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7 17:37
- 일본 개봉이 2000년, 한국 개봉이 2002년이니 평균 잡아 '20년 묵은'이라고 하죠. 암튼 전설의 그 영화 맞고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카피 참 잘 뽑았죠. ㅋㅋㅋ)
- 평소에 하던대로 도입부 장면 묘사를 하면서 스토리를 소개하려면 몇 페이지를 스토리 소개만 해야 하는 영화라 그냥 요약을 해보겠습니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시점에 대한 정보가 아예 제시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현실의 일본이 아니라 환타지 일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거구요.
암튼 영화 속의 일본은 학생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칼침을 놓아도 딱히 제재 받는 게 없을 정도로 개판이 난 상황입니다. 특히 10대 학생들의 문제가 심각한데, 에... 뭐가 그리 심각한지는 저도 몰라요. 영화 속에서 전혀 묘사가 안 되거든요. 그냥 "학생 범죄가 폭증해서 어른들이 다 쫄았다"는 자막으로 때우죠.
어쨌거나 그리하야 정부에서 제정한 신세기 특별법!! 이름하여 BR법! 이라는 게 등장하는데. 그 법의 내용인 즉 1년에 한 번 전국 중학교 3학년 중 아무 학급이나 한 학급을 골라 납치해서 무인도에 몰아넣고 3일 동안 서로 죽이게 한 후 살아남은 한 명만 사회로 돌려보내준다... 라는 말도 안 되는... ㅋㅋㅋ
암튼 이 법인지 게임 룰인지에 걸려든 재수 없는 40명의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던 길에 납치되어, 어딘지 모를 무인도에 갇혀 내내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도를 오픈하는 가운데 몇몇 의로운 학생들이 뭉쳐 살아 남을 길을 모색한다... 뭐 대략 이런 스토리입니다.
(2년 전만 해도 학생에게 칼침 맞고 투덜거리는 무기력 교사였던 사람이 어떻게 군인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는지, 어쩌다 이 사람네 학급이 BR에 선정되었는지 등등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되지 않는 대충 세계관!)
덤으로 그 게임의 룰은 대략 이러합니다.
0. 섬은 기본적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뭉쳐서 게임을 관리하는 중앙 본부로 쳐들어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1. 학생들 목에는 추적 장치가 달린 목걸이가 달려 있고 해체할 수 없습니다. 규칙을 어기면 혹은 그냥 기타노가 빡치면 목걸이가 폭발하며 사망 처리.
2. 시작할 때 개인 무기가 담긴 가방 하나를 주는데, 들어 있는 물건은 랜덤입니다. 기관총도 있고 테이저건도 있고 석궁도 있지만 주인공처럼 남비 뚜껑이 있는 경우도(...)
3. 만사 귀찮은 놈 하나가 맘에 드는 장소에 짱박혀 숨어서 3일간 꼼짝도 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안 되어 3일 후 전원 폭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관계로 섬을 조각조각 나눠서 일정 시간마다 '출입금지' 구역을 지정 공지합니다. 그 시각에 그 장소에 있음 역시 폭사.
4. 3일간의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에 한 명만 살아남아야 그 한 명이라도 섬을 나갈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이 살아 남아 있게 되면 모두 폭사하면서 생존자 0으로 게임 종료.
(교관님의 상냥하고 즐거운 설명 타임!)
- 생각해보면 세기말, 세기초에 참 희한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뭔가 좀 깨는? 범상치 않은? 류의 아이디어들이 앞뒤 재지 않고 마구 영상화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보다 괴작스런 작품들도 되게 많았죠. 세기말 정서!!!
게다가 또 이건 일본 영화입니다. 이렇게 뒷감당less하게 폭주하는 아이디어 쪽으로는 일본 당할 나라가 별로 없죠. 한국쪽 컨텐츠들을 보면 일단 어떻게든 뒷수습과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쪽엔 거의 '알게 뭐냐!!'는 식으로 자극적이고 괴상한 아이디어들을 그냥 마구 던지는 작품들이 꽤 많이 나온다... 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폭주 아이디어들 중 대부분은 멸망하지만, 양이 질을 낳는다고. 그 중에는 결국 성공하고 살아남는 것들도 많고 이 영화(의 설정과 스토리)도 그 중 하나입니다. 흥행도 잘 해먹었고, 후대 영화, 게임, 소설들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으니까요. 살짝 과장해서, 이 영화 없이 '헝거 게임'이 나왔겠습니까 '배틀그라운드'가 나왔겠습니까. ㅋㅋㅋ
근데 이런 자극적 성향의 영화들은 대부분 세월이 지나면 그 자극이 죽어서 심심, 지루한. 그냥 '그 시절엔 저게 먹어줬지' 이상의 평가는 받기 힘든 상태가 되곤 하는데... 그냥 궁금하더라구요.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보면 어떨까. 그래서 봤구요. 결론은...
