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장례식장

2013.01.21 03:25

!(◎_◎;) 조회 수:4252

혼자 살아왔고, 앞으로도 독거중년을 거쳐 독거노인으로 살다 고독사 할 것 같지만 뭐 그게 내 운명이겠거니 그런 삶도 있는거야 하며 살고 있는데, 동료의 장례식장에 참석하고 온 뒤 그래도 내 시체가 묻힐 때 누구 한 사람은 날 위해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민자는 원래 친구가 적다지만, 이 친구의 경우 원래 살던 나라를 떠나온 것 뿐 아니라 그쪽 세계가 속한 커뮤니티 자체를 종교적 문제로 오롯이 떠나온 사람이라 더 친구가 없었습니다. 아직 어리다 할 수 있는 나이고 (20대 중후반) 힘들게 일한 돈 대부분을 고국의 부모에게 보내면서도 재밌게 살아가려 노력하던 사람이었고, 갓 결혼한 배우자에 대해 '좋은 사람 찾는다고 엄청나게 고생하다 드디어 찾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배우자 찾던 중 만났던 한국사람 얘기도 하곤 했었는데 딱히 한국얘기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어색하게 웃으며 도망갔었죠;

종교계에서 쫒겨나긴 했어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믿던 종교를 아직 믿으며 '난 XX신자'라고 당당히 밝혔었고, 이러저러한 교리를 따르지 않는 널 어떻게 그 종교신자라고 증명할 수 있느냐는 제 질문에 '왜냐면 그 신이 내 안에 있으니까'라는 참 철학적인(;) 대답을 해서 제 입을 다물게 하기도 했었죠.

여튼 본인이 그쪽 종교라 장례는 종교에 맞춰서 치루어서 그쪽 장례절차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음 좀 황당하더군요. 심하게 말하자면 연고없는 시신 가매장하듯;; 후닥닥 덮어버려 장례식장의 몇 안되는 사람 모두 벙찐 표정으로 준비해간 꽃을 어느 시점에 어디에 놔둬야할 지 몰라 벙벙한 상태로 있다 '저 종교가 원래 저렇대'라는 누군가의 속삭임으로 황망히 꽃을 내려놓고 각자 흩어졌습니다.

결국 직장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한 모임을 따로 가져 고인을 기리며 꽃을 바쳤죠. 장례식장에서도 배우자를 제외하면 사적인 친구라곤 단 한 명도 없이 오로지 몇 안되는 직장사람이 전부였는데, 추모식에서는 일하던 사람들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모였기에 그나마 사람이 좀 되더군요. 그 중 몇 년을 같이 일해온 동료 몇몇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걸 보며 참으로 뜬금없게, 난 장례란 것도 없이 가매장될 지 모르지만 ---뭐 그래도 별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날 위해 눈물 흘려줄 사람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깜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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