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3 16:38
요새 그녀의 심청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기다리면 무료로 올라와있더라고요.
기다리면 무료를 할 수 있는 회차가 제한이 있어서 결국 캐시충전까지 해서 다 볼 거 같아요.
스토리작가는 세리님인데 효녀 심청이 남성 작가들에게 성적인 시선에서 변주되는 것에 불만이 있어서 그걸 바꿔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댓글에 써있는 걸 봤습니다.
맞는 말 같아요. 애초에 효녀 심청 또한 중세-근세 한국의 유교적 열녀신화(...)라고 할 수 있고, 현대에 와서 쓰여진 작품이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성적으로만 재해석 되는 경우가 많다면 유쾌하진 않을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재밌게 읽었던 동화나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속에서 도저히 좋은 의도로 읽혀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니까요.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BL이나 로판, 판타지, 로맨스 이런 장르가 엄청 많이 나오지만 GL은 잘 안 나오니까 궁금해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요. 연재 당시 평가가 좋았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읽어보니 재미도 재미인데, 일단 중요 플롯의 시의성이 너무나도 좋고... 재해석한 스토리도 상당히 맘에 들어요.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중세~근대의 시대에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것이... 세상이 앞으로 더 변해야한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세상에서 버려진 여성 둘이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무능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심청과 승상의 후처로 들어간 승상 부인. 분명 계급 차이가 있는 사람들의 만남인 건데 이야기는 계급차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격차에 이야기하는 게 더 큰 거 같아요. 한 쪽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애물단지 취급받으며 사회에서 버려진 여성이고, 다른 한 쪽은 좋은 집안을 타고났어도 남성들의 권력에 치여서 결국엔 버려지는 여성이죠.
그리고 이 둘에 당시의 현모양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웃사이더로 사는 뺑덕어멈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마이너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정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승상 부인(심지어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여성 캐릭터 중 이름이 나오는 건 심청뿐이고, 심청 또한 어렸을 때 불리던 이름이지 실제 이름이 아니라는 것 같죠.)이 하는 말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대사가.. 무릉도원도 사람에게나 무릉 도원이구나... 라는 독백이 있었어요.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존재적으로 팔다리가 다 잘려 그냥 예쁜 꽃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얄궃고 불합리한 운명...
근데 혼자서는 그걸 바꿀 수가 없어서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승상부인의 처지가 너무나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힘 조차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체념하면서...
그런 와중에 내뱉는 독백들이 기억에 남는 게 많았는데,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결말까지 아직 가지 못했지만, 행복한 결말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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