아, 이거 의외로 상당히 잘 살아 남은 영화네요. ㅋㅋㅋ 전 오히려 처음 볼 때보다 더 좋게 봤습니다.
(처음 볼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 낫질 소녀!)
- 일단 이 영화의 주제 의식... 쪽으로 얘길 해보자면,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대애충 뭐 용기를 내라, 연대하라, 일어나서 세상에 맞서 싸워라.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데... 그런 거 있잖아요.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시나 비유를 들어서 스스로 설득력 날려 먹는 경우.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군국주의도 비판하고 싶은 것 같고 경쟁 사회도 비판하고 싶은 것 같고. 또 자라나는 10대들에게 이런저런 좋은 얘기도 해주고 싶고. 대략 의도는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데 극단적으로 달리는 설정과 이야기 때문에 그게 진지하게 안 들려요.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따져보면 그런 주제와 이 영화의 모양새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기분도 많이 들구요.
그냥 새삼스레 '에반게리온'의 영향이 되게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른들에게 등 떠밀려 나간 중딩 나이 소년 소녀들이 처절하게 죽어 나가고. 그 와중에 싸우기 싫다는 애가 주인공이고. 캐릭터의 결말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중후반에 징징거릴 때는 상당히 비슷해 보이기도 하구요. ㅋㅋ 결정적으로... 에반게리온으로 화제였던 자막 연출이 상당히 흡사한 느낌으로 자주 나와요. 쌩뚱맞게 장면이 툭 끊기면서 검은 화면에 텍스트만 둥 하고 뜨는 식의 연출. 그리고 그 텍스트는 등장 인물들 마음의 소리...
(주인공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하는 일을 요약해주는 짤입니다.)
암튼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 어쩌니 하는 얘긴 이걸로 넘어가구요.
- 그럼 괜찮은 건 뭐냐면, 그냥 폭주 잔혹 스릴러 무비로서의 완성도입니다.
일단 속도감이 상당해요. 런닝 타임 안에 죽어야할 사람이 학생 숫자만 세어로 40명 정도이다 보니 지루해질 틈이 없죠. 오히려 죽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보일 지경. 게임 시작도 하기 전에 게임 룰 설명 듣다가 죽는 학생만 둘인가 셋이고 게임 시~작! 하고 외치는 순간부터 이리 죽고 저리 죽고... ㅋㅋㅋ 암튼 한 가지 상황과 장면으로 길게 끄는 일 없이 계속해서 부지런히 달려줍니다.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ㅋㅋㅋㅋ)
또 그렇게 인원을 줄여나가는데 있어 나름 아이디어들이 다 있습니다. 일단 40명 중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짤막하게나마 개인 설정이 있고 그걸 반영한 관계성들 같은게 주어져 있구요. 그걸 활용해서 짤막하게 드라마를 보여준 후 퇴장 시켜서 그냥 단순 살인 퍼레이드의 단조로움을 벗어납니다.
친구인데 배신하기, 원래 싫어하던 놈 죽이기, 싫어하던 놈 죽이려다가 실수로 엉뚱한 놈 죽이기, 살인도 싫고 살해 당하기도 싫어서 자살하기, 도와주러 온 사람 오해해서 죽이기, 그냥 원래 미친 놈이라 신나게 죽이기, 친구 죽이려는 녀석 죽이기 등등등 매번 벌어지는 사망 장면들마다 다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어서 지겹지 않아요. 또 그 중 몇 개는 나름 괜찮아서 짠한 기분, 혹은 섬뜩한 기분도 들구요.
액션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까놓고 말해 액션은 되게 구려요. ㅋㅋㅋ 특히 그 중 프로급 살인마이자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라는 전학생 그 녀석은 활약할 때마다 웃음벨입니다. 아니 무슨 죽이려는 놈 2m 뒤에서 따라가며 기관총을 갈겨대는데 그게 하나도 안 맞나요. ㅋㅋㅋㅋㅋ
대신 나머지 평범한 학생들은 괜찮습니다. 얘들은 어설픈 게 어울리고 어설퍼야 하니까 액션 연출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고. 대신 이런 평범한 애들이 기를 쓰고 절규하며 사람을 죽이려드는 그 처절하고 섬뜩한 느낌은 되게 잘 살려줍니다.
