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8 21:02
보통 4가지 종류의 상사가 있다고 하죠.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 똑똑한데 게으른 상사, 똑똑한데 부지런한 상사..
최악은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라지만, 똑똑한데 부지런한 상사도 그닥 좋을 건 없긴 마찬가지에요.
지금의 제 상사가 똑똑하고 부지런합니다. 거기에 고집도 세고 고지식하고, 완벽주의자에다가, 의욕이 넘쳐요.
제가 여기서 일한지 이제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팀원이 4-5명 정도였어요.
지금은 몇명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저는 이제 외주로만 일을 받아서...) 아마도 5-6명쯤 되지 싶어요.
그런데 일의 양은 3년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거의 세 배 늘어난 것 같아요.
여기 일이, 무언가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그 결과가 대략 1-2년 후에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하고, 이런 프로세스로 이루어져요.
신규건은 계속 들어오면서 과거에 했던 일들의 결과들도 계속 대응해야 하기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계속 누적되지요.
지금은 일이 포화상태인듯 해요. 외주만 받는데도 저에게까지 오는 일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일이 많은데 상사 덕에 일이 더 많아진다는 거에요.
만원어치의 일을 받으면, 만원어치의 일만 해주면 되는데, 이 부지런하고 고지식하고 완벽주의자인 상사는 이만원어치의 일을 해줄려고 해요.
문서를 작성하면, 리뷰보고, 고치고, 추가하고... 질적으로 좋아지는 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양적으로는 일이 늘어나요.
이런 분이 올해부터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셨다더니만, 정말이었나봐요.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보고서 같은 것이 있어요. 여기에 A, B 정도의 내용을 기재하지요.
저 보고서에는 A, B 정도만 기재하면 되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고요.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유가 있긴 했겠지만) 앞으로는 이 보고서에 C, D의 내용도 기재하라고 하네요.
물론 그렇게 하면 더 좋기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일이 엄청 많다구요. 저 내용을 추가하려면, 검색도 더 해야되고 작성 시간도 훨씬 늘어나요.
지금 일도 토할 것 같이 많은데,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신경도 안쓸 저 쓰잘데기 없는 내용을 넣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다들 못견디고 나갈 것 같은데, 지금도 사람을 못구해서 난리인 마당에 어쩔 생각인건지..
물론 저도 다시 한국으로 들어간해도, 절대 네버 네버 여기로는 돌아가지 않을 거에요.
저는 이제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 기재하러 갑니다..ㅠㅠ
2014.03.01 01:31
2014.03.01 07:46
이른바 머리가 나쁜데 부지런한 사람을 상사로 몇 번 모셔본 처지에서 차라리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가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가 나쁜데 부지런한 사람은... 음... 명박하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2014.03.01 11:04
있으면 분명 좋지만 일거리가 많아서 벅차다.하니까 그게 '필요없는 것'은 아닐테고, 그걸 지시하는게 멍청한 맥락은 아니겠죠.
멍청한 상사는...진짜 자기가 뭘하는지, 무슨 지시를 내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게다가 오퍼가 이후 틀려지기 일쑤고,잘못된 지시로 재작업해야하기 일쑤고..애초 소통이 어렵고..등등...사람이 멍청한지 똑똑한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알겠죠.
2014.03.01 16:18
아오 지금 제 상사가 그래요. 신입이 들어오면 석달 버티고 죄다 나가니 또 나갈까봐 못시키고 저만 볶는데 아주 미치겠네요. 2분 걸릴거 2주 만들어놔요.
2014.03.01 20:35
다행히 아직까지 멍청한 상사는 만나본적은 없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는 정말 지옥이 열리겠죠..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가 젤 좋은거 같아요.
글쎄요, 정말 필요없는 것들까지 넣느라고 자기자신을 포함한 부하직원들까지 괴롭게 한다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보다는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