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보글부글

2021.03.24 13:42

어디로갈까 조회 수:909

# 약속이 있어서 와 있는데, 질문할 게 있어 주인장에게 갔더니 그의 책상에 놓여 있는 책 제목이 <산문팔이 소녀>더군요. 
다니엘 페낙의 옛소설이죠. 몇년 전인가, 이 제목이 알라딘인지 예스24인지에 <신문팔이 소녀>라고 올라와 있길래 '일좀 제대로 합시다. 어떻게 이 소녀를 가판소녀로 둔갑시킨 겁니까?''라는 항의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산문파는 소녀> 정도면 되지 <산문팔이 소녀>는 또 뭡니까. 이 뛰어난 재미의 소설 제목이 이렇게 헤매다니는 꼴을 보노라니 또 한숨이... -_- 
다니엘 페낙의 소설은 프랑스 문학이 생산한 최고의 즐거운 소설입니다. 상황이 주는 재미와 말로센식 유머의 결정판이죠. 아멜리 노통브나 르 클레지오 같은 작가들은 깨끗이 잊어도 좋다는 감상문을 옛블로그에  썼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예닐곱 살쯤으로 짐작되는 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건네는 선물 포장지를 뜯더니 
아이> 내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어 아빠?
아버지> 선물은 주는 사람이 좋자고 하는 거지 받는 사람의 가치 때문에 하는 게 아니야~
저 아이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했을까요? ㅎㅎ

#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그 고질병을 못 고치고 35분이나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군요.
오래 전, “네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다.” 는 고백을 제게 했을 때
- 너는 그전에 곳과 곧의 뉘앙스 차이나 먼저 새겨보는 게 낫겠는데? 라고 응수했었죠.

"뭐? 어쩌라고?"
- 니가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서 하는 말이야.
'곳'은  아무리 작은 장소라고 해도 별우주까지 갈무리해 차곡 품는 걸 뜻하고 '곧'은 아무리 짧은 상념이더라도 시간의 역사가 단박에 되는 걸 말해. 곳과 곧은 존재, 우주, 연애 등등 시간짝 공간짝이 맞아야 하는 일에 적용되는 건데, 넌 시간 약속 하나 못 지키잖아. 그 기본적인 것도 말이야~
" 그런 말할 때보면 넌 갈데없는 15세기 사람이야. 현대의 시공간 감각을 모르는 거지~"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약속시간 하나 못지키면서 저런 요설은 잘도 풀었... 아 심심甚深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5
115502 LG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군요 333 [5] 메피스토 2021.04.21 620
115501 웹툰 '성경의 역사'의 세계관 [1] skelington 2021.04.21 638
115500 [넷플릭스바낭] 조혼 풍습을 다룬 인도 호러 '불불'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1.04.21 946
115499 닉네임을 변경하였습니다. [2] 알레프 2021.04.21 567
11549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1.04.21 663
115497 가끔 세상이 음모에 가득차 있다고 느껴져요. [2] 고요 2021.04.21 633
115496 Monte Hellman 1932-2021 R.I.P. [1] 조성용 2021.04.21 201
115495 듀게 오픈카톡방 모집 [3] 물휴지 2021.04.21 278
115494 미녀와 야수 (2017) [4] catgotmy 2021.04.21 278
115493 카페 노티드 방문 후기 [5] 메피스토 2021.04.20 830
115492 조영남씨가 너무 역겨워요 [16] 존프락터 2021.04.20 2080
115491 씀바귀와 뽀리뱅이와 고들빼기를 구분하게 되었어요 [10] 채찬 2021.04.20 665
115490 Anthony Powell 1935-2021 R.I.P. 조성용 2021.04.20 246
115489 다른 종류의 위험 [3] Sonny 2021.04.20 864
115488 [게임바낭] 잡념 떨치기에 좋은 게임 하나 소개합니다 '썸퍼' [6] 로이배티 2021.04.20 422
115487 오늘은 장애인의 날 [2] 사팍 2021.04.20 293
115486 60대가 쓸만한 드론 있을까요? [4] 진유 2021.04.20 351
115485 저스티스 스나이더컷 잡담 [8] 메피스토 2021.04.20 494
115484 노매드랜드 봤어요. [6] thoma 2021.04.19 713
115483 [영화바낭] 원조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뉴 뮤턴트'를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1.04.19 70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