(폼은 나는데... 총 잡은 폼부터 망했죠. 그러게 군대를 다녀와야!)
또한 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그냥 '선량함'으로 퉁쳐지는 두 주인공은 대체로 무매력이지만 조연들이 재밌죠. 기타노 타케시의 그 무뚝뚝 살벌한 선생 캐릭터도 순간순간 뻘한 개그로 분위기 참 괴상하게 만들어주고요. 너무 악독해서 사연이 궁금해지는 낫질 학생. 등장 시간은 짧지만 무시무시한 임팩트를 남겨서 훗날 타란티노에게 스카웃된 달리기 학생. 쌩뚱맞은 사기급 능력으로 섬 본부의 전복을 노리는 천재 학생. 그리고 지금 보면 오그라들지만 그래도 맡은 역할상 임팩트 하난 확실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학생 등등... 이분들이 번갈아가며 화면을 장악하니 더더욱 시간이 훅훅 넘어가는 느낌.
(상단부터 무매력 주인공 1, 2. 무서운 여자애들 1, 2. 사기캐 전학생 1, 2.)
- 뭐 단점이자 한계도 명확한 영화이긴 하죠.
일단 배경 설명 다 스킵하고 넘어가니 도대체 이 'BR특별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게임이 당최 무슨 의미인지 다 보고 나서도 이해가 안 갑니다.
일본 영화답게 중간중간 갬성 터지는 플래시백이나 눈물 콧물 범벅씬 연출이 좀 과하다는 느낌도 있구요. 마지막에 제시되는 주제 같은 건 뭐... ㅋㅋㅋㅋ
주인공이 워낙 비리비리하고 정작 중요한 건 전학생과 기타노 선생이 다 해버리니 맥이 빠질 때도 있어요.
뭣보다 영화가 그리 깔끔하게 잘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미장센이든 연출이든 대사든 좀 과하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많네요.
하지만...
- 정리하자면.
강력한 설정의 힘이 우선 제일 큽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이렇게 세고 불건전하게 재밌는 설정은 흔치 않다 싶을 정도.
그리고 설정에 맞게 처절하고 끔찍한 분위기가 영화 내내 잘 유지가 되구요.
또 빠른 전개와 의외로 디테일하게 짜여진 인물 설정들이나 살인 장면들 때문에 '어쨌거나 재미는 있음'이라는 생각이 들죠.
혹시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지금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20년 전엔 이런 게 먹어줬구나... 하면서요. ㅋㅋㅋ
물론 무의미하게 세고 자극적인 설정 같은 거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피하는 게 맞습니다. 나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잡은 스토리이고 설정이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볼 때 그게 그렇게 의미 깊어 보이진 않으니까요.
+ 원작 소설은 스티븐 킹에게, 영화는 타란티노에게 극찬을 받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둘 다 그럴만하단 생각이 들죠. ㅋㅋㅋ
헝거 게임 작가는 이런 영화, 소설이 있는 줄도 몰랐다던데. 뭐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헝거 게임의 서바이벌 게임은 이 영화의 게임과는 기본 설정부터가 확 다르죠. 큰 틀만 대략 비슷한 건데, 아마 그런 수준에서 비슷한 작품이라면 '배틀 로얄' 전에 나온 것들도 있을 거에요.
(타란티노가 홀딱 반한 그녀. 훗날 '킬빌'로 비슷한 모습을 다시 보여주죠.)
++ 원작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원작에선 일본(과 아주 비슷한 가상의 나라)의 군부가 학생들이 정부에 저항하는 걸 찍어 누르기 위해 만든 이벤트다... 라는 식으로 설명이 된다는군요. 그리고 이게 심지어 사오십년간 유지된 법이라고. ㅋㅋㅋ 근데 영화는 설명이 정말 대충이라 그냥 쌩뚱맞단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근데 (역시 안 읽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설명이 안 되는 게, 이게 무슨 효과가 있으려면 당연히 전국민이 이런 이벤트에 대해서 알아야 하잖아요? 근데 주인공 학생들은 이런 연례 행사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담 이게 그냥 학생 몇십명 죽여 없애는 거 말고 당최 무슨 의미가...;
덧붙여서. 이런 설정을 보면 영화의 도입부 역시 에러죠. 언론사가 우루루루루 몰려가서 최종 생존자의 귀환을 생중계 하는 장면인데요. 이런 걸 어떻게 사람들이 모를 수가 있는지...;
(뭔 중3이 수학 여행에 인형을 들고 다니나... 싶지만 암튼 도입부에 나와 분위기 잡아주시는 우승자님)
+++ 속편 영화가 나와 있는데, 이건 원작도 없는 오리지널이면서 (스토리는 영화 1편과 이어집니다) 평도 아주 안 좋습니다. 뭐 대략 그 스토리를 읽어봐도 이건 거의 중2병 클래스 팬픽 수준이라 보고 싶은 맘이 아예 안 생기네요.
