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에 나왔으니 벌써 7년이 흘렀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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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는 꽤 간지가 납니다?)



 - 아시다시피 '테이큰'의 리암 니슨에겐 자신과 이혼하고 부자 남편이랑 살고 있는 아내와 다 큰 (하지만 아직은 대학생) 딸이 있죠.

 시작은 또 가족 이야기입니다. 우리 팜케 얌센 아내님께선 현 남편이랑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이혼을 생각 중인데, 전남편을 종종 만나서 다정하게 그런 얘길 나누고 그래요. 그리고 딸은... 아직 대학생인데 임신을 해버렸네요. 이러쿵저러쿵 가족들 상황에 대한 기본 셋팅을 끝내고, 아내가 살해당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죽은 장소는 리암 니슨의 집. 그리고 시체를 발견하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칼타이밍 러시로 들이닥치는 경찰. 일단은 체포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직업병(?)이 발동하여 그 경찰들을 다 두들겨 패고 탈출해버리는 리암 니슨옹. 완전 유능 포레스트 휘테커 형사의 추적을 뿌리치며 '내가 스스로 범인 찾아 누명 벗고 원수를 무찌를 테다!!!' 라며 어마어마한 경찰 업무 방해와 민폐 액션을 예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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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어디에 있든 널 찾아내겠어)



 - 전 사실 이 영화 얘기를 하기에 그리 최적화된 관객은 아닙니다. 1편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나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그래서 2편은 아예 안 봤거든요. 난데 없이 3편을 봐 버린 건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놓고 노가리 깔 영화가 필요해!'라며 넷플릭스 서핑을 하다 이걸 선택했기 때문이구요. 그래서 사실 별로 할 얘기도 없지만... 그냥 봤으니까 적습니다. 전 그런 인간... ㅋㅋㅋㅋ



 - 일단 시작부터 당황스럽습니다. 음... 우선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정확한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상당히 여유롭게 가족 이야기를 늘어 놓죠. 그래도 뭐 말하자면 '삼부작의 마지막' 이고 완결편이니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어요. 시리즈 팬들 생각해서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문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되면서 찾아오는 당혹감입니다. 이건 딱 '도망자' 잖아요? 제가 기억하는 '테이큰' 시리즈의 성격과 '도망자' 이야기는 전혀 맞지가 않아서요. 1편만 갖고 말하자면 이 영화의 매력은 거침 없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악당들을 무찌르고 고문하며 못살게 구는 먼치킨 할배의 쇼 구경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도망자' 스토리라면 영화 내내 도망치는 게 메인이 되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범인이 누군지를 모르니 우리 살인 기계 리암 니슨옹께서 추리, 수사까지 하셔야 하는데 누가 '테이큰' 시리즈 완결편에서 그런 걸 기대한다고...


 뭐 그래도 제작진이 거기에 신선한 아이디어 같은 걸 막 불어 넣어 놨다면 괜찮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게 그런 기대치를 가져볼만한 시리즈도 아니고. 당연히도 슬픈 예감은 빗나가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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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보시려면 거의 한 시간 기다리셔야합니다)



 - 문제점이 너무 많지만 몇 가지만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1. 기본 스토리가 이렇다 보니 영화 내내 악당보다 경찰을 더 많이, 더 자주 상대해야 하는데, 아무리 우리 주인공이 살인 기계에다가 억울하고 빡치는 상황이라 해도 결국 주인공이잖아요. 경찰의 목을 꺾고 경찰들 얼굴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순 없으니 대부분이 도망치는 액션이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액션의 쾌감이 죽어요. 일부러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클라이맥스의 액션 직전까지 니슨 옹이 한 명도 안 죽이던 걸로 기억합니다(...)


 2. 또한 그 도망 액션은... 뭐 그래요. '도망' 액션에서 중요한 건 아이디어거든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저걸 어떻게 따돌리지? 이런 게 계속 나와줘야 하고 거기에서 뭔가 기발한 게 나와줘야 하는데... 이 영화가 내놓는 해답은 계속 '우리 니슨옹은 킹왕짱!' 뿐입니다. 분명히 빠져나갈 구석이 없는 공간에 있었고, 화면 편집상으로는 빠져나갈 타이밍이 안 나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는데, 다음 장면엔 그냥 주인공이 '이미 나와 있었네' 라고 넘어가는 식의 전개가 아주 여러번 나와요. 굉장히 맥 빠지죠.


 3. 자꾸만 주인공과 아내, 딸간의 애틋함을 강조하고 싶어하며 실제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솔직히 테이큰 시리즈 보면서 이 분 가족들에게 정까지 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 장면들은 그냥 완벽한 시간 낭비 같았어요. 물론 팬서비스일 순 있는데, 그럼 좀 와닿게 잘 만들든가요.


 4. 적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가장 큰 문제 하나만 더 지적하고 끝내자면.

 주인공은 처음부터 도망칠 필요가 없습니다. 악당의 음모는 정말 유치하고 수준 낮기 그지 없어서 그냥 멀쩡하고 정상적인 수준의 경찰 수사라면 주인공은 체포된 그 날 바로 풀려났을 거에요. 그러고나서 맘껏 범인 잡으러 다니면 되거든요. 이게 뭐 나중에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상황이 그렇게 제시가 됩니다. 주인공에겐 너무나도 선명하고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고 그게 관객들도 다 이해하도록 제시가 되는데, 주인공만 그 생각을 못하는 바보 멍충이인 거죠.


