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견고하게 제작된 이곳의 로스터. 쿨러 위에 설치된 작은 선풍기가 인상적입니다.

 

'

벽장엔 카라얀의 사진들이. 일본인들의 클래식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죠. 빌헬름 켐프의 이름을 딴 켄-푸산 이라는 섬은 그들의 고전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카라얀또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지휘자였습니다.

 

해가 스멀스멀 지기 시작할 때부터 늦은 저녁이 되기까지, 우리는 브라지레이로에 머물렀습니다.

 

후쿠오카의 거리를 거닐다,

 

도착한 어느 이자카야. 일과를 끝낸 직장인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는 곳이었습니다. 후쿠오카의 명물 고등어회. 커피로 출출해진 배를 달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도제방식의 오래된 카페가 아직도 살아있고, 그들이 볶아낸 블렌딩이 많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 일본입니다. 오랫동안 그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며 만들어온 브라지레이로의 블렌드도 깊은맛을 만들어내죠. 스페셜티의 물결이 밀려와도 일본의 클래식 카페들은 건재합니다. 오히려 스페셜티를 자기 카페에 맞게 변화시켜 로스팅을 해내죠. 굳건한 뿌리가 있기에 흔들리지 않는 맛을 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합니다.

 

필카사진은 몇 장 없기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로 설명을 더해보겠습니다.

 

 

브라지레이로 전경

 

메뉴판입니다. 일본말로만 써져있어 해석 불가능. 클래식 커피와 블렌드를 시켰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맞을겁니다.

 

 

네, 주문한 커피 하나는 저렇게 잔이 세개나 나오는 메뉴였습니다. 주문하자마자 직접 만드는 (달지않은)생크림 작은 도기 주전자 그리고 작은 잔. 커피는 그냥 먹었을때 조금 심심합니다. 저 크림을 타서 먹으니 놀랍게도 부드럽고 달달하며 고소해지더군요. 커피에서 나는 기분좋은 맛들이 다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드립으로 내려진 블렌드 또한 묵직한 바디감이 살아있는 일본식 커피였습니다.

저는 이런 블렌드가 좋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사람들과 호흡해온 커피이기 때문이죠. 어딜가도 그 카페만의 블렌드를 뽑아낼 수 있는 카페가 드문 한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필카로는 좀 어두워보였던 로스터기.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무거운 철로 만들어진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밖에서 간단히만 살펴봐도 견고한 구조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브라질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브라지레이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커피=브라질'이라는 공식이 통했던 1930-40년대의 일본 풍경이 상상됩니다.

 

벽면을 장식안 카라얀의 사진들. 2층입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주소는, 후쿠오카시 하카타 구 텐야마치 1-2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8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255
115844 나만 아는 사심 있는, 덜 알려진 배우 있으세요? (재작성) [3] tom_of 2021.05.24 579
115843 피에타의 여러 버전 [4] Bigcat 2021.05.23 1033
115842 농민전쟁 - 검은 안나 [6] Bigcat 2021.05.23 554
115841 "훈장과 휘장은 공로가 있는 남자의 가슴에 달려야 한다."고 수상을 거부당한 어느 여성 미술가의 작품 [7] Bigcat 2021.05.23 1048
115840 바낭)크로와상 페스츄리 겉바속촉 [12] 왜냐하면 2021.05.23 755
115839 능금 한 알 [4] 사팍 2021.05.23 519
115838 라리가 우승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 daviddain 2021.05.23 325
115837 국힘당 2중대가 아닌 선봉대가 된 쓰레기 정의당 [7] 도야지 2021.05.22 942
115836 500일의 썸머 (2009) [6] catgotmy 2021.05.22 632
115835 베이커리 카페 많이들 가시나요 [12] 메피스토 2021.05.22 934
115834 2021 들꽃영화상 수상 결과 [1] 예상수 2021.05.22 415
115833 '만만치 않다'는 표현은 무슨 뜻일까? [17] 어디로갈까 2021.05.22 4780
115832 골때리는 팬미팅 [2] 사팍 2021.05.22 573
115831 디어 에반 핸슨 영화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네요. [1] 얃옹이 2021.05.22 320
115830 대통령 방미 성과가 좋네요. [22] Lunagazer 2021.05.22 1433
115829 [넷플릭스바낭] 잭 스나이더 각본, 촬영, 감독의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봤습니다 [24] 로이배티 2021.05.22 732
115828 이 무시무시한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4] 가끔영화 2021.05.22 431
115827 캔버스, 도박중독 [2] 여은성 2021.05.22 460
115826 한강 대학생 실종-사망 사건 [12] 메피스토 2021.05.21 1232
115825 [EBS2 클래스e] 이상욱의 <가장 인간적인 과학철학 이야기> underground 2021.05.21 3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