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를 며칠 앞두고 여자 친구와 카톡으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절대로 초콜릿은 주기가 싫데요. 과자회사들의 상술이라고 자기는 서로 실용적인 물건을 주고 받았으면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너에게 받는 첫 발렌타인 데이 선물인데 초콜릿을 받고 싶다고 우겼지요. 그런데 여친이 절대 굽히지 않아 저는 전자책을 선물받고 여친에게는 커피 세트를 주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전 초콜릿은 못 받더라도 영화는 같이 보고 싶은 게 있다하면서 여친에게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이나 <남자 사용 설명서>둘 중에 하나를 같이 봐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했습니다. 여친은 자기가 로맨틱 코미디는 너무 싫다고 두 편다 도저히 못보겠답니다. 자기가 요즘 너무 일 때문에 힘드니 주말에라도 편히 쉬게 해주면 안되겠냐 해서 이것도 포기하고 결국 <헨젤과 그레텔>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늦은 발렌타인 데이를 오늘 치르기로 했는데, 여친이 어제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헨젤과 그레텔 상영시간 40분을 넘기고 온 거에요. 저는 영화 첨 부터 다 봤지만 좀 아쉽더군요. 그 다음 여친이랑 서점가서 책 구경하는데 한 시간 지난후 시간을 묻더니 영화관에 다시 돌아가잡니다. 자기가 이어폰을 놓고 왔다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영화관 밖 벤치에서 기다리는 데 여친이 갑자기 영화관 입구로 끌고 가더니 저에게 표를 건네 주면서 빨리 극장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표였습니다!!!!!!!! 그래서 전 너무 재미있게 영화를 보는데 역시나 여친은 중간에 좀 힘들어하더군요;; 아무튼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영화를 봤다는 기쁨에 저녁을 패밀리레스토랑 부페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친 직장이 힘든 일이랑 겹쳐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운 됐어요. 아무튼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얘기할까하고 롯데 마트를 둘러보다가 여친이 '아니 평소에 단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초콜릿은 왜 그리 찾아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한테 받는 초콜릿이 다른 초콜릿이랑 같을 수 있겠니?' 하고 대답해줬지요. 그랬더니 여친이 초콜릿이 다 거기서 거기지 무슨~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사물함에 짐 좀 넣어놨으니 좀 찾아줘요' 하고 키를 주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사물함 가서 열쇠를 꽂고 열어보니..... 글쎄 초콜릿이 가~득찬 선물 상자가 있는 것이에요 ㅠㅠ 여친은 아침에 와서 사물함에 초콜릿을 넣어놓은 거에요;; 그런데 제가 초콜릿을 받고 어안이 벙벙한데도 조금의 과시나 이런 것 없이 쿨 하게 넘어가요. ......

아, 연애는 이래서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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