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4가지 종류의 상사가 있다고 하죠.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 똑똑한데 게으른 상사, 똑똑한데 부지런한 상사..

최악은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라지만, 똑똑한데 부지런한 상사도 그닥 좋을 건 없긴 마찬가지에요.

지금의 제 상사가 똑똑하고 부지런합니다. 거기에 고집도 세고 고지식하고, 완벽주의자에다가, 의욕이 넘쳐요.

제가 여기서 일한지 이제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팀원이 4-5명 정도였어요.

지금은 몇명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저는 이제 외주로만 일을 받아서...) 아마도 5-6명쯤 되지 싶어요.

그런데 일의 양은 3년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거의 세 배 늘어난 것 같아요.

여기 일이, 무언가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그 결과가 대략 1-2년 후에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하고, 이런 프로세스로 이루어져요.

신규건은 계속 들어오면서 과거에 했던 일들의 결과들도 계속 대응해야 하기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계속 누적되지요.

지금은 일이 포화상태인듯 해요. 외주만 받는데도 저에게까지 오는 일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일이 많은데 상사 덕에 일이 더 많아진다는 거에요.

만원어치의 일을 받으면, 만원어치의 일만 해주면 되는데, 이 부지런하고 고지식하고 완벽주의자인 상사는 이만원어치의 일을 해줄려고 해요.

문서를 작성하면, 리뷰보고, 고치고, 추가하고... 질적으로 좋아지는 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양적으로는 일이 늘어나요.

이런 분이 올해부터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셨다더니만, 정말이었나봐요.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보고서 같은 것이 있어요. 여기에 A, B 정도의 내용을 기재하지요. 

저 보고서에는 A, B 정도만 기재하면 되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고요.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유가 있긴 했겠지만) 앞으로는 이 보고서에 C, D의 내용도 기재하라고 하네요.

물론 그렇게 하면 더 좋기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일이 엄청 많다구요. 저 내용을 추가하려면, 검색도 더 해야되고 작성 시간도 훨씬 늘어나요.

지금 일도 토할 것 같이 많은데,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신경도 안쓸 저 쓰잘데기 없는 내용을 넣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다들 못견디고 나갈 것 같은데, 지금도 사람을 못구해서 난리인 마당에 어쩔 생각인건지..

물론 저도 다시 한국으로 들어간해도, 절대 네버 네버 여기로는 돌아가지 않을 거에요.


저는 이제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 기재하러 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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