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9 09:17
1.
넷플릭스에 블레이드 러너 오리지널도 있고 속편도 있죠.
근데... 혹시 오리지널 틀어보신 분이 계신가요. 저의 경우엔 좋아하는 영화지만 예전에 한창 좋아하던 시절 수십번을 넘게 봤고 집에 블루레이까지 있어서 그냥 넘겨왔는데. 엊그제 뭘 볼까 서핑하다 오랜만에 한 번 음악이나 들으면서 오프닝 구경해볼까.... 하고 틀어보니.
세상에나. 이거 극장 개봉판이네요. '원래' 극장 개봉판이요. ㅋㅋㅋㅋㅋㅋ
영화 내내 데커드의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엔딩도 개봉 당시 엔딩이구요.
리들리 할배와 해리슨 포드가 알면 기함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엔딩 부분만 다시 봤네요.
내내 웃으면서 봤습니다. 전 이 오리지널 버전을 어렸을 적 주말의 명화 더빙판으로만 봐서 몰랐는데, 오리지널판을 보면서 해리슨 포드의 나레이션을 직접 들으니 정말로 하기 싫어서 대충대충 영혼 없이 대사 읊는 게 확 티가 나요. ㅋㅋㅋ 레전드 영화에 출연한 레전드 배우의 의도적 태업 연기를 듣는 재미라니!! 언젠간 이걸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네요.
2.
그리고 이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장면. 룻거 하우어 옹의 'Time to die' 장면도 다시 봤는데요.
다시 보면서 또 한 번 깨달았죠. 난 듀게 닉네임을 정말 잘못 골랐구나(...)
아마 제가 여기 처음으로 댓글 달았던 게 2000년인가 2001년인가 그랬거든요.
원래 눈팅만 하다가 어떤 분이 올린 쉬운 질문 글에 아무도 답을 안 해주시길래 내가 달아볼까... 했던 게 가입 동기인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금방 골랐어요. 여긴 영화 게시판,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근데 데커드는 별로니까 로이배티.
그리고 이후로도 아무 생각 없이 이 닉으로 활동했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 (제게는) 의외로 이 캐릭터를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바뀌어 불리는 일이 많았죠.
로이베티는 기본이고 로티보이(...)도 있었고 로이태비(!)도 있었네요. ㅋㅋ 그리고 이 닉으로 제 성별을 여성으로 추정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베티'니까! 이건 요즘도 현재 진행형이구요.
2) 닉의 원래 주인과 저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룻거 하우어옹은 시종일관 카리스마 쩌는 폭풍 간지남인데. 저는 늘 썰렁한 드립이나 치는 걍 수다쟁이 아저씨... 이렇다보니 가아끔 제가 좀 민망해지는 거죠. 물론 다른 분들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관심 없는 건 압니다만. 그냥 제가 스스로 민망해요. ㅋㅋ 어쩌자고 이런 닉을 지었나 후회도 해 보지만 벌써 20년을 쓴 닉이니 바꾸기도 싫고. 그래서 어쩌다 웹상에서 닉을 새로 지어야할 일이 생기면 절대로 이걸론 안 합니다. 아무 거나 하찮고 기억에 안 남는 걸로. ㅋㅋㅋ
3.
이런 얘길 꺼냈으니 뭐 마무리는 의무적으로
지금 보니 정말 비둘기 나는 장면 합성 티가 엄청 나네요. 저렴해 보일 정도로. ㅋㅋㅋ
이 양반 세상 떠나신 해가 우연히도 영화 속 연도와 일치하는 2019년이었죠.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2021.04.29 09:20
2021.04.29 09:45
일생에 롯데월드를 몇 번 안 가봐서 그런가, 로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갸 말고 다른 애가 로리였다는 건 지금 알았네요. ㅋㅋ
이시국에 매우 위험한 이름이군요... =ㅅ=
2021.04.29 09:22
저는 이제 룻거하우어 님의 로이배티가 더 안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단계에 왔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2021.04.29 09:46
이제 블레이드 러너가 예전같은 인기가 없어서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맨날 듀게 접속해서 '바낭' 말머리 달고 있는 룻거 하우어옹은 상상이 안 됩니...
2021.04.29 10:27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단호함)
저분도 어쩌면 아침마다 트위터 들어가서 고양이 사진에 좋아요를 날리셨을지 모르잖아요?
한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다면적이고 그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살수록 갖고 있던 이미지와 다른 일들이 들추어져도 이제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근데 마지막 사진은 안소니 홉킨스와 상당히 닮았습니다.
