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7 16:10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이 만들고 멜라니 로랑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의 영화소개 내용 외에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은 되도록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넷플릭스의 줄거리 설명:
한 젊은 여성이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다. 사라진 기억과 폐쇄된 공간, 그리고 급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산소.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누군지 기억해내야 한다. 이곳이 그녀의 관이 되기 전에...
줄거리 요약만 봐도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배리드"와 타란티노 연출의 CSI 에피소드 "Grave danger" 두개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그렇지만 줄거리의 "동면 캡슐"이라는 언급을 보면 이 영화는 그 두영화와는 다르게 미래 배경의 SF영화라는 걸 알 수 있죠.
전체 플롯을 지탱하는 큰 두개의 설정도 SF물에서 종종 다루는 소재들이긴 한데,
그 두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겠습니다.
이런 SF 클리셰들을 감금물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 자체는 꽤 흥미롭고,
실제 초반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SF설정들을 플롯 상의 "반전"으로 제시하는 부분에서,
너어무 예상 가능했던 부분인 데다가 (이거 설마 이런 내용이야?가 설마가 아니게 되는..)
SF치고 오류가 많은 디테일들을 설명 없이 그냥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플롯의 긴박감을 부여하려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산소"와 관련하여서
여느 영화들의 "산소 부족 데드라인 클리셰"들과 마찬가지로 어느정도 서스펜스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준 것은 맞는데
해결과정과 결론에 있어서 미심쩍인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 건(특히 동면과 산소의 상관관계..), 결국 설정과 관련하여 깊은 고민은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 외
기억과 관련된 설정
통신과 관련된 묘사
등등등
하드SF로 보고 따지면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아야 감독 답게 전반적인 긴장감은 나쁘지 않은데,
SF 장르팬의 입장으로 보면 설정 오류들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두드러져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크군요..ㅠ
다만, 토마토나 메타크리틱 등등에서의 평점은 괜찮은 편이고(토마토 평점 무려 91점의 Certified fresh!, 메타크리틱 66점)
아마 그런 설정 오류들과 상관없이 나름 참신한 설정과 전개라고 평가한 모양입니다.
어차피 철학적인 사유를 담은 SF영화나 꼼꼼한 하드 SF영화를 지향했다기 보다는
여러 SF스러운 설정들은 단순히 "서스펜스"와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 갖다 붙인 것들이겠지만
저같이 소소한 것들에 집착하시는 분들이 보기엔 좀 불편한 구석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2021.05.17 16:29
2021.05.17 16:35
사실 제가 꼼꼼하게 따질만한 능력이 되냐..하면 그것도 아닌데도 종종 이렇게 예민하게 따지게 되네요ㅎ
이 영화 분명 하드SF일거야..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다가 혼자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거랄까요ㅎㅎㅎ 만든 사람들은 억울하겠죠 애초에 그런 거 아닌데ㅎ
서던리치가 더 깊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다뤘다는 부분에서는 저도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2021.05.17 16:44
배리드 그레이브 데인저 모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요. 어제 전반부 5분정도 보다가 홀드했는데 한 번 봐야겠군요. 과학적엄밀성에 대해 전 좀 느슨한 편이기도하고해서...미리 경고해주신만큼만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재미있지않을까요? ㅎㅎ
2021.05.17 16:52
넵넵
사실 제가 투덜거리는 글을 주절주절 써놓았지만
평점만 봐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신 것 같습니다ㅎ
열린 마음(?!!)으로 감상하신다면 평균 이상의 스릴러물로 즐기실 수 있을듯요!!
2021.05.17 17:35
오늘 본 영화인데 이런 글이 올라와 있으니 넘나 반가운 것입니다!!!
맨날 아무 거나 보고서 다 재밌다고 약 팔아서 듀게 회원들 함정 카드에 빠뜨리는 낙으로 사는 회원으로서, 괜찮게 봤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막 재밌어서 추천!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음. 이 정도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치곤 애썼네' 라는 정도. 적어도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보게 하는 정도는 되더라구요. 말씀하신 과학적 오류 문제들은 모두 사실이고 단점이지만 그냥 가볍게 킬킬킬 웃어 넘겼구요. 뻔할 뻔자인데 그래도 한 시간 사십분을 어떻게든 지루하지 않게 채워 넣으려는 제작진의 눈물겨운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정말... ㅋㅋㅋㅋㅋ
2021.05.17 20:58
오
마침 오늘(!!) 보셨다니 저도 반갑네요!!!
사실 제가 대놓고 까는 것도 애정이 있어서.....ㅎㅎㅎㅎ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 평소에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크롤"도 엄청 감명받아서 여기저기 추천하기도 했..ㅎㅎ
마지막 장면은 저도 말잇못입니다 그런 배경 그런 그림으로 한번쯤 찍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이해(?)해주기로..ㅎㅎ
2021.05.18 00:08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먹은 제가 부끄럽네요 ㅠㅠ 주인공이 하도 영화내내 심적, 육체적 고생을 해서 그런지 엔딩에서 그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싶었습니다 ㅋ
2021.05.18 00:32
아뇨 부끄러우실 것까지... ㅋㅋㅋ
전 그 장면이 거슬렸던 게 1. 너무나 노골적인 분위기와 2. 그냥 그림 자체가 뭔가 촌스럽고 안 예뻤어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말고 적당히 '그렇게 될 거다'라는 뉘앙스만 풍겨줬으면 제 취향엔 좀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결말의 방향 자체는 저도 바랐던 거거든요. 말씀대로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 많은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죠.
2021.05.18 10:07
이런...
감동받으신 분도 계신데 제가 실언을... 죄송ㅠㅠ
그런데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이 한때 프랑스 잔혹 호러 유행를 이끈 총아였던 걸 생각하면
그렇게 고생시키고도 또 굉장히 가혹하게 끝맺는 쪽이 오히려 감독 취향에 맞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ㅎ (감독 핑계 대지만 제 취향..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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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에 너그러운 편인 관객이라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은 내가 뭘 놓쳤나 되돌려 봐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영화가 SF 설정에는 그냥 관심이 없던데요. 한계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편리한 배경일 뿐이지. 거기다 마지막 장면은 너무 촌스럼... ㅠㅠ
주요 테마나 분위기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억과 존재라는 키워드로만 보자면 서던 리치가 훨씬 좋았네요.
결말도 여운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