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5 03:38
이번에 쥔 카드는 며칠 전 읽은 듀나 단편집 <두 번째 유모>입니다.
좀비만 나오지 마라, 빌며 질끈 눈 감고 질문 콜!
듀게는 나에게 뭘까?
158page, 수련의 아이들, 듀나.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우리의 존재를 확고하게 하는 것은 확실한 사건의 반복과 재현이었다.
우리와 채수련을 연결시켜 준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그것도 극히 희귀한 우연이었다. 도킨스 탱크에서 흘러나온 액체에 섞여 있는 변형된 BC-2098 한 마리가 입 속의 상처를 통해 들어가 혈관을 거쳐 그녀의 뇌 속에 안착해서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장현욱이 말했듯, 역사는 원래 제로에 가까운 우연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단 인과의 순환이 시작되면 우린 결코 그 우연에만 의존할 수 없다.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순환 과정에 개입했고 그 속에서 그녀와 우리를 맺어주는 연결 고리는 점점 커지고 단단해졌다.
그녀는 이제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망가진 그녀의 사지는 육지에서 걷는 데에는 아무 쓸모도 없었지만 물속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평생 수영 따위는 해본 적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물리적 자유를 느꼈다. 왜 지금까지 귀찮은 팔다리를 쓰면서 걸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코와 입,
- 저는 맨 마지막 줄 건졌어요. 듀게는 나에게 "코와 입"이었어요. 신기해요. 제가 수영을 못하거든요. 본전 뽑은 듯^^
더군다나 이 책 중에 제가 손 꼽는 수련의 아이들이라니! 이런 우연이야말로 희귀한 우연 같아요.
이 재미로 제가 타로를 한답니다. 우울한 월요일이기도 하고. 발로 빵 차버리고 싶어요. 금요일 골대 향해.
제가 이 질문을 한 건 제가 어쩌다 듀게를 타고 왔는지 역학조사까지 해봤지만 도무지 생각이 안 나요.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분명한 건 저에게는 SF스러운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요. 특히 시로요. 이것뿐인데 어쩌다 글은 안 쓰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암튼, 모두들 단 한 순간만이라도 벅차시길 바랄게요.
2021.04.05 06:52
2021.04.05 13:35
물리적으로야 불가능하지만 그래서 '딴길'을 더 갈망하게 되는 마음은 물불 안가리고 커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오면 저도 안 갈 것 같아요.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나를.
2021.04.05 11:21
저도 집에 가서 한 번. 귀신은 모르겠는데, 좀비는 [구부전] 말고는 나온 적이 있나 싶네요.
2021.04.05 13:44
모르죠. <두 번째 유모> 펼치는 타로타임 순간만 <구부전>에서 배고프다고 담 넘어올지, 싶을까 봐 그랬어요^^
2021.04.05 22:13
단편 [너네 아빠 어딨니?]에서도 좀비가 나옵니다.
2021.04.05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