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영화죠. 한 시간 사십분쯤 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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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에 있는 사라 폴슨의 모습을 비춰주며 시작합니다. 방금 아기를 낳았는데 과정이 좀 안 좋았나봅니다. 신생아실에 누워 있는 자기 아기를 바라보며 "괜찮겠죠!???" 라고 외치는데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아니하고. 갑자기 천식을 비롯해서 각종 중증 질병들 이름이 자막으로 하나씩 뜨면서 대략 20년 후. 

 우리 사라찡은 다 큰 딸을 데리고 둘이 살고 있어요. 딸은 자기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하고 합격 통지를 고대하며 지내고 있는데... 일단 걷지를 못해서 휠체어에 타고 있고 매일매일 하루 세 끼 약을 챙겨 먹는데 몸이 정말 종합적으로 안 좋아서 걸핏하면 토하고 그러네요. 아마 학교도 못 다니고 집에서만 재택 학습으로 자란 듯 합니다. 엄마는 이런 딸을 늘 미소 띤 얼굴로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피는데... 어느 날 딸은 우연히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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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모녀의 모습)



 - 이 감독의 전작이자 데뷔작인 '서치'는 아이디어가 선명하고도 찬란하게 빛나는 영화였죠. 시작부터 끝까지 컴퓨터, 스마트폰의 화면으로만 전개되는 장편 스릴러 무비!! 라는 눈에 확 띄는 컨셉 때문에 사실 그 아이디어를 제외한 다른 측면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묻히는 느낌도 있고 그랬습니다.

 반면에 이 '런'은 괴앵장히 평범한, 흔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고 스타일이나 아이디어 면에서 튀는 부분도 없습니다. 감독의 일생 아이디어가 그 영화 한 편으로 끝난 걸까요? 아님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고른 걸까요. 글쎄 뭐 제가 그 감독 지인이 아니라서 정답은 모르겠지만 만약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면 이 감독이 좀 크게 될 양반이 아닌가 싶습니다. 샤말란 같은 경우를 봐도 그렇고 데뷔작의 개성으로 크게 주목 받은 감독이 다음작에서 이렇게 사람들의 기대를 내다버리고 정공법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서요.



 - 듀나님 리뷰를 보면 이 영화는 예고편이 스포일러인 영화, 캐스팅이 스포일러인 영화... 와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음... 그게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아예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이게 인간승리 휴먼 드라마인지 SF인지 액션인지 장르도 모르고 그냥 보는 관객이 아닌 이상에야 이게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눈치 채지 못할 수가 없어요. 도입부 첫장면부터 수상한 낌새를 대놓고 풍기고 5분만 보면 대략적인 진상을 다 파악할 수 있는 노골적인 힌트를 주거든요. 예의상 그 진상이 클라이맥스 직전에서야 폭로되긴 하지만 감독도 그걸 관객들이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숨기려고 맘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을 힌트를 일부러 초반부터 막 던져주니까요. 어차피 니들 다 짐작할 테니까 '나 이거 금방 눈치챘음!' 이라고 잘난 척 못하게 아예 내가 직접 쉬운 힌트를 줘버리겠다!!! 라는 느낌? ㅋㅋㅋ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뭔가 좀 도전적인 태도로 만든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트릭도 없고 숨겨 놓은 '충격적 반전'도 없으니 남는 건 뻔한 상황 전개 속에서 스릴을 만들고 재미를 주는 것 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결국 자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에 모든 걸 걸고 정면 승부를 시도하는 영화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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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모녀의......???)



 - 그리하여 결과물은 어땠냐... 라고 묻는다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스토리와 설정이면 이런 장면 나와줘야지' 싶은 상황들이 줄줄이 계속 나와요. 그런데 그 상황들 속에 '클리셰 덩어리'를 벗어나게 해주는 디테일들이 있구요. 그게 또 캐릭터들에 맞고 현실적으로 이치에 맞으면서... 재밌습니다. 상당한 긴장감을 심어주는 적절한 연출력이 그걸 또 받쳐주고요. 


