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2분. 도입과 마무리를 책임지는 액자 스토리 하나 + 단편 4편으로 구성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앤솔로지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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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롬 더 디렉터스 오브... 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두 영화는 호러가 아니라는 게 좀 어색합니다. ㅋㅋ)



0. Tape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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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자 에피소드죠. 위 짤의 남녀가 주인공입니다. 둘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흥신소 직원들이에요. 바람피우는 남편을 미행해서 증거를 잡아달라... 이런 의뢰를 받고 캠코더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처음에 짧게 나오구요. 그 다음 의뢰는 소식 끊어진 아들래미 집에 가서 상태 좀 봐달라는 엄마의 부탁이네요. 뭐 이런 걸 흥신소에 의뢰하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주인공 둘이 딱 그 얘기를 해서 피식 웃었습니다.

 암튼 들어간 집은 난장판이고. 그 와중에 VHS 테이프들이 굴러다니는 거실에서 여자 직원은 거기 쌓여 있는 수상한 테잎들을 보고, 남자는 집을 좀 둘러보기로 역할을 나눕니다. 뭔가 수상한 그림자가 집을 배회하는 가운데 여자는 첫 테이프를 틀고...



 - 이런 류의 앤솔로지 영화들은 이렇게 액자 구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죠.

 근데 솔직히 그런 액자들 대부분은 별로 재미도 없고 무섭지도 않거든요. 아무래도 본편의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어내야 한다는 의무 때문에 이야기가 대충대충 흘러가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 수많은 액자들 중에... 이 액자는 나름 탑티어에 넣어줄 정도로 괜찮은 액자였습니다.

 이 에피소드 자체가 되게 재밌었단 얘긴 아니구요. 어디까지나 '액자들 중에서' 상위권이었다는 얘깁니다. ㅋㅋ



1. Phase I Clinical T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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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눈에 주목)



 - 병원에서 시작됩니다. 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남자가 무슨 회사의 첨단 기술로 인공 안구를 이식 받았어요. 근데 이게 잘 작동되는지 확인차 며칠간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녹화하겠다는군요. 사생활 침해 아니냐고 따져보지만 첨단 기술 공짜로 쓰는데 그 정도야... 라는 의사의 말에 그냥 납득하고 나와 집을 향합니다.

 이후는 간단해요. 귀신이 보이는 거죠. 지지직! 하는 짧은 전조 후에 귀신이 나타나는데... 이 양반은 이런저런 납득 안 되는 구실로 그 집을 떠날 생각도 않고 계속해서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 사실상 스토리 없이 그냥 설정 하나로 밀고 나가는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중간에 등장 인물 하나가 추가되긴 하지만 별 의미 없구요. 그냥 눈 이식 받았더니 귀신이 보인다! 라는 흔한 설정 하나만 갖고 노는, 어찌보면 참 게으른 에피소드인데. 그런 것치곤 은근 괜찮습니다. 그냥 감독 센스가 좋아요. 적절히 긴장시키고 적절히 놀래키는, 관객들 갖고 밀당하는 솜씨가 좋아서 아무 내용 없고 결말도 허망함에도 불구하고 괜찮게 봤습니다.



2. A Ride in th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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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 좋은 청년이 산길에서 여자 친구랑 통화를 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악 자전거 타러 왔다나봐요. 당연히 고프로 같은 카메라를 헬멧과 자전거에 달아 놨겠죠. 여자친구에게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가벼운 타박을 듣고선 라랄라 출발했는데... 숲속에서 어떤 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도와달라네요. 어찌저찌 하다보니... 네. 그 여자는 좀비가 되었고 우리 착한 청년은 물려요. 그리고 잠시 후 본인도 좀비가 되어 숲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머리 위의 카메라와 함께.


 - 역시 딱히 스토리랄 게 없습니다. '좀비 시점을 구경시켜주마!' 라는 아이디어 하나가 에피소드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사실 그 아이디어 자체도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또 생각해보면 같은 아이디어의 다른 영화를 본 기억도 없네요. 그럼 됐죠 뭐. ㅋㅋ

 첫 번째 에피소드가 별 아이디어 없이 연출력만 갖고 승부했다면 이 영화는 반대로 아이디어가 영화의 90%입니다. 이게 의외로 신선하고 재밌고 웃겨요.

 나름 이야기의 마무리도 깔끔하게(?) 맺어주는 센스도 있어서 아무 줄거리 없는 에피소드임에도 괜찮게 봤습니다.



3. Safe H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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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비 교주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를 인터뷰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어찌저찌 대화를 나누다가 '그럼 하루 날 잡아서 우리가 그쪽 본부 찾아가 영상 취재 좀 하겠습니다'로 마무리를 짓죠. 그래서 찾아갔는데... 일단 이 친구들 뭔가 상태가 안 좋습니다. 자기들끼리 별로 사이가 안 좋고 호흡이 안 맞아서 인터뷰 진행도 잘 못 하고 민폐를 끼치네요. 심지어 비디오 인터뷰 한다고 간 놈들이 카메라 충전도 안 해놓고...; 그래서 보조 배터리를 가지러 가네 마네 하는 사이에 지들끼리 삼각관계 폭로가 터지고. 지들끼리 찡찡거리는 가운데 갑자기 교주 아저씨가 "이제는 시간이 되었다!!!!!" 라고 선언합니다. 무슨 시간이 된 걸까요.



