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바로 삭제할께요.)

제가 작년에 이 게시판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시나리오 윤색에 참여한 남승석 감독의 <감정교육>이 방콕국제다큐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드라마상을 수상했다는 글을 올렸었는데요.(글 링크: http://www.djuna.kr/xe/board/13874999 ) 현재 남승석 감독의 <감정교육> 이전 작품인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가 개봉해서 상영되고 있어요. 저는 이 작품에 살짝 관여했는데 마침 GV가 있다고 해서 글을 올리게 됐어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는 부산국제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에요. 감독이 자주 들르던 ‘서브웨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권무순을 주인공으로 한 이 다큐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한 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감독의 집요한 관찰로 만들어낸 흥미로운 결과물이죠.권무순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인데요. 어린 시절 IMF의 아픔을 겪은 그는 현재 권투를 하고 음악 밴드의 멤버로 공연을 하며 ‘서브웨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어느 날 아르바이트 동료인 태원과 함께 무순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470km 달리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게 돼요.

이 영화는 무순이 거주하고 있는 옥탑방에서 진행된 인터뷰와 470km 달리기의 여정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진행돼요. 그리고 중간 중간에 무순의 다른 일상들이 비선형적으로 삽입되는데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양파가 드러나는 것처럼 무순이 권투를 하는 장면과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 그리고 무순의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카페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장면이 쭉 나오면서 무순이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관객들도 무순의 매력을 점차 느낄 수 있게 되죠. 이러한 비선형적인 편집이 기존의 청춘에 관한 다큐와 <무순...>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다큐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이기도 해요.

이 영화에서는 태원과 무순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리기를 하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어요. 오세현 촬영감독의 안정적인 촬영으로 인해 카메라는 무순과 태원을 따라가면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적절한 호흡으로 함께 그들의 뒤를 좇고 있어서 마치 관객들이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러닝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무순과 태원이 서울에 거의 도착한 시점에서 노을을 맞이하게 되거나 분할 화면을 활용해 무순이 서브웨이에 출근하는 장면과 그가 달리기 여정을 마치고 서브웨이로 귀환하는 장면을 병치시킬 때 관객들에게도 큰 감흥이 전달돼요.

<무순...>은 남승석 감독의 다른 작품들인 <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감정교육>과 비교했을 때 분할 화면이나 정면 인터뷰 장면들과 비선형적인 편집 등 감독의 일관된 스타일도 확인되는 측면이 있어요.

이 영화의 엔딩은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과도 유사한 희망을 말해요. 무순이 끊임없이 달리는 자체가 불확실한 그의 청춘에 무한한 에너지를 실어주고 있으며 그 평범한 이미지가 종국에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해요.

남승석 감독은 ‘감독의 변’(영화 전단지)에서 <무순...>에 대해 ‘결국 거대한 세계와 역사적인 흐름은 한 명의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통의 세계사 속의 한 개인들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평범한 무순을 정직한 시선으로 평범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오히려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서 특별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5월 9일 일요일 저녁 7시에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무순...> GV가 있다고 하네요.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무순의 달리기 여정에 한번 동참해보고 싶으신 분은 영화를 보시고 GV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요. 개봉한 지 좀 지났지만 <무순...>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61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9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751
115740 새벽 잡담...(동력) [4] 여은성 2021.05.13 417
115739 배우들과 수백일을 같이 있는다는게 [6] 가끔영화 2021.05.12 829
115738 인랑에 남겨진 80년대 세련미의 유산 [6] skelington 2021.05.12 921
115737 교제하는 분이 회폭+부당해고를 당했어요. [18] 토이™ 2021.05.12 1393
115736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4] thoma 2021.05.12 972
115735 여고괴담 제작자 이춘연대표 급서 [4] 사팍 2021.05.12 980
115734 인랑 (2018) [3] catgotmy 2021.05.12 550
115733 조지 해리슨의 신 [7] 가끔영화 2021.05.11 400
115732 옛날 영화라고 무시하지 말아야지 [8] daviddain 2021.05.11 769
115731 서울시에서 한강 음주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데.. [8] 팔정도 2021.05.11 1233
115730 [바낭]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 [33] 로이배티 2021.05.11 705
115729 [펌글] 좌우파 모두가 인정하는 이승만의 업적 [20] Bigcat 2021.05.11 1774
11572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6] 조성용 2021.05.11 722
115727 조청을 먹으며 [15] 가끔영화 2021.05.11 589
115726 (MV)오마이걸(OH MY GIRL)_Dun Dun Dance [3] 왜냐하면 2021.05.10 397
115725 [육아바낭] 7세 아이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사줘야 하는가 [10] 가라 2021.05.10 1532
115724 [넷플릭스바낭] 마블 냉담자의 몹시 늦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소감입니다 [27] 로이배티 2021.05.10 1028
115723 이대호 포수 [6] daviddain 2021.05.10 499
115722 달은... 해가 꾸는 꿈 (1992) [3] catgotmy 2021.05.10 525
115721 [넷플릭스바낭] 저만의(?) 기대작, '그녀의 이름은 난노' 시즌 2를 다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1.05.09 26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