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2021.03.28 10:41

어디로갈까 조회 수:924

아파트 단지 안에 한달에 두어 번 이용하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맥주가 떨어져서 좀전에 다녀왔는데요, 알바생이 바뀌었더군요. 매우 무뚝뚝한 청년이었어요. 제가 다른 물건들도 구입하느라 상품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도 듣는 둥 마는 둥 거르면서 노트북을 열어두고 파워포인트로 무슨 자료를 만들고 있더군요. 그렇게 꼭다문 입매와 고집스런 눈빛에 호감을 갖는 경향이 있어서 귀엽게 봤습니다.  

그 비매너를  대하노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아 이것이 상처받은 자의 제스처이구나~'를 제게 인식시켜준 사람. '아아 이게 천재이구나~'라는 걸 섬광처럼 알려준 사람.
그는 우리 동기 중에서 가장 쭉쭉 뻗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재능도 있지만 줄도 잘 선 감이 있죠. 그러나 저는 그가 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첫 끗발에 편승하는 얕고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의 재능이 다 꽃피워보지 못하고 시들지 않을까 싶어서요.

1인칭 주관적 시점이 들어가는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무튼 알바 청년에게서 받은 인상 때문에 그 편의점을 앞으로 두세 배는 더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실토하자면 굉장히 잘 생긴 청년입니다. 저는 외모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깊은 분위기와 마주치면 약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_-

덧: 사실은 책 소개 하나 하고 싶었는데, 그 청년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책 소개는 오늘 내로 함 써보긴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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