 -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 중 거의 유일하게 '스토리' 같은 게 있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그 스토리가 참 구려요. ㅋㅋㅋㅋㅋ 에피소드를 대략 절반으로 나눠놓고 앞부분은 설정 잡고 스토리 전개하는 부분, 그리고 나머지 뒷부분은 뭔가가 쾅! 하고 터진 후 그냥 호러와 액션으로 막 달리는 부분. 이런 식의 구성인데요. 앞부분은 정말 스토리도 구리고 설정도 구리고, 파운드 푸티지라는 장르의 규칙도 노골적으로 개무시하는 느낌이 가득해서 실망스럽습니다. 이게 '레이드' 감독의 에피소드라 제일 기대했는데 참 안타까웠죠.


 헌데. 중간의 그 국면 전환 후 마구 달리는 파트가 상당합니다. 그냥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좀 끝내줘요. ㅋㅋ 아주 속도감 넘치게, 경악스런 장면들을 쉴 틈 없이 쏟아 부으면서 그냥 결말까지 달려버리거든요. 전반부의 그 허접함을 다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허허.



4. Slumber Party Alien Ab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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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말로 그냥 에피소드 제목대로의 이야기입니다.

 한 남매의 집. 부모님은 오늘 집에 안 돌아오신대요. 그래서 누나는 남자 친구를 부르고 어린 동생은 자기 친구들을 잔뜩 부르죠. 그리고 서로를 몰래몰래 카메라로 찍어가며 괴롭히고 놀리며 야비한 하루를 보내는데... 누나와 남자 친구가 그 집 강아지에 카메라를 달아 놓고 동생을 한참 놀리던 찰나에 콰쾅! 외계인들이 나타나 이들을 납치하기 시작해요.



 - 역시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가는 겁니다. 이번엔 '강아지캠'이 그 아이디어구요.

 당연히 어마어마하게... 어지럽습니다. ㅋㅋ 파운드 푸티지 싫어하는 분들 중엔 카메라 흔들림으로 인한 멀미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 그런 분들이 이 에피소드를 보시면 극한의 멀미를 체험하게 되실 거에요. 근데 그 정신 산란한 어지러움이 '외계인 납치'라는 상황과 잘 어울리더라구요. 도대체 제정신으로 겪을만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스토리가 없으니 보고 나서 남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 꿈 희망 한 점 없이 혼란스러운 느낌 하나는 꽤 강하게 각인을 시켜줍니다. 재밌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야말로 묘한 체험이었네요.




 + 종합하면, 괜찮은 90분이었습니다.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확실한 컨셉과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들이 다 괜찮아요. 연출력도 이 정도면 고르게 괜찮은 편이구요.

 뭣보다 쓸 데 없이 위악적인 캐릭터 & 전개 같은 게 없어서 좋았네요. 세 번째 에피소드가 좀 폭주하긴 해도 그렇게 막 불쾌한 방향은 아니었구요.

 막 나가는 B급 호러들 좋아하시면서 가볍게 즐길 영화가 하나 필요하시다면 시도해볼만 해요. 전 꽤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 전 올레티비 vod로 봤거든요. 무료여서 참 감사했습니다만...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무지막지한 블러 공격을 견뎌내셔야 합니다. =ㅅ= 다른 에피소드들은 19금 호러 영화치곤 고어가 거의 없는 편인데 세 번째 에피소드는 참 다채롭게 폭발하거든요. 근데 그걸 완전 철통 수비로 막아내는 친절함 덕에 고어에 약하신 분들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음...;;



 +++ 보다보면 좀 웃깁니다. 

 영화 제목은 vhs인데 영화 속 등장하는 도구들 중에 vhs가 없어요. 액자의 주인공들만 vhs 테이프를 쓰죠. 근데 도대체 21세기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공들여 편집해서 굳이 vhs에 집어 넣어야 할 이유가... ㅋㅋ


 근데 보다보면 영화 내용이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파운드 푸티지 간판을 달고 있는 영화지만 진짜 파운드 푸티지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거의 안 해요. 액자까지 모두 다섯 개의 에피소드들 중 보면서 저게 저렇게 녹화되어서 전해질 수 있겠다... 싶은 이야기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그냥 제작비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이자 컨셉 아니었나 싶네요. 저화질 영상으로 카메라를 흔들어대면 허접한 특수효과들이 거의 티 안 나게 덮이니까요. 

 하지만 뭐 괜찮았습니다. 그런 설정을 영화 속 아이디어로 잘 살려냈으니 불평할 이유는 없겠죠.



 ++++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검색을 하다가 깨달았는데... 제가 v/h/s 1편은 봤더라구요? ㅋㅋ 검색해서 에피소드 리스트를 보니 그제서야 떠오르는 기억!!

 대략적인 기억으로 저는 2편을 훨씬 좋게 봤습니다. 1편도 특별히 나쁘진 않았는데, 딱히 맘에 들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근데 2편은 맘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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