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300일 프로젝트]의 3번째 글입니다만, 프로젝트 제목이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것만 강조하는게 마음에 걸려, '행복'이라는 단어를 추가,  제가 혼자 읽을 때는 <우울을 넘어 행복으로>로 바꿉니다. 그래봐야 둘 다 재미 없고 매력 없는 제목인 건 매한가지. (전 듀게잡글 쓸 때도, 제목에 잡글의 소재들을 싹 다 적었던 센스꽝인지라..;;;)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우울증 재발 방지 + 뇌의 재구축 (신경세포 재생력 활성화, 새로운 회로 구축) + 행복한 사람 되기 입니다. 프로젝트랍시고 게시판 바이트 낭비를 하며 줄줄 써대는 이유는,  이렇게 대놓고 하다 보면 그나마 좀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고요 -_-;;;  지금 해야 할 일은, 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법 7~10가지, 즉 '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선정한 후, 그에 맞는 세부 행동지침들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좀 벅차서, 주말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연습 할  '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은 프로젝트 시작할 때 부터 미리 정해두었더랩니다.  바로 마음챙김 혹은 깨어있는 마음 (mindfullness, Sati)이지요.

 

'mindfullness, 마음챙김'은 긍정, 행복심리학류 서적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이면 들어보셨을, 요근래 가장 핫 한 단어 중 하나입니다. 이 용어는  불교 용어인 'Sati, 念'의 번역어로, 원 뜻은 '지금 여기, 현재에 대한 주의집중, 분명한 알아차림, 충분히 깨어있음, 주의깊음' 혹은 '현재의 변화하는 모든 것을 관찰하는 힘 Observing Power'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즉 지금 이 순간 현재 마구 변하고 있는 나의 사고, 감정, 행동, 몸의 상태 그리고 세상의 변화 등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 챌 수 있는 또렷하고 세심한 주의력, 관찰력등 정신적 기술과, 그것이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정신적 스테미너인거죠. (우월한 인터넷 세상에는 이에 대한 좋은 설명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불교쪽에서 쓰이는 sati의 뜻을 좀 더 알고 싶으시면  http://blog.daum.net/foreintravel/15867277 를 가보세요.) 굉장한 힘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쉽게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죠. (연습을 넘어선, '수행'을 해야죠-_-;;)

 

그런데 대체 왜 이런 불교용어가 현재 심리, 뇌 과학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는가. 실제로 저런 정신적 자질이 마음과 심지어 몸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과학적, 임상적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명상은 (sati를 개발하는 가장 공식적인 방법이죠.) 전전두엽 좌측을 우측에 비해 현저하게 활성화시킨다고 합니다. 우울한 사람은 전전두엽 우측이 좌측에 비해 활발하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은 좌측이 활발하다고 해요. 그런데 명상을 하고 나면 좌측이 확 활성화 되고, 명상을 오래 하면 할 수록 좌측의 활성화 정도가 훨훨 높아진다는... 즉 뇌 자체가 '행복한 뇌'로 변화한다는게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죠. (제가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연구결과 때문이었고요.) 더구나 깨어있는 마음 상태는 '긍정적 정서'상태를 현저히 높이고, '부정적 정서'를 낮추는데다 (우울증, 불안증 치료에 과학적 임상적으로 증명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음...) , 인지능력의 향상, 뇌 활동의 효율성 증가 등 '뇌를 개발'코자 하는 사람들이 군침 삼킬만한 효과를 보이며, 현재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즉 모든 경험하는 것들의 강도를 증가시키고 그것을 더 잘 음미케 하는 방식으로 삶에 활력과 생동감과 에너지를 부여하고,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그래서 고치는게 지극히 힘든) 습관이나 사고패턴에 균열을 내어 교정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스트레스와 통증, 만성질환의 증세 등을 완화시키고,  사람을 덜 방어적이고 좀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차분하고 평안하고 행복해지게 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윽..너무 깁니다. 위에 적은 내용들은 다 관련 과학 연구 논문들이 줄줄 쌓이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운동과 더불어 준 만병통치약 수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봐도 맞습니다. 우선 마음이 챙겨져 있는 상태,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뇌의 효율성이나 작업의 효율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WOW를 하면서 '사제님 힐 진짜 쩌시네요. 킹왕이신듯...' 하는 소리를 특정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들었는데, 그 때가 8주 명상코스를 밟을 때 였습니다 -,.- 또 마음챙김이 잘 되는 순간 저는 즉각적으로 '희열'에 준 하는 아주 좋은 기분을 잠깐 맛보곤 했습니다. 또 계속 땅으로 땅으로 파고 들어가는 사고패턴들도, 부정적인, 자학과 혐오와 불안에 범벅이 되어 고통스럽고 정말 죽고 싶은 감정도, 마음을 제대로 챙기며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휘발되 듯 다 사라져 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저 혼자 한 것도 아닙니다.  원래 'sati'가 가진 효과가 그렇답니다. 아무리 짙게 깔린 어둠도 작은 빛을 비추면 홀연 사라지는 것 처럼, 깨어있는 마음은 고통과 미망을 소멸시키는 힘을 가진다고, 불교에서는 그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리고 마음챙김의 효과 중  '부정적인 사고패턴이나 부정적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부분. 이건 불교에서 '업을 끊는다'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업은...불교에서 말하는 깊은 의미에서 현대적 언어로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달랑 따서 비유하면, 유전자나 과거의 경험, 습관, 그리고 나를 둘러 싼 사회적 시스템, 문화 때문에 생성된 사고, 행동 패턴..비슷한 것 같아요. 이런 패턴은 한번 생성되면 자동적으로 돌아갑니다. 그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불가능 할 정도로 나와 밀착된 상태로 그렇게요. 그런데 '마음을 챙기고 깨어있기' 시작하면, 그게 조금씩 보입니다. 그런 '패턴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나'와, 그것을 '관찰하는 나' 사이에 균열이 생기거든요. 그 균열을 틈을 통해 그것의 존재가 감지 되는거죠. 그리고 거기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아야 고칠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아무리 sati가 우월하다 한들, 저런 레벨의 정신력을  '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의 첫 방법으로 얻고자 하는건 아닙니다. 깨어있는 정신상태를 일상 내내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제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향이겠죠.  지금 첫 단계에서 제가 원하는건, 딱 기초 수준의 sati입니다. 제대로 된 명상도, 우선은 안 할겁니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스스로 자책은 안할거에요. 이상한게, 명상이 얼마나 좋은지 몸으로 경험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건 참 미묘한 방식으로 힘들더군요.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랄까요. <The How of Happiness>에서 명상을 강력추천하는 Sonja Lyubomirsky 교수님 역시 규칙적인 명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학에 타고난 재능을 가졌던,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신에 귀의했던 파스칼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 문제의 뿌리는, 방안에 홀로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력이다."

