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2년된 대만제 호러 게임입니다. 스토리 스포일러는 안 적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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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기분 나쁘죠. ㅋㅋㅋㅋ)



 - 대만 게임이라 배경도 당연히 대만. 근데 1980년대의 대만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1인칭으로 어떤 허름한 아파트 거실의 풍경이 보입니다. 나(?)는 혼자 식사 중이고, 맞은편에 켜져 있는 티비에선 어린이 가수 경연 프로가 나오고 있구요. 저어~ 쪽에선 아내인 듯한 여성이 이러쿵 저러쿵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요. 앉은채로 천천히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일어나서 집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데... 그냥 평범한 가정 풍경 같았던 그 집구석이 뭔가 은근 불길하게 이상합니다. 문이 잠긴채로 열리지 않는 방, 무슨 의민지 알 수 없는 쪽지들, 분명 목소리는 들리던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일단은 집구석을 꼼꼼하게 뒤지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부터 파악을 해야겠죠.


 대충 보아하니 '나'는 3인 가족의 일원입니다. 작가인 나와 전직 인기 가수였으나 나와 결혼하면서 은퇴한 아내, 그리고 어여쁜 딸... 이런 구성이구요.

 당연히 처음엔 행복하였겠으나 금방 문제가 생겼겠죠. 일단 '나'의 작가 커리어가 벽에 부딪혔고. 그래서 경제적 압박이 닥쳐오고. 하지만 '나'는 가부장의 자존심으로 아내를 다시 활동 시킬 수 없고. 그 와중에 엄마 피를 받아 노래 신동으로 잘 나가던 딸은 어느 순간 슬럼프에 빠지고, 동시에 이상한 병이 생겨서 병원을 다녀도 별 소용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든 딸을 치료하고 싶었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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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 지점. 은근히 실사삘 제대로 나지 않습니까? 물론 자세히 보면 어설픈 게 눈에 쉽게 띕니다만. ㅋㅋ)



 - 스팀 인디 호러 게임 중에서도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는 '반교: 디텐션'의 제작사, 레드 캔들 게임즈가 내놓은 신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 구성도 비슷하죠. 한자 두 글자 뒤에 영어로 부제를 붙이는 식. 

 그냥 딱 봐도 가난하기 짝이 없었던 허름한 2D 그래픽으로 내놓았던 '반교'의 성공으로 제작비의 여유가 생겼는지 이번 작은 3D 그래픽을 써요. 그 퀄도 의외로, 인디 호러 게임치곤 상당히 좋습니다. 뭐 일단 미술 디자인이 많이 좋고 그래픽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구리단 느낌 안 들 정도로 받쳐주죠. 

 그리고 게임의 형식은 걷기 시뮬레이터.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이것저것 들어보고 눌러보고 읽어보면서 힌트 찾고 게임 진행하다보면 엔딩! 액션 없음!! 그러니 컨트롤 실력도 필요 없음!!!



 - 성공한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들이 다 그렇듯 독특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맵 구성이에요.

 거의 막판 직전까지 처음에 나오는 아파트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허름하고 작은 아파트인데요, 계속 그 아파트만 뱅뱅 돌아요.

 다만 집을 나오면 로비가 있구요. 이 로비를 중심으로 몇 집이 더 있는데... 이게 연도만 다른 같은 집입니다. ㅋㅋㅋ 시간 여행 비슷한 걸 하는 거죠.

 그렇다고해서 이게 진짜 시간 여행은 아니고, 그냥 주인공의 마음 속 이동 같은 겁니다. 그래서 결국 서너가지쯤 존재하는 시점을 여행하며 '나'와 우리 가족에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도대체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나... 를 파악하는 게 게임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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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밥 먹던 장면도 같은 장소입니다. 플레이타임 중 90% 이상을 이 곳에서 보내게 되죠. ㅋㅋ)


 일단 위에서 말 했듯이 플레이 배경이 계속 아파트 한 채 내부라서 게임이 쉽습니다. 이게 어찌보면 되게 큰 장점이에요. 길 잃고 헤맬 일이 없고, 또 공간이 좁으니 퍼즐이 막힐 일도 별로 없어요. 상호작용할 오브젝트가 적어지니까요. 

