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체험담

2010.11.01 11:59

jim 조회 수:2282

제가 초딩 때 경험담을 말씀 좀 드릴게요.
6학년 때인데 아침에 담임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앞줄 오른쪽부터
수학 문제를 내더군요. 그날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저는 맨 앞줄 맨 왼쪽 창가에 앉았는데 제 차례가 올 동안 문제를 맞춘 아이도 틀린 아이도 있었죠.
맞춘 아이는 자리에 앉았지만 틀린 아이는 뺨을 맞았어요. 제 차례가 왔고 저는 문제의 정답을 맞췄죠. 담임이 저를 무섭게 쏘아보더니
다시 맨 앞줄 오른쪽 아이부터 문제를 내는 겁니다. 뒷줄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시 앞줄부터요.

또 제 차례가 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네 번째 왕복되는 와중에 오답을 내고 말았어요.

문제는 이때부터였죠. 담임이 저를 교단으로 나오라 하더니 개패듯이 패기 시작했어요.
저는 문제 하나 틀렸을 뿐인데,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뺨 맞는 걸로 끝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맞는 걸까 하고 생각했어요.
억울해서 아프단 생각보단 모욕감 때문에 치를 떨었습니다.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나중엔 얼굴에 주먹질까지 하면서 팼어요.
저는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였어요.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구요. 지각도 결석도 없었어요.

다만, 부모님이 학교를 잘 오시지 않았고, 이른바 촌지 같은 것도 절대 안 주시는 분들이었죠.

짐작하건데 그런 것에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지만... 확인할 수 없으니...

그때 맞은 흔적이 남았는데 앞니가 부러졌어요.
지금도 거울을 통해 이를 보면 그날이 떠올라요. 그때 담임은 왜 날 때렸을까, 일부러 날 팰 구실을 만들기 위해
앞줄만 계속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낸 것 같은데, 왜 내게 그토록 화가 났을까, 아직도 의문이에요.

방과후에 담임이 날 따로 불러서 아 해보라며 부러진 이를 확인하곤 뭐라뭐라 따뜻한 말로 달래는데, 그게 참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증스러웠죠.
제가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릴까 전전긍긍하는 눈치였거든요.

결국 저는 후환이 두렵기도 했고, 부모님이 어떻게 나오실까 걱정되기도 해서 함구했어요.
저는 그날 이후로 체벌에 대한 어떤 미화도 가식처럼 보여요. 필요악이라니, 말도 안돼!!!

일부의 교사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일부 때문에 저는 이후의 모든 학교 생활이 몹시 싫어졌으니까요.
체벌을 균형있게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체벌엔 감정이 실리기 마련이죠.

맞는 아이는 그걸 금세 알아 채요.

논란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체벌금지는 대환영입니다.

아직 대안도 없고, 인력도, 예산도 없어서 시기상조라고들 하시는 분이 있는데,

늘, 언제나, 항상 시기상조였죠.

지금이 그걸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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