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25 남혐 논란

2021.05.03 18:23

Sonny 조회 수:1907

빨갱이는 무엇일까요. 공산당은 무엇일까요. 타인을 반사회적 위험분자로 구분할 때 쓰는 이 멸칭은 호명하는 사람의 권력만을 입증합니다. 그래서 이런 수식이 가능합니다. 반사회적 위험분자가 있으면 호명하는 사람의 권력이 유지됩니다. 이 효과는 기성정치판에서 익히 증명되었습니다. 지금 '메갈'을 찾고 부르는 남초 커뮤니티를 바라봅시다. 이것은 메갈 아니냐고 별다른 논리없이 혐의만을 뒤집어씌워려할 때 남초 커뮤니티에게는 비난하고 역정을 낼 권력이 생겨납니다. '메갈'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 '메갈'을 색출해낼 필요가 생기고 일상적 기호들에 의혹을 보낼 명분이 생깁니다. 


그런데 '메갈'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남자들이 메갈을 설명하거나 해석할 때 일베의 존재를 동원합니다. '메갈이나 일베나'와 같은 문장을 쓰거나 '메갈은 여자일베'같은 수사로 메갈을 정의하려고 합니다. 이 논증은 일베가 없으면 메갈을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일베만큼이나 나쁜 무엇'이라는 비유법이 무너지고 그냥 '나쁜 무엇'이라는 관념만이 남습니다. 일베를 뺐을 때 메갈은 무엇일까요? 메갈을 설명하면서 일베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본인들이 낙인찍은 대상을 사실 잘 알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원래도 낙인이라는 것은 권력적 효과를 위한 것이지 정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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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을 모르니까 남자들은 '메갈'을 찾지조차 못합니다. '메갈'이 없으면 '메갈' 비스무레한 것을 만들어낸뒤 그걸 '메갈'이라고 자의적인 정의를 내리면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메갈'의 공백에 '일베'를 채워넣습니다. 이것이 지금 이 황당한 gs 25 논란을 성립케 하는 논리입니다. 어떤 광고문구와 이미지를 왜 '메갈'이 했다고 의심할 수 있냐면 그것은 이미지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숨겨놓는 방식 때문입니다. 마치 "일베처럼" 그 위험하고 괘씸한 반동분자들이 무언가를 숨겨놓는 일베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했다는 걸 남자들이 눈치챘다는 것입니다. '메갈'이 뭔지는 모르는데, 아무튼 일베만큼 나쁜 것들이니까 일베와 동일한 방식을 써서 자기들만의 비열한 암호를 숨겨놓고 즐거워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 이 남혐논란의 전제입니다. 


그 결과 '메갈'이라고 남초에 의해 판독되는 페미니스트 당사자들은 당연히 황당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옳다, 그르다 혹은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메갈'이라는 어떤 주체가, '모욕을 숨겨놓는 방식'을 써서 '기업광고'에서 '남혐'을 전시했느냐는 사실판단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정말 암호문 숨박꼭질이라고 해봅시다. 이 암호문을 찾아낼 수 있는 난이도는 쉬워야 됩니다. 이 모욕의 암호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것은 단지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반드시 세상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드러나서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단순해야 합니다. 일베의 숨박꼭질은 그렇게 어렵지가 않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미지가 숨겨져있다 드러날 때, 그 상징성은 대단히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을 희화화하는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은 오직 일베뿐입니다. 그 이미지의 소비방식은 일베에 의해 독점되어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중의성도 없습니다. 노무현이 끼어들 맥락이 없는 곳에 노무현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베를 해독하는 방식을 '메갈'에 적용할 때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왜냐하면 노무현의 이미지만큼 오로지 일베만의 맥락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이 여전히 중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표면과 진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혐이라는 진의를 숨겨놓은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비약에 가까운 해석을 동원해야 그 진의에 다다르게 됩니다. 어떤 기호가 의미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지금 그 기호가 실려있는 것은 '이것이 남혐인지 아닌지 1000자 내외로 해독해서 풀어보시오'라는 120분짜리 시험문제가 아니라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스쳐지나갈 광고 이미지이기 떄문입니다. 


남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은 gs 25의 이미지를 보고 단번에 남혐을 알아차려서 깔깔대며 즐거워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메갈'들의 남혐이라고 하기에 습득해야할 사전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악 여성주의 학회"의 존재입니다 (여기까지 쓰니까 웃음을 참기가 어렵네욬ㅋㅋ) 달과 별 마크를 보고 '메갈'들이 바로 이것을 '메갈 동지'의 사인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관악 여성주의 학회"의 기호가 포스터 맨 아래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분노할만한 '메갈짓'을 몇년간 하고 '극성메갈'로 분류되는 수많은 사람들을 트위터에서 직접 팔로우하고 있는 저조차도 저런 학회가 있으며 그 학회가 달과 별의 표식을 상징으로 쓴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신비로워서 관악구에 가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달과 별의 마크가 있다 -> (달과 별의 마크는 표면적인 의미로도 수없이 쓰이고 세일러문부터 수도없이 어던 상징으로 쓰이지만) 달과 별의 마크는 페미니즘의 상징일 수 있다 -> 관악 여성주의 학회라는 곳에서 달과 별을 상징으로 쓴다 -> 그러니까 이것은 '메갈'들이 남혐을 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관악 여성주의 학회"의 상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놀라운 비약이 도출됩니다. '메갈'로 취급받는 페미니스트들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관악 여성주의 학회를 인지하고 있고, 그 학회가 상징으로 뭘 쓰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 학회가 페미니스트와 남혐론자 전체를 대표할 정도의 상징성을 공유한다는 엄청난 대안현실이 펼쳐집니다. 전 지금 댄 브라운의 소설을 복기하는 게 아닙니다 ㅋㅋㅋ 


