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19:18
예전에 외국에서 홈스테이를 한적이 있어요.
꽤 다양한 미국 가정 홈스테이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외국인 홈스테이를 원하는 가정들은 뭔가 가족에 대한 특별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
모지역에 살던 캐롤의 가족도 그랬어요. 호스트 캐롤의 딸은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너무 독특했죠. 원래 목소리가 그렇지 않았대요. 그런데 아프면서 변했다고 하는데 심한 목감기에 걸려 잔뜩 가래를 달고 말하는 목소리
같았어요. 일부로 그렇게 내는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이 너무 이상했죠.
처음 그 사람에게 놀랬던건 슬쩍 지나가다 본 방의 광경때문에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여자아이였는데...방은 말그대로 동굴이었어요. 제게는 난장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동굴이요.
유일하게 밖으로 개방된 작은 창문 하나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밀실 같은 방이었죠.
어두운 방안에는 옷가지와 알수없는 가구들이나 종이상자들이 발디딜 틈 없이 빼곡했고 그게 이상한 형태로 늘어져 있었어요. 바닥도 뭔가로 가득차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 방을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반쯤열린 방문으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빛이 새 나오는 유일한 창문이 점처럼 느껴지고, 그걸 기준으로 방안을 가득채운 이상한 물건들이 원심력을 가진양 소용돌이 치며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거에요.
질서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워낙 알수없는 물건들이 가득했고 그것들의 빼곡한 모양새가 워낙 밀도 높게 느껴져서, 소용돌이로 디자인된 공간이 구축된 듯한 이상한 착시를 일으키는...
처음 그 모습을 우연스럽게 보고 너무나 뜻밖이고 압도적인 광경에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방을 본적이 없었거든요.
요즘 저희 집이 정말 엉망진창이에요. 오늘도 나오면서 스스로 혀를 차며 나왔어요. 내겐 일말의 위생관념도 없단 말인가. 이 꼴은 뭘까..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치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 때문일거에요. 울며겨자먹기로 목요일 밤부터 게으르게 정리를 시작하죠. 처음엔 스팀청소기 까지 이용하면서 꽤나 정교한 작업을 했는데 근래엔 진공청소기로만 대충 밀고
끝이에요. 예전엔 빡세게 2시간 딱 하고 마무리 했던 청소가 점차로 너무너무 하기싫어지면서 요즘엔 한 6시간 걸리는것 같아요. 느릿느릿..몸을 비틀며 억지로 하거든요.점점 집안은 더러워지고 있죠.
요즘 정말 청소가 너무너무 싫어요. 어지러진 집안 꼴도 보기 싫은건 매한가지지만 뭔가 정리가 안되요. 쓰레기통을 옆에두고도 책상위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두죠.
문득 방의 상태가 제 정신상태와 기묘하게 싱크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요즘 제가 굉장히 피폐한데 그게 실체화된게 방의 상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예전에는 단지 제가 치우는 버릇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방을 정돈하는게 정말 버릇의 문제인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들어요.
상황이 평행선이 아니라 점점 더 열악해지거든요. 주기적인 청소조차 끔찍히 싫어지고 있죠.
그냥 이대로 집을 버리고 이사가고 싶어요.......
뭔가 정리가 안되는 글이네요...;;
이번주는 방문하는 손님이 없어 일주일넘게 방이 엉망인채로 수습못하고 있거든요..심란해서 이런글 쓰나봐요...
2015.11.21 19:36
2015.11.21 19:47
청소를 최대한 미루시고 그 직전에 치우시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네요.
2015.11.21 20:12
방이란 게 오래살 수록 청소가 힘든 거 같아요. 계속 물건은 늘어나니까... 저는 이럴 때 눈 딱 갑고 물건버리기를 해요. 그럼 자연스레 대충 청소도 되고 앞으로 청소도 쉬워지더라구요.
2015.11.21 20:59
청소상태와 심리상태가 연관되어있는 건 맞는듯해요.
멘탈이 엉망인 시절엔 방꼬라지도 똑같이 엉망이 되더라고요.
