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산악회 아시나요.

2021.03.18 11:35

Lunagazer 조회 수:2947

50대 한국 남성들 4인으로 구성된 한사랑 산악회는 페이크다큐 형식의 코미디입니다. 

실제 연기하는 분들은 30대 초반정도 되는 코미디언들이라는군요. 

피식대학이라는 유투브 계정의 한 꼭지입니다. 




분장의 힘을 빌리지않고 소품과 의상 정도만 준비를 해서 피부들은 젊은이들답게 뽀얗습니다만 엄청나게 디테일한 연기와 대본이 얼핏 정말 50대 중후반 아저씨들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관찰력도 대단하고 캐리커쳐를 뽑아내는 능력도 정말 훌륭해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귀국교포 배용길 역할하시는 이용주님이 특히 인상깊었어요. 영어발음 액센트 완벽합니다. 대단하게도 한국어도 단어선택이나 말투가 옛스러워요. 한국문화와 오랫동안 떨어져있었던 교포분들이 종종 그러시잖아요.

부드러운 사대주의같은 태도나 발성도 정말 제가 아는 그분들같이 하시더라고요 ㅋㅋ


영남방언쓰는 극과 극의 두캐릭터도 재밌습니다. "열정"타령하는 독재자 산악회장캐릭터와 목소리 힘 하나도 없이 쪼그라들어있는 선생님 캐릭터요. 

예전 김신영씨가 보통사람들 특징잡아내는 것 보면서 감탄했는데 이분들도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산악회 2인자인 이택조 캐릭터는 처음에는 조금 다른 캐릭터보다 튜닝이 덜되었다는 인상이었는데 보다보니 아니었습니다. ㅋㅋ

1인자와 절친/숙적 구도도 재밌고요. 앞에서는 싹싹하게 굴다가 뒤에서 험담하고 또 별것아닌일로 분노 급발진하는 캐릭터입니다.

가장 흔하게 희화화되었던 아재타입이기는해요. 그래서 식상할만도한데 대사나 몸짓의 디테일이 두드러지고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이 많아서 무척 재밌습니다. 

4명의 캐릭터 전부 어디서 만났던 그분들을 강하게 연상시켜요. 신기한 일이지요. 컨셉트를 채널 전체에서 유지하고 있는것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댓글관리는 2인자인 부회장 李택조님만 하시는 것도 웃기고요 ㅋㅋ 


한국코미디가 유해하다고 생각해왔던 제 오랜 편견도 어느정도 깨졌습니다. 플랫폼이 문제였던것 같기도해요. 

TV의 무대형코미디쇼들이 사라진 것이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수도 있겠습니다. 개그콘서트같은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작위성이나 사회적 약자만 주로 희화의 대상으로 삼는 유해성은 거의 느끼지 못했고요. 


일부 5060한국남자들의 "한국식 유해한 남성성"을 이런식으로 희화화해서 무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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