++++ 옛날에 이 영화에 나오는 교복 맞춰 입고 코스프레하던 학생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때까진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참 이미지 좋고 대접 좋았죠. 도대체 21세기 일본 문화계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2021.05.07 17:47
2021.05.07 18:35
? 하고 찾아보니 정말이네요. 그것도 야당 쪽에서. ㄷㄷㄷ
영화만 그런 거였군요. 처음 볼 때도 그렇고 이번에 다시 볼 때도 그렇고 매번 거슬리는 부분이었는데... 언제 한 번 만화나 소설도 찾아볼까 싶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라고 적고 바로 찾아보니 둘 다 절판이라 가격이 아름답네요. 소설은 7만원 만화책은 상태 안 좋다고 대놓고 적혀 있는 게 5만원!! 그 당시에 읽어볼까 말까 하다가 관뒀었는데. 이렇게 후회하게 되네요. orz
2021.05.07 17:48
미성년일 때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죠. 착실하게 청불인 영화는 못 보다가 아무래도 안 본 것 같네요.
관련 컨셉을 가진 웹 게임도 한참 유행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특정 지역을 탐사하고, 금지구역이 생기고. 착용 장비가 아주 기괴한 상태가 되고. (무기 숟가락에, 항공 점퍼, 신발은 하이힐(+2)이라던가. 팬픽 같은 것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주인공에게 얼마나 기발하고 황당한 무기를 줄 것인가가 더 관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종이접기 종이가 원작에 나왔는지 모르겠군요.)
왜 이렇게 극단 상황에서의 생존을 좋아하는 걸까요 ㅋㅋ. 아무리 지진이 많이 난다지만, 다른 지진대 위에 있는 국가들도 이런 감성은 아닌 것 같은데.
2021.05.07 18:39
소설은 청불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ㅋㅋㅋ
웹게임은 모르겠구요.
'생존'도 생존이지만 그보단 '극단'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 극한으로 밀어 붙인 설정에서 이야기 전개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뻑하면 세상이 망하고 지구가 깨지고 일본이 가라앉고... 물론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2021.05.07 21:40
저한테 소설 책 있어요! 히힛.
로이배티님 글 보고 생각나서 찾아보니 깨끗한 상태로 있네요. 당시에 영화 재밌게 보고 소설도 샀었거든요. 책 표지에 빨간 표시 해놓고 '19세미만 구독 불가'라고 적혀있네요. 일본은 좀 그런 경향이 있는 듯. 자살도 곱게는 안하잖아요.... 할복 엄청 괴롭다던데.
2021.05.08 14:18
2021.05.08 10:28
웹 게임 저도 했었습니다. 처음엔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주치는 게 재미있었는데 나중엔 업그레이드한다고 섬 지도까지 생기고 복잡해지면서는 되려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죠. 플레이 로그를 하드 어딘가에 저장해뒀던 것 같은데 한번 뒤져봐야겠네요.
2021.05.07 17:59
그나마 일본영화, 특히 장르영화에 활력이 남아있던 시절이었죠. 미이케 다카시, 소노 시온, 기타무라 류헤이같은 감독들의 국내팬들에게 제법 이름이 오르내리고 해외DVD, 디빅스같은 영화 파일의 공유로 온갖 일본 장르영화들이 많이 공유되고 장르영화 동호회를 통한 상영회도 활발했었죠. 저도 이 작품을 일본에서 긴급입수!한 VHS의 복사본, 그것도 무자막으로 감상했었죠. 제가 속해있던 동호회였는데 이 작품 상영하던 날 말그대로 대박이 났었죠. 워낙에 소문과 악명?이 자자하던 작품인지라. 근데 얼마후 국내 정식개봉한다길래 이게 대채 무슨 소린가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감독판 무삭제라니! 영화자체는 지금 봐도 좋습니다만 오글거리는 설정과 연기는 쫌.....그나마 이런 재료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후카사쿠 긴지 영감님의 능력은 대체?? 왕년에 실록 야쿠자물등 살떨리는 영화들 연출하던 그 갑빠가 어디가진 않았겠죠.
