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0 19:19
* 친구들과 통화를하다가 문득 중-고등학교 시절 은사님들은 잘 계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기도해서 찾아뵙는건 좀 부담스러우실거같고,
그보다는 배출한 제자들만 수백 수천명일텐데 찰나..혹은 긴시간 텀이 있는 "누구...???"라는 당연한 간극에 좁쌀같은 마음속 서운함이 생길까봐서요.
스토킹같아 민망하지만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구글링이라고 해봐야 세분정도..? 고1,2,3 담임선생님 제외하면, 머릿속에 남아있는 선생님들이거든요.
근데 흥미로운건...두분은 검색이 무척 쉬웠습니다. 두분 다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어 계셨거든요-_-;...
나이가 있는지라 정년이 되서 은퇴하시거나 교편을 잡고 계시거나 그런 생각만 했는데 학교 권력의 정점....그냥 바로 뜨더라고요.
심지어 두 분 모두경기or수원지역에서 계셨고, 작가-시인으로 책까지 내셔서 검색하면 교직 관련 이외의 기사들이 어렵지 않게 뜨는 분도 계셨습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기사가 검색되어 두분 다 아직까지 현역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검색이라도 되는게 신기했어요.
나머지 한분은 고등학교 윤리선생님이셨는데 고등학교에서 퇴직을 하신 듯 하고 출판-번역일을 하고 계신듯 했습니다.
고등학생때야 그런걸 잘 몰랐는데 약력을 보니 윤리가 아니라 심리쪽 전공이셨고, 프랑스에서 대학 졸업을 하셔서 불어를 엄청 잘하셨나봐요.
번역하신것도 죄다 프랑스책이고, 심리학책들이었네요.
학생때는 막연하게 선생님이기만하지, 선생님들의 전공이 무엇인지, 취미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사셨는지 같은건 생각도 안했네요.
그냥 야자 제낄때 학교 주차장에 검은색 코란도 있는지 없는지만 살폈지요.
* 검색까진 아니지만, 얘길들어보면 정년이 아닌데도 퇴직하신 분들이 상당히 계시더라고요. 아마 제가 사립고를 졸업해서 더 그럴겁니다.
기간제교사가 아니라 정교사인데도 그만두고 학원에 계신분도 있고, 그게 가능한지 모르지만 꽤 늦은 나이인데도 임용고시에 합격하셔서 공립고 가신 분도 계시고.
누구는 불미스러운 일에 엮여서 그만뒀다는 소문도 있고, 아니면 과학고나 특목고로 스카웃되셔서 가셨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부정적인것만 모으자면, 교사란 직업이 공무원인데다가 방학때 쉬기도하는데 땡보 어쩌고 하는게 세간의 얘기들이지요.
왜 그만둬? 그만둘 일이 있어..? 등등의 반응 말입니다. 그러나 교사 지인들 통해 들은 학교라는 이름의 전쟁터 얘기를 들으면...
아 공무원이고 나발이고 더러워서라도 결국 때려치울 궁리를 했을거 같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1.05.20 20:32
2021.05.20 23:03
저는 초등학교때 반장으로 뽑혔는데 선생님의 종용으로 다시 투표를 해서 부반장으로 강등?당한 적이 있어요 ㅎㅎ 매일 선생님한테 갈굼당하고 어떤날은 선생님이 절 복도에 무릎꿇도록 시켜놓고 잊고 퇴근하는 바람에 4시간여를 그러고 있다가 결국 경비아저씨가 발견해서 생애 최초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간적도 있고요 ㅋ 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게 다 엄마가 교무실에 찾아가지를 않아서라는 것을 나중에 어른되고 알았지요.. 불행히도 저도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슬픈일입니다. 요즘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2021.05.20 21:09
로이배티/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말씀들어보니 생각나는게 그 선생님이 학생들 데리고 백일장이나 이런저런 행사들 엄청 다니시긴 했습니다. 그것도 관련있을진 모르겠네요.
저도 다른 분들은 기억에 안남고 이분들만 유독 기억에 남는게 수업시간에 꽤나 기억에 남는 얘길 많이 하던 분들이라서 말이죠. 한분의 국사수업시간에 거의 소설수준의 야사들 썰을 풀어주던 분이었고, 또 한분은 패긴했지만 개그캐릭터 기질이 농후한 양반이었고...근데 두분 모두 교장 선생님이 된게 신기하더라고요.
2021.05.20 21:12
학년이 바뀌거나 졸업하면 완전히 잊어요.
내성적이던 저를 잘 대해주고 기억해주던 선생님들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죠.
간접적으로 후배들에게 듣던,,,제 이름을 언급했다던 선생님...들
2021.05.20 21:40
저의 돌아가신 할머니 하신 말씀입니다. '돈 나올 구멍이 죽을 구멍이다'. 교사도 이 말을 비껴갈 수 없는 고생스런 직업이지요. 울 나라 교사에게 방학이 없다면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가 직업군 중 거의 탑에 속할 거 같아요. 예전에 전교조 생길 때 교사가 뭔 노동자냐, 라는 것이 설립 방해의 큰 이유였는데 교사 육체적, 정신적 노동 강도 센 직업이죠. 방학까지 유급이라고 뭐라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나라는 담임 역할이 유달리 부담이 커서 뭐든 그렇듯 다른 나라와 한 측면으로만 비교하긴 힘들고. 암튼 다른 직업도 그렇지만 직업 정신(사명감) 없으면 참 잘 버티기 힘든 일이라서 다른 길이나 기회가 있는 사람은 그만둘만도 합니다. 요즘은 퇴직도 이른 시기에 많이 하고요.
2021.05.20 22:20
저도 선생님들 궁금해요. 제가 좀 공부를 잘해서(우웩) 예뻐해주신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2021.05.21 00:38
2021.05.21 09:36
생각난김에 12분 선생님들 검색해봤는데 한분은 장학사, 한분은 집 근처 초교 교장쌤이네요 키워드 감사합니다 ㅎㅎ
특채 제도란 게 있(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들 중 조건 갖춘 사람들을 공립 교사로 발령 내주는 거죠. 여기서 조건이란 뭐 석사 학위에 포상 등으로 인한 인사 점수 등등. 번거롭고 시간 많이 들여야 하고 돈도 들지만 작정하고 하려고 하면 '난이도'가 높은 건 아니었어요. 늦은 나이에 공립으로 옮겼다면 그걸로 가셨을 확률이 높아요.
근데... 뵙고픈 분들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전 전혀 없거든요.
중1, 중3 때 담임은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 중2 때 담임이 기억나는 건 오직 워낙 살벌하게 패는 양반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고등학생 때 담임 세 명에겐 모두 안 좋은 기억 뿐이고... 국민학생 때 담임 중엔 딱 한 분 좋은 기억으로 남은 분이 있었는데, 졸업 몇 년 후에 어머니께서 '그 인간이 내가 봉투 갖다 줄 때까지 작정하고 너 두들겨 패턴 나아쁜 인간이었어!!!' 라고 말씀하셔서 그마저도 삭제. ㅋㅋㅋ 전 엄격하고 무섭지만 좋은 분이라 나중엔 착하게 살던 나를 알아주셨어!! 라고 믿고 살았었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