2021.04.29 11:36
하긴 그렇긴 하죠. 하하.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일단 인터뷰로 밝힌 본인 취미는 트럭 디자인(...)이었네요. 그것도 80년대 스타일로. 이런 범상치 않은 취미를 가지셨던 분이니 고양이 사진 좋아요를 누르고 맨날 레딧에 들어가서 블레이드 러너 글 새로 올라온 거 찾아다니고 하셨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ㅋㅋ
2021.04.29 09:36
2021.04.29 09:52
맛있었는데 말이죠. ㅋㅋ
근데 이 댓글 달려고 검색하다가 아직도 수원에 로티보이 매장이 있다는 것, 이게 원래 본사가 말레이시아라는 것 등등 또 쓸모 없는 지식을 얻게 되었군요. 하하. 언젠가 수원역 갈 일 생기면 하나 사먹어야겠네요.
2021.04.29 10:50
전... 넷플릭스의 블레이드 러너 구판만을 봤는데 어쩌죠. 제가 듣기론 피로해서 모든 일이 지긋지긋한 나레이션 투로 들렸어요.
2021.04.29 11:38
그게 또 어찌보면 극중 캐릭터랑도 아주 안 어울리진 않았죠. 하기 싫은 일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캐릭터였으니. ㅋㅋ
보면 해리슨 포드가 여러모로 영화에 불만이 많았더라구요. 일단 자기가 레플리컨트라는 암시들을 넣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고. 다 찍고 추가로 더빙 넣는 것도 정말 싫어했다 그러구요. 하지만 속편에는 또 멀쩡히 출연하셨...
2021.04.29 11:40
2021.04.29 13:06
해리슨 포드판 중경삼림.
첫 대사 칠 때 언뜻 다른 영화가 떠올랐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느와르 영화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일부러 저렇게 나레이션 했을 수 있죠.
담배 못 피게 해서 세상 귀찮은 험프리 보가트.
보가트 라면 말이 더 빨랐겠지만
2021.04.29 18:01
근데 '난 그 영화 나레이션 녹음이 싫었다'고 본인이 수차례 확인을 했던 거라... ㅋㅋㅋ
듣자하니 애초에 리들리 스콧하고 안 맞아서 촬영 내내 서로 고생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판국에 촬영 다 끝내고 추가로 뭘 더 해달라 하니 정말 세상 싫었던 모양입니다.
2021.04.29 18:00
네. 일단 해리슨 포드가 좀 성실하게 녹음을 해줬어야 나레이션 있는 게 낫다, 없는 게 낫다를 각잡고 따져 보겠는데 지금의 나레이션으론 그게 영...
들으면서 그냥 무성의함을 넘어 어떤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말씀하신 '한 솔로 같은 활력' 이게 딱인 것 같아요. 데커드치곤 너무 젊고 건강합니다. ㅋㅋㅋ
2021.04.29 13:49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해리슨 포드옹이 편집상 시상하러 나와서 예전 자기 출연작 편집자 노트라고 막 안좋은 말만 써놓은 걸 읽었는데(나레이션 하기 싫은 것 같다 등등) 다 읽고나서 그 영화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라고 하는 작은 꽁트였죠. ㅋㅋ
극장판 예전에 한 번 도전했는데 의외로 중점적인 부분은 감독, 파이널 컷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엔딩도 매우 뜬금없지만 또 묘한 맛이 있구요. 하지만 좀 몰입하려고 할 때마다 정말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충 내뱉는 포드옹의 나레이션 때문에 감정선이 툭툭 끊기더군요. 언급하신 그 유명한 tears in rain 씬 직후에도 감흥을 느낄 새도 없이 나레이션 작렬;;
솔직히 저도 나름 블레이드 러너 매니아라면 매니아인데 저 씬은 기억해도 로이배티라는 캐릭터 이름은 별로 뇌리에 남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배티님 닉넴이 그거라는 걸 여기서 아주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걸 본 다음에야 깨달았습니다 ㅋㅋㅋ
2021.04.29 14:14
사실 저도 '로이배티'라는 캐릭터 이름이 아니라 그냥 '룻거하우어의 배역'으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2021.04.29 18:04
아 그런 게 있었나요. ㅋㅋ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디렉터스 컷이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상영 시간이 짧든가 그럴 거에요. 희망찬 엔딩 잘라내고 더빙 없애고. 몇몇 장면 내용은 그대로 두면서 살짝 눈에 안 띄게 수정하고 뭐 그런 정도로 크게 다르지 않을 수밖에 없죠.
말씀대로 캐릭터는 다 알아도 이름을 모르시더라구요. 하긴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이름을 불리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시작 부분에서 자막으로 번역도 안 되는 영어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지라 모르는 게 당연... 그래도 의외로(?) 원작 소설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나오는데 역시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서. ㅠㅜ
2021.04.29 14:02
2021.04.29 18:05
맞아요. 원래 대사가 있었는데 룻거 하우어가 수정해서 리들리 스콧에게 들이밀었고 그게 오케이된 거라고. 대사 앞부분도 살짝 다듬었고 결정적으로 All Those Moments... 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Time to die' 대사는 전적으로 룻거 하우어 창작이라더군요. 스스로 본인 일생 명장면을 만들어내신... ㅠㅜ
닉네임 처음 듣고 생각난 게 롯데월드 였습니다 ㅋㅋㅋㅋ
로티, 로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