 그리고 여기에서 나름의 차별점이라면, 영화 내내 대결을 벌이는 주인공과 그 엄마가 나름 꽤 똑똑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눈치 챌만한 행동을 하면 들켜요. 힘들어도 빠져나갈만한 구멍이 보이는 상황이면 빠져 나가구요. 현실에서 불가능할 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하진 않지만 현실에서 가능할 법한 행동 중 거의 최선을 골라가며 싸우는 사람들이고 이게 공격측과 수비측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흔하고 뻔한 설정의 스릴러여도 흔한 양산형 스릴러 무비들에 비해 상황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긴장감도 생깁니다. '이게 뭐라고 재밌니' 라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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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면 영화 속에서 휠체어 타고 나오는 분들은 대체로 똑똑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 뭐 완벽한 각본도 아니고 대단한 이야기까진 아니에요. 중간중간 우연에 의존하는 전개들도 눈에 띄고 가끔은 좀 멀리 나가기도 하죠. 하지만 이 정도면 '현실적으로 이치에 맞는 척하는 스릴러'로서는 거의 최상급이면서 재미도 있으니 소소한 구멍들은 그냥 눈 감아주고 싶어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는 좀 약하긴 했습니다. 흔한 스릴러 무비라면 마지막에 뭔가 1대 1의 결투씬을 넣어준 후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딸래미는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그래도 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넣어줬고, 그게 또 나름 울림도 있는 모습이어서 괜찮았어요. 그리고 어쨌거나, '이치에 맞는' 클라이맥스이기도 했구요.



 - 결론을 내자면, 참으로 소소한 스릴러 무비입니다. 기똥찬 아이디어도 없고 어마무시하게 폭주하는 괴물 캐릭터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요.

 하지만 캐릭터가 탄탄하고 이야기면에서도 소소하게 참신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 때문에 내내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뭣보다 한 가지 장대한 트릭쇼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탄탄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라는 감독의 자기 증명을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네요.

 큰 기대 없이 보시면 대부분 흡족해하실만한 알찬 영화였네요.




 + 배우들이 둘 다 잘 합니다. 사라 폴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저는 처음 보는 딸 역할 배우도 아주 좋았는데... 듀나님 리뷰를 보니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분이라고요. 갑자기 영화의 '흔한' 액션 장면들에 새로운 감흥이 덧붙여지는 느낌.

 근데 사라 폴슨 말이죠. 이 양반에게 사이코 호러퀸 이미지가 생긴 게 아마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놀랍게도 사라 폴슨은 그 시리즈에서 사이코 빌런 역할을 맡았던 적이 없습니다. 늘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는 희생자 아니면 정의의(?) 주인공이었어요. ㅋㅋ 최근에 나온 '래치드'라는 시리즈에선 악역인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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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싸이코 악당이다!!!!!)



 ++ 에필로그는 사실 거의 완벽하게 말이 안 됩니다. 뭐 그렇습니다만, 그 정도는 장르적 허용으로 넘어가 주는 걸로.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에 그런 장면 한 번도 안 나오면 섭섭하잖아요. ㅋㅋㅋ



 +++ 감독이 아마 원래는 구글 직원이었고 IT 전문가였나 그렇죠? 영화 초중반 전개를 보면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 스마트폰도 없이 살면 이렇게 위험하단다!!!' 라는 것 같아서 웃겼습니다. 뭐 그냥 스릴러 영화에 흔히 나오는 '문명의 이기 사용 제한' 설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자꾸만 감독의 인생과 전작이 떠오르더라구요. 



 ++++ 보는 내내 '미저리' 생각이 났어요. 디테일로 들어가면 별로 닮은 게 없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영향을 분명히 받은 게 아닐까... 싶었네요. 많이 비슷한 전개도 몇 번 나오구요.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임스 칸 아저씨처럼 웃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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