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3 06:37
제목에 다 들어있는데 제 맞은편에 계신 분이 성격이 참 털털하시거든요.
전제는 이 분이 일을 대충대충하는 분이 아니에요. 할 일을 충실하게 하고 세부 사항을 늘
점검하고 의논해서 정리하고 일을 적어도 지장없이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건 전제입니다.
늘 실수해놓고 헤헤거리면 그건 욕먹을 일이죠.
어제 거의 퇴근할 무렵에 아주 중요한 업무였는데 본인이 날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서 자책을 했으나 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 태도가 참 부러웠어요.
저같으면 엄청 심각했을거에요. 그 분은 그 상황을 굉장히 뭐랄까, 다들 이해할 수 있게끔
그리고 웃으면서 같이 그 상황을 대처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바로 행동을 취하더라구요.
그리고 "불행 중 다행"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칠칠맞았다는걸 인정하지만
자학을 하지는 않더군요.
전 성격이 부럽다는 것이고 직장에서 "내가 업무에 잘못을 한다"면
저의 생각의 회로는 다음과 같죠.
-"사람들은 나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사람으로 볼 것이다
(사실 전 어느 직장에서나 "새로운 사람"(있다가 갈 계약직)이므로 90%이상 사실이겠지만
전 제가 늘 평가받는 입장이었고 쌓인 신뢰가 있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늘 새롭게 평가받죠. )-
- "아, 나는 왜 유능하지 못하지.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할 수가 있나"- "사람들한테 찍힌 거 아닐까. 살맛안나"
인지치료에서 이걸 우울증으로 가는 생각의 패턴이라고 하죠.
이 상황에서 누군가 저한테 "그 일은 이래이래 하면 되고 그렇게 큰 일이 아니다"라든가 뭔가 안도할 수 있는
말을 하거나 상황이 해결되기 전에는 기분이 엄청나게 다운됩니다.
그래서 그 분이 그 상황에서도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깔깔 웃기까지 하면서
부장님들 만나서 상황 조율하고 곧바로 일 대처에 나서는 그 마음의 여유가 너무 부러웠어요.
2021.03.13 07:08
2021.03.13 07:38
큰 일과 별거 아닌 일의 기준이 궁금하지만 저도 나름 산전 수전 겪어봤지만 성격상
일에 차질이 오면 엄청 다운 다운되는거에요. 큰 일(????)을 안 겪어봐서는 아닙니다.
2021.03.13 09:18
본인이 높으신분이 되시면 아랫사람들이 실수 했을때 이분을 기억하시고 아랫사람들을 본인 자책하듯 하지 안으셨으면 하네요..
2021.03.13 12:51
그러게요. 높으신 분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저야 같이 있는 기간에 별 트러블없으면 되니까요.
2021.03.13 11:09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이라는 점이 큰 요소인 듯 합니다. 저도 실수를 발견하면 눈앞이 하예져서 아무 것도 못하는 면이 있는데, 그럭저럭 넘어가는 것은 10년 이상 같이 일한 사람들이라서 제가 (원래는) 일을 허술하게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보여주어서라고 생각합니다.
2021.03.13 12:54
네, 상당히 동의하죠. 늘 새로운 사람, 늘 새로운 업무, 그리고 같은 업무라도 직장마다, 동료마다, 다~~~~ 다르거든요. 일하는 방법, 절차,,,,,,
신뢰가 쌓여있으니까 저 분은 저보다 유리한게 사실이에요. 내가 같은 잘못을 했어도 그렇게 남들이 같이 웃어줬을까는 의문이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제가 경력있고 정규직에 아는 사람들과 굳은 신뢰 관계가 있다고 상상해봐도 저는 저런 상황이 오면
상당히~~~~~~ 마음에 스크래치가 가죠. 남들한테 티가 나든 안나든 말이에요.
2021.03.13 11:46
.
2021.03.13 12:57
진심어린 축하때문에 정말 고맙네요. 너무 열심히 하지는 않고 적당한 선에서 책임을 다하는게 참 쉽지가 않아요.
요즘은 제가 너무 설렁설렁해진거 아닌가, 공백이 길었던만큼 일에 대한 감각이 많이 죽었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런데 업무의 어떤 영역은 분명 열심히 하는만큼 저한테 많이 남더군요. 월급 루팡으로 살아도 되는 시기도 있었고
물마실 시간도 없는 날도 있었는데 너무 할 일없이 꿀빠는 사람으로 직장에 있는 것도 할 짓이 못되고 일에 몰려서
숨이 턱에 닿으면 사는게 사는게 아니구요. 두 경우 모두 저는 받는 급여는 차이가 없는 직종이구요.
제가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직장인이다," 라고 말을 안해서 무슨 소리인가라고 다들 생각하실 듯.
건강 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숨쉴 수 있을만큼 일하려고 해요.
전에 무식할 정도로 과도하게 일에 몰리다가 정말 크게 건강을 상한 적이 있어서 그 다음에는 노선 수정을 했죠.
고용, 대우, 인정,,,, 이런건 운칠기삼이라고 할까요. 제가 열심히한다면 그건 당연히 월급받는 사람으로써의 의무이고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자신의 만족감과 자존심이죠.
2021.03.13 15:04
저는 살아가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의 성격은 소심하고 걱정많고 자책이 많은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이것도 좀 그렇네요,,,그 이전,,,취학전에는 아이들을 이끌던 리더...ㅋㅋ)
주변의 친구들의 낙천적인면을 보면서 부러워하면서 영향도 받으면서 저도 밝고 외향적이고 또 낙천적이기 까지하면서
주의가 산만하다라는 기록도 받았었죠.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환경속에 이러저러한 영향들을 주고받으며 여러 모습들이 내 안에 있게 되었지요.
2021.03.13 18:14
살아가면서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외부적인 성격, 설명하기 어렵네요. 외부에 보여주는 태도나
성격이 어느정도는 변할 수 있는데 전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전 소심하지는 않아요. 절 소심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꽤 있지만 적극적이고 대담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하지만 남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민감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과연 내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 여유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2021.03.13 16:10
제 직장생활 좌우명은 '니들이 그런다고 내가 그만둘줄 아느냐' 입니다.
제 실수로 그들이 저를 비판한들 저는 그만두지않습니다.
2021.03.13 17:04
2021.03.13 18:19
저도 실수했다고, 혹은 다른 직원들이 나를 마음에 안들어한다고 먼저 그만두지는 않아요. 그럴 수는 없죠.
정말 일안하고 배째라 정신으로 살면서 모두를 왕따시키는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들도 잘만 다니는데
내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전 너무 잘못했으니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할 리야 없죠.
2021.03.13 18:17
사실은 언제나 실수한다고 해서 You're Fired!!! 는 아니지만 한번 커다란 실수로 다시 채용이 연장되지 않았던 적은 있습니다.
실수라고 하지만 그 사건은 엄청난 여파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규직과 제가 같이 책임이 있었지만~~~
제가 말하자면 잘리고 질책을 당한거죠. 저는 당연히 그 상황에서는 재채용안된건 억울하지 않은데
질책이 저한테만 돌아왔던건 상당히 불공정했다고 생각합니다.
2021.03.13 22:26
에궁 토닥토닥. 그런 조직은 빨리 나오는게 낫습니다.
글쓰고 산호초 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제가 글올릴 자격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ㅜ ㅜ
그래도 그냥 둘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