본인들이 미워하는 적이 있는데 그 적의 정체를 모를 때 적을 어둠의 비밀결사로 오해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모르면 부풀리게 마련이니까요. 그 결과 남혐론자들은 (어둠의) 관악 여성주의 학회의 마크를 몰래 포스터에 심어놓고 이것이 남혐임을 암암리에 공유하는 신비롭고도 매우 소모적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역사 아닌가요? 혼자 사는 여자들이 신비롭고 위험하며 불경하다는 죄목을 씌워서 변호가 불가한 죄목을 뒤집어 씌우고 처형한 후 재산을 몰수했던 일들이 있었죠. 바로 "마녀사냥"입니다. 달과 별을 상징으로 쓰며 남성의 성기를 몰래 조롱하고 있는 여자들이라니... 얼마나 신비한가요?


더 웃기는 지점은 요새 '메갈'들이 본인을 '메갈'이라고 정체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메갈'의 본진인 트위터에서 저는 자기가 렏팸인걸 천명하는 트위터리안들을 오천명도 넘게 봤습니다. 그런데 자기를 '메갈'이라고 정체화하는 페미니스트는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인게, '메갈'이라는 인터넷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없거든요. 소속될 커뮤니티가 있어야 그 커뮤니티의 일원이고 그 커뮤니티의 사상을 공유한다면서 정체화를 하겠죠. 일베는 일간베스트라는, 일베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요즘 페미니스트들은 메갈리아를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게 몇년전 커뮤니티인데요? 끽해야 한 6개월정도 버티다가 사라진 커뮤니티에요. 요즘 페미니스트들조차 그냥 그런 게 있다고만 아는 정도죠. 그래서 자신을 '메갈'이라고 정체화했을 것이라는 이 전제는 '나는 천리안인이다"나 "나는 라이코스언이다", "나는 야후인이다" "나는 세이클러버다"같은 주장을 하는 게 됩니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당장 메갈리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걸 일베를 해석하는 식으로 끼워맞추니까 현실과 전혀 다른 억측이 나오게 되는 거죠.


포크나 젓가락을 쓸 수 있는데 왜 하필 저 손모양을 했을까요? 모릅니다. 소세지를 손으로 집어먹는 게 더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나보죠. 메갈리아의 사이트 이미지에 있는 월계수를 왜 썼을까요? 예비군 마크에는 월계수를 왜 썼고 나무위키 마크에 월계수를 왜 썼는지도 물어봐야겠죠. 타진요가 아니라 지진요인가요? 지에스25에 진실을 요구한다고 본인들의 의혹을 끊임없이 던져봐야... 이 모호함을 뚫고 아주 강한 의혹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남혐의 진실이라는 것이 이게 얼마나 허망한 선동인지를 증명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남혐을 몰래 전파하는 것은 당사자인 '메갈'들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고 낭비만 있거든요. 이 또한 일베를 '메갈'에 끼워맞춘 결과입니다. 일베는 본인딀 정체성을 사회적 금기를 어기고 존재를 드러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노무현으로 통용되는 도발적 기호를 숨겨놓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메갈'은 그런 유희 자체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남성중심사회의 차별과 폭력을 알린다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게 거룩하다거나 훌륭하다는 게 아니라, 일단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남성론자들이 정치적으로 갈 수록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이 페미니즘을 논리적적으로 논박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메갈'들을 찾기가 얼마나 쉽습니까? 트위터에 가입만 하면 '메갈천지'를 볼 수 있습니다.ㅋ그런데 남초 커뮤니티의 남성론자들은 굳이 '숨어있는 메갈'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 음모론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거든요. 이렇게 멀쩡한 광고를 보고 한 기업에 '메갈'이 숨어있다면서 화를 낼 때 남성론자들은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메갈'도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일종의 전지와 자부심과 사과를 시킬 수 있는 권력 등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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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왕왕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최소한의 논리라도 있어서 일부의 헛소리로 그쳤죠. 그러나 gs25 음모론을 보았을 때 어떤 남초 커뮤니트티는 단 한명의 회의론자도 없이 전 구성원이 다 휩쓸려버립니다. 남초 커뮤니티라는 자신들만의 내부 세계가 음모론과 판타지를 통해서 점점 더 결속되어간다는 신호죠.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그건 그 음모론을 믿는 분들을 굳이 설득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지 의식하는 사람들과 좀 웃고 떠들고 싶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남초 커뮤니티의 남성론자분들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 밟아나가길 바랍니다. 만물메갈설을 이렇게 진지하게 믿고 나가는 현상을 어떻게 페미니스트들이 막겠습니까? 원래 음모론은 재미있고 열정을 북돋아줍니다. 저는 계속 이런 음모론을 본인들이 창조해내고 기업들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본인들의 사회적 정체성이 더 공고해졌으면 좋겠어요. 아마 좋은 말로 해도 블랙컨슈머 쯤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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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앞글자 군, 무궁화의 앞글자 무, 새 그림의 새를 통해 군무새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놀랍습니다 ㅋㅋㅋㅋ


뭐...뭐라고요?? 이준석이 숨어있던 메갈...이라구요??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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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이건 모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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