 애초에 알리바이가 없든가. 아님 악당들이 좀 더 치밀했든가. 혹은 경찰이 무능 or 부패했든가. 이랬어야 주인공의 행동이 정당화되는데 처음부터 알리바이는 확실하고 악당들은 아무 생각이 없으며 경찰은 유능하고 정의롭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시작부터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고. 이후에 쌓이는 폭발한 자동차 더미, 시체 더미들이 몽땅 다 낭비인 동시에 주인공 책임이 되는 거죠. 그리고 이런 상황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쭉... 가니 이건 뭐... ㅋㅋㅋㅋㅋ 이 영화에 정말 일말의 현실 감각이라도 있었다면 영화가 끝날 때 주인공은 아내 살해 혐의를 벗음과 동시에 종신형을 받았을 겁니다.



 - 그래도 장점이 뭐가 있을까요? 음... 제 생각엔 없는 것 같습니다.

 시리즈 내내 개근한 중요 캐릭터를 죽여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놓고선 스토리가 그 선택을 전혀 책임지지 못하구요.

 액션도 특별할 게 없어요. 탈주 액션은 그냥 요란하기만 하고, 컷을 짧게 퍄퍄퍅 이어 붙여서 뭔가 있는 척하지만 그냥 멋 없습니다. 막판 가서 할배님의 살육 쇼가 벌어지면 좀 낫지만 그것도 그다지 인상적인 건 없고...

 스토리 전개도 진짜 구리고 호흡도 별로여서 종종 늘어지는 느낌이 들구요.

 뭣보다도 사람들이 '테이큰' 하면 떠올리는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내다 버린 이런 각본으로 뭐하러 영화를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내내 저를 괴롭혔습니다. 차라리 그냥 이번엔 아내와 딸이 모두 납치 당해서 니슨옹이 도시 하나를 다 박살내며 악당 한 200명쯤 죽여버리는 단순 포악 액션으로 만들었음 '컨셉 확실하네!'라는 칭찬이라도 해줬을 텐데. 이건 정말 이도 저도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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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영화 역사 최고의 무매력, 무개성, 무존재감 빌런을 꼽는다면 일단 노미네이트까진 확실시!)

 


 - 결론은.

 시리즈 팬이라면 실망만 할 테니 안 보는 게 낫고.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애초에 볼 이유가 없으니 안 보는 게 나은.

 인류의 소중한 한 시간 55분을 위해 넷플릭스에 삭제 건의를 하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뭐 이게 완전 쓰레기 영화다! 이런 건 아니에요. 이것보다도 못 만든 액션 영화는 얼마든지 넘쳐 나죠.

 하지만 전 애매하게 못 만들면서 장점이나 특징을 찾기 힘든 흐리멍텅한 영화를 제일 싫어하구요.

 테이큰3은 제게 그런 영화의 완벽한 사례였습니다. 그나마 친구랑 씹으면서 봤기에 망정이지 혼자 봤음 중간에 껐을 거에요. 레알.




 + 근데 사실 나름 팬들을 위한 배려가 없진 않아요. 도망만 다니는 초반 액션 씬을 보면 경찰 상대 도망 액션치곤 많이 격한 액션씬들이 나오거든요.  자세히 안 보여주지만 현실이라면 경찰 몇 명은 죽었을...;



 ++ 포레스트 휘태커의 역할은 그저 '감탄'해주는 역할입니다. 등장하자마자 무슨 리암 니슨 팬클럽 회장처럼 행동하면서 계속 칭찬만 해요. 뭐 이런 영화에 그런 캐릭터가 필수인 건 맞는데, 그러면서 본인 할 일을 아예 안 하니 나중엔 웃기더라구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용의자가 가진 핸드폰이 북쪽으로 이동중인 신호가 잡힙니다!!" 라고 부하가 보고하면 "놈은 이미 사라졌어. 시간과 인력 낭비를 하지 마라."

 ...이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그렇게 확신하더라도 일단 확인은 시켜야죠. ㅋㅋㅋㅋ 심지어 마지막엔 '난 니가 범인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어' 라는데... 허허허헐. 그 얘길 왜 그때까지 참고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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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팬클럽 회장입니다!)



 +++ 테이큰 세계에는 현실과는 다른 두 가지 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나쁜 놈은 얼마든지 죽여도 괜찮다. 2)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면, 그래서 억울함을 푸는데 성공한다면 그 과정에서 저지른 일들은 모두 면책된다.

 그렇다면 리암 니슨의 극중 행동과 이야기의 마무리도 이해가 불가능하진 않을... (쿨럭;)



 ++++ 실제로 뤽 베송의 사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제작한 영화들을 보면 인종 차별주의자라든가, 극우파라든가... 이런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긴 해요. 이 사람이 제작해서 제일 히트친 시리즈가 택시 시리즈와 트랜스포터 시리즈, 그리고 이 테이큰 시리즈인데. 트랜스포터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그 외의 영화들은 '외부자들' 묘사하는 폼이 참 일관성 있네요. ㅋㅋ



 +++++ 아. 그러고보니 딱 한 가지 맘에 드는 게 있긴 했네요. 영화를 안 본 사람도 모두 다 들어봤기로 유명한 그 1편의 명대사(?)를 두 번에 걸쳐 재활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변형해서 써먹으니 반갑더군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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