 

하여간 그래서 저는 제대로 된 명상스케쥴을 첫번째 길에 넣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습니다. 대신 '현재에 존재'하는 연습을 시작하고, 현재의 내 몸, 사고, 감정들을 '자각'하는 습관을 서서히 들이기 시작하는 수준에서 행동규칙을 정할겁니다. 

 

 

1. 현재에 집중하기

 

- 한번에 한가지만 할 것 - 달리기 할 때는 달리기만, 밥 먹을 때는 밥만, 응가 쌀 때는 응가만 (신문이나 아이폰 따위 안됨!!)

- 하루에 1000번씩 들숨, 날숨을 알아차리기. (걸어가면서, 화장실에서, 신호대기 와중, 자기 전에 등등. 아무 때나. 들어가는 숨과 나가는 숨을, 코와 인중 사이의 숨이 스치는 부위를 표지 삼아 알아차리기)

- 지금 하고 있는 것에'만' 몰입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 노는 것이든 일하는 것이든 인터넷서핑이든.

 

 

2. 현재를 자각하기

 

- 자각 없이 자동적으로 하기 쉬운 것들인 '먹는 것'과 '돈 쓰는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것. :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어플을 사용할겁니다. 돈 쓴 기록은 '편한가계부', 먹는 것은 '칼로리'

- 시시때때로 과거로 미래로 부유하는 사고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그저 다시 현재로 조용히 돌아올 것. 돌아올 곳이 없으면 '들숨 날숨'을 알아차릴 것. 숨쉬자 숨쉬자 숨숨숨숨...하루에 세 번 이상 시도할 것.

- 시시때때로 내 사고, 감정, 몸의 느낌들에 주의를 기울여볼 것. 그냥 관찰만 할 것. 바꾸려거나 비판하거나 할 필요 없으니까, 그저 관찰만. 가만히 바라만 볼 것. 하루에 세 번 이상 할 것.

- 시시때때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피부에 닿고, 혀로 맛보고, 코로 느끼는 감각들 중 하나를 골라 가만히 관찰해 볼 것. 하다 보면 잼있음. 하루에 세 번 이상 시도 할 것.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뭐 어때요. 우선 딱 하나만 잡아서 그것부터 해보는거죠. 우선 '한번에 한가지씩만.' <= 이 녀석 부터. 아..밥 먹으며 예능프로 보고 신문 보는게 인생의 낙 중 하나였는데, 이제 끝이구나.. 내일 운동하러 가면 TV보지 말고 그냥 고개 푹 숙이고 달리기만 해야지....  그러고보니 먹는 것과 돈 쓰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건 쉬울 것 같아요. 또 1000번씩 숨을 의식하는 것도 출퇴근시간에 맘 잡고 하면 금방 할꺼고. 저 아래 '하루 세번 이상 하기...'이게 문제군. 흠..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잡아서..아니면 아침에 일어나서 세번 다 해버려-_-?

 

아침이다.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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