2021.05.07 18:49
2000년대 벽두라면 아무래도 대 와레즈 시대... 였었죠. ㅋㅋㅋ 소리바다, 당나귀 같은 프로그램도 생각나구요. 무자막 VHS 복사본 얘길 하시니 '주온' 생각이 나요. 자막이 없어서 뭔 얘긴지 모르겠으니 더 무서웠던(...)
아무래도 어린 배우들이 우루루 나오다 보니 연기는 좀 민망한 느낌이 있는데 워낙 감정 과잉 상황들이라 뭐 저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에 크게 거슬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오골거리는 것 역시 '일본 영화니까!' 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ㅋㅋㅋ
2021.05.07 18:05
2021.05.07 18:51
이거 속편까지 맡았는데 찍기 시작하시자마자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2003년 개봉한 영화니까 이 영화 끝내고 3년이 안 되어서 가신 셈...
특이하게도 (어쩌면 좀 일본답게도) 아들이 이어서 완성했다는데 뭐 평을 보면 후카사쿠 킨지가 2편을 못 끝낸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유작이 망작이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요.
2021.05.07 18:32
유명하지만 안본 영화로군요. 그런데, 대체 학생들의 폭력성을 해결하는 것의 해결책이 1년에 한학급 서로 죽이게 하는 거라는게 이해가...
2021.05.07 18:52
아마 그것도 원작 소설 쪽에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적어도 영화에선 전혀 납득이 안 되는 게 맞구요. ㅋㅋ 한 번 보시죠. 어차피 넷플릭스에 있으니까 부담 없이!
2021.05.07 18:55
2021.05.08 22:06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작자도 그냥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스스로 너무 맘에 드는데 어떻게 현실적으로 갖다 붙일 구실을 찾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만.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결론은 내리지 못하겠네요.
2021.05.07 18:44
2021.05.07 18:53
압니다. ㅋㅋㅋ '킹덤'도 그런 식으로 상영회 했었던... 이라고 적다 보니 이제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은 어디서도 언급이 안 되는군요. ㅋㅋ
딱 어울리는 영화네요. 주로 호러 장르 영화들이 그런 심야 영화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2021.05.08 18:41
2021.05.08 22:06
'PC통신'
이미 현대 사극의 영역으로... ㅋㅋㅋㅋ
2021.05.08 18:39
2021.05.07 18:50
2021.05.07 18:54
안 그래도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좀 관심이 있었는데... 어디서 평을 찾아보니 후반부에 신파 눈물 폭발이 좀 과하단 얘기가 있어서 일단 미뤄뒀습니다.
일본식 과하고 괴기한 정서는 좋아하는데, 일본식 갬성 폭발 정서에는 영원히 적응을 못 하겠어요. ㅋㅋ
2021.05.07 18:57
2021.05.08 22:06
음... 그 정도라면 한 번 시도해볼만 하겠네요. 기억해두겠습니다!
2021.05.07 18:59
참고로 만화버전은 영화와는 게임이 안될정도로 선정적?이고 잔혹하며 내용도 훨씬 막나갑니다. 아마 만화판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엄청난 괴작이 나왔을런지도? 비유하자면 홍콩판 역왕(리키오) 수준의 작품이랄까?ㅋㅋㅋ 지금 영화판은 전체적으로 잘만들긴했는데 어딘가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주죠. 물론 실사이기때문에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다르긴하겠지만.
2021.05.08 22:07
리키오에 비할 정도라면 그냥 보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ㅋㅋㅋ
모든 게 다 그렇긴 하지만 유난히 일본 쪽은 실사와 만화, 소설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만화, 소설에서 워낙 비현실적으로 정제된 이미지를 강조해서 그런가...