전 그래서 그냥 물건을 웬만하면 다 버렸습니다.
누가 그러대요. 물건을 버리는 기준은 필요/불필요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가/안드는가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필요고 뭐고 생각할 것도 없이 버리라고요.
무엇보다 버리면서 방이 점점 비는 걸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_-;;;
2015.11.21 21:31
청소하기 쉬운 상태일때 청소를 하게 되는건 맞는것 같아요.
처음 이사오고 제가 청소에 재미를 느꼈던게 '세상에..이전집보다 청소가 이렇게 쉽다니..이렇게 청소하기 좋게 탁 트인 집이라니! 이렇게 잘 닦이는 바닥이라니!'하면서 즐겼거든요.
제 심리와 더불어 물건이 북적대서 더 하기 싫은걸수도 있겠어요. 주말동안 좀 다 버려볼까요...
2015.11.21 22:16
병이 아니고 하지 않는겁니다 저
2015.11.21 23:09
2015.11.22 07:01
지구가 이나마라도 깨끗한 것은 자기방을 치우지 않고 사는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2015.11.22 12:26
푸하하 참신한 시각이네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3079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9869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60120 |
115406 | 테스코의 말고기 햄버거 사건 [13] | archway | 2013.01.16 | 4281 |
115405 | 고쇼 폐지된다네요 [9] | 감자쥬스 | 2012.10.19 | 4281 |
115404 | 어떤 직군에 대한 로망 [19] | 보라색안경 | 2011.03.26 | 4281 |
115403 | 1982년생 여러분 이제 곧 30살입니다 [23] | Wolverine | 2010.12.30 | 4281 |
115402 | 카라가 김치를 기무치라고 했다고 까이네요 [36] | nomppi | 2010.12.03 | 4281 |
115401 | [신간] 최근 출간 된 장르 서적들 [4] | 날개 | 2010.11.25 | 4281 |
115400 | 6명 다 아는 사람 [14] | 가끔영화 | 2010.08.13 | 4281 |
115399 | 일요일날 맛있는거 하나 알려드리죠 [8] | 가끔영화 | 2010.07.25 | 4281 |
115398 | 고인 능욕 놀이하는 메갈리안들 [30] | 아지라엘 | 2015.09.14 | 4280 |
115397 | SBS 룸메이트... 손발이... [5] | 달빛처럼 | 2014.05.18 | 4280 |
115396 | 박규리 덕후, 김희철 덕후 [1] | 자본주의의돼지 | 2013.03.10 | 4280 |
115395 | 요새 제가 예뻐라 하는... [7] | DJUNA | 2011.09.23 | 4280 |
115394 | 목수정 정명훈 사건은 어떻게 되었나요? [5] | 잉여공주 | 2011.02.09 | 4280 |
115393 | 소녀시대 정말 대단한 역사를 이룬거 같아요 [5] | 가끔영화 | 2010.11.19 | 4280 |
115392 | 이거 남자도 가능한가요?? [19] | 서리* | 2010.08.19 | 4280 |
115391 | 다른 게시판에서 보고 빵터진 짤. [11] | 푸른새벽 | 2015.06.02 | 4279 |
115390 |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나눕니다. [20] | 이안 | 2014.09.15 | 4279 |
115389 | 소송으로 흥한 자, [15] | 닥터슬럼프 | 2013.05.15 | 4279 |
115388 | 방향이 어정쩡한 함수 - 치마를 내리는 크리스탈 [14] | catgotmy | 2014.07.02 | 4279 |
115387 | 어쩌면 그냥 ㅂㄱㅎ 찍어서 [44] | 그런 잉여 또 없습니다 | 2012.10.11 | 4279 |
혹시 여윳돈이 십여만원쯤 있으시면 정리전문가를 불러 걍 해결하시는건?? 치우는 게 습관이 안되면 정리는 노동인거죠.뭐.
그래도 정리가 되고나면 정신도 확실히 차분해집니다.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실수도 있구요. 돈 쓸만한 일이라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