 뭐 중간에 뭔가 해내면 갑자기 집안 상태가 확 변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지루함을 방지해줍니다만. 그래봐야 결국 그 집이 그 집이라. ㅋㅋㅋ


 암튼 기본 구성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 중심 게임이 됩니다. 매번 주어지는 스테이지를 샅샅히 뒤져서 주인공 가족의 스토리를 알아내고, 그러는 과정에서 몇 번 깜짝 놀라는 공포 효과를 즐기고, 초반에 산발적으로 주어졌던 떡밥들을 하나씩 끼워 맞춰가며 최종적인 진실을 알아내는 재미를 즐기는 거죠. 그 결과 슬퍼지든, 화가 나든, 뭔가 정서적 반향까지 얻을 수 있으면 더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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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등장하는 저 노란 옷 인형의 정체는 무엇인가!!!!)



 - 다행히도 그 스토리는 꽤 단단합니다.

 같은 회사의 이전작이자 대표작인 '반교'와 비교할 때 아주 많이 다르면서도 좀 비슷해요.

 

 일단 등장 인물이 몇 안 되구요. (가족 셋 + 두어명 정도)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습니다. 뭐 대만의 역사적 비극, 사상의 자유 이런 거대한 담론은 등장하지 않아요.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꽤 간단하게 요약이 가능한 심플한 이야기구요. 이렇게 보면 되게 다른데,


 결국엔 대만 사회가 겪었던 사회적 문제, 이슈 하나를 중심 소재로 잡고 뽑아낸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악의 없이 본인의 미숙함으로 잘못된 선택을 내린 주인공의 비극적 멜로드라마... 라는 점에선 또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구요. 하지만 역시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ㅋㅋ



 - 그리고 뭣보다, 이 '환원'은 '반교'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이걸 비교하는 건 좀 웃기는 일인데, 반교는 정말 안 무서운 게임이었으니까요. 호러의 형식을 갖추고 귀신도 등장하지만 무서울만한 장면은 많지 않았죠. 그냥 불길하고 불길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승부했을 뿐.


 반면에 환원은 파워업한 그래픽만큼이나 더 무섭습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도 꽤 많고, 불길한 분위기도 많이 파워업했어요. 그래픽 향상 덕도 있고 아이디어도 좋은 게 꽤 있고 장면 연출들도 그렇구요. 전작으로 번 돈을 열심히 올바른 방향으로 쓴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봤자 여전히 인디 제작사의 인디 게임이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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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에 문짝이 보이는 어둡고 좁은 길. 그거슨 호러의 왕도...)



 - 워낙 스토리 중심 게임이라, 그리고 게임 시스템이랄 게 별로 없는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이라 스토리 스포일링을 안 하고 얘기할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충 빠르게 마무리를 하자면... '이 회사 정말 호러에 진심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간만에 만족스럽게 즐긴 호러 게임이었습니다.

 뭐 사실 혁신적이고 기발하고 끝내주는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단단한 스토리에 적절한 아이디어, 그리고 기술적으로나 기획상으로나 깔끔한 마무리로 완성된 수작입니다.

 호러 게임 좋아하시면 한 번 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어차피 값도 얼마 안 하니까요.




 + 근데... 아실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게임은 게임의 완성도 말고 다른 쪽으로 좀 유명합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부적 이미지 하나에 시진핑을 놀리는 문구가 숨겨져 있다는 게 출시 직후 밝혀져서,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 폭격을 맞고 스팀이 바로 판매를 중단해버렸거든요. 제작사에서 '미술 담당 개인의 행동이었을 뿐, 저희는 몰랐고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까지 했지만 다 소용 없고 판매 중단. 이후로 지금까지 스토어에 복귀를 못하고 있구요. 그래서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를 고려했으나 역시 중국 네티즌들의 벌떼 공격을 받고 항복. 이후로 내내 구매할 길이 없는 환상의 게임으로 남아 있다가... 제작사가 불굴의 의지로 자체 판매를 시작했어요. ㅋㅋㅋㅋ 뭔가 좀 응원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저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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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쳐 한 장 때문에 망한 전설의 게임!! 저 가운데 도장이랑 부적 테두리쪽의 네 글자가 시진핑 놀리는 문구라고...)



 ++ 한글 자막 현지화가 아주 완벽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판매 사이트도 그렇더군요. 중소 제작사로서 이런 곳을 발견하면 참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사이트 주소는 이겁니다! 사시죠!!! <-


https://shop.redcandlegames.com/ko-KR



 +++ 근데 곰돌이 푸우랑 닮았다는 게 왜 그리 화가 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귀엽잖아요. 오히려 곰돌이 푸우 쪽에서 화를 내야 할 일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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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으로 트레일러 첨부합니다. 사실 게임 분위기 파악하려면 짤보단 영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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