2021.05.07 19:26
당시에 이슈가 되었던 영화죠,
보지않았지만 본 것같은....줄거리를 다 알아,,,
2021.05.08 22:08
그런 영화들 있죠. 굳이 보지 않아도 다 아는!! ㅋㅋㅋ
2021.05.07 19:30
둘다 보긴 했는데 영화판을 먼저 봤던가...영화판 나오기전 만화판을 먼저봤던가 기억이 안나는군요. 만화판에선 담임교사가 악랄한 존재로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 영화판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2021.05.08 22:09
영화판의 기타노 선생은... 악랄하지 않은 건 아닌데 뭐 나름 갸도 인생 힘들었더라... 라는 구실 같은 게 주어지긴 하죠.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그런 걸 보여주니 더 쉴드가 되는 느낌인데, 아무리 그래도 결국 나쁜 놈인 건 맞지 않나요. 영화 초반에 학생들 죽일 때 진심 즐거워 보여서. ㅋㅋㅋ
2021.05.07 19:35
이 영화 여러 의미로 미쳤습니다. 일본이란 사회는 어떻게 되었길래 이런 설정이 태연하게 먹히는 건지 궁금해지더군요.
2021.05.08 09:00
전 박경리 선생이 일본 극딜하시던 말씀이 살짝 떠오르더라고요.ㅋㅋ 좀 너무 피상적으로 보신다는 느낌은 있지만 유사한 정서가 일본 문화컨텐츠 전반에서 자주 관측되는 것만은 사실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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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11:03
헉 ㅋㅋ 함부로 적용하긴 어려운데 일본 문화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의 폭력은 있는 것 같아요
2021.05.08 22:10
그게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죠. 이미 60~70년대 일본 만화들만 봐도 별별 설정들이 다 나오니까요.
데츠카 오사무랑 나가이 고의 옛날 만화들 몇 편 보고 나면 오히려 세기말, 21세기 일본 작품들 설정 같은 건 귀엽게 보이기도 합니다. ㅋㅋ
2021.05.09 11:03
데빌맨!! 사람 몸이 남아나질 않는...
2021.05.07 21:06
2021.05.08 22:11
보송보송 아련한 순면 감성! ㅋㅋㅋㅋㅋ
지금 보시면 뮤직비디오 보는 기분으로 보시긴 좀 어려울 거에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화면빨이 그렇게 깔끔하게 예쁘진 않습니다.
오히려 종종 타란티노 영화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타란티노도 그래서 그렇게 좋아했겠죠.
2021.05.07 21:24
영화는 물론 게임까지 이르는 "배틀로얄" 장르의 타이틀개척자로서 큰 존중을 받아 마땅한 영화이지요. 물론 당시보다 면역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ㅋㅋ
2021.05.08 22:13
근데 의외로 항마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요즘 일본 영화/애니들이 훨씬 버티기 힘들더라구요.
아무래도 감독 양반이 이거 찍을 당시 이미 칠순 나이였다는 게... 그러고보니 참 대단하네요. 그 연세에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다니. ㅠㅜ
2021.05.07 22:44
댓글을 아래에서 위로 읽어가봤는데
역시 제취향이 아닌 영화군요
2021.05.08 22:13
농약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 건강에 대략 좋지 않아요. ㅋㅋ
2021.05.08 10:24
독약 시퀀스는 다시 생각해도 진짜 절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장면은 이런 배틀 로얄 장르에서도 흔하게 나오지 않아서 귀한 느낌이죠.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가랏-! 써드맨!" 이에요.ㅋㅋ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가장 신났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이 영화 감독판을 케이블에선가 해줘서 본 기억이 있는데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에 대한 변명으로 넣은 쓸데없는 과거 플래시백이 너무 많아서 별로입니다. 사족 덩어리예요.
무매력 남주인공 1과 전학생 1 배우는 나중에 [도박묵시록 카이지] 영화판에 카이지와 후나이로 출연합니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소설판이 책꽂이에 꽂혀있는 걸 보니 제가 당시에 아주 열광했었던 것 같네요.(정작 사놓고 읽지도 않음)
2021.05.08 11:30
저도 2권 다 있지만 안읽었......;
(이거 완전 레어템이레요ㅋ 앞으로도 재출간될 일은 없지 싶은데.)
2021.05.08 22:15
써드맨 씬은 요즘 보기엔 살짝 난감하기도 했어요. 그 장면 자체는 괜찮은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20세기 영화 속 '그냥 컴퓨터만 있으면 뭐든 다 해버리는 초천재 해커' 장면 그대로여서. ㅋㅋ
독약씬 인상적이었죠. 런닝 타임 절약을 위해 한 방에 여럿 보내기 위해(...) 구상한 장면 같았는데, 그럴싸하게 설정 잘 잡고 이야기도 잘 짰어요.
전학생1은 현재 정치인으로 잘 나가고 있다지요.
원작 소설과 만화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저 프로그램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걸로 나옵니다.
영화는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일종의 충격 요법을 위해 처음 듣는 듯한 연출을 한 걸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