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새벽 잡담...(바통)

2021.05.01 02:23

여은성 조회 수:304


 1.어제는 비가 왔어요. 내심 누구한테 연락이 안 오나 기다려봤는데...생각해 보니 연락이 올 일도 없었죠. 원래 어제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새벽 1시쯤 되면 '강남이면 와서 모듬전이나 먹고 들어가라.'라는 연락이 오곤 했는데 말이죠. 그러나 이젠 아무에게도...연락이 오지 않네요. 그 시간에 여는 전집이나 고기집이 있을 리가 없으니. 빌어먹을 코로나.



 2.열심히 살아야죠. 열심히 사는 게 의미가 없는 날이 결국은 올거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살면 뭔가 발전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나이일 때 열심히 살아야만 해요.



 3.이미 7~8년은 지난 일인데. 어떤 녀석을 알게 되어서 입시학원비랑 미술학원비랑 자취비를 좀 줄까...하고 물어봤어요. 당연히 그는 고맙지만 됐다고 했어요. 그때는 이걸 왜 거절하나...싶어서 기분이 나빴는데 요즘 생각해 보니 이해가 돼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그런 걸 준다고 하면 여러 가지로 의심될 거니까요.



 4.휴. 



 5.어쨌든 그래요.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바통을 넘기고 싶어지긴 하거든요. '바통을 넘긴다'라는 표현은 좀 그러네요. 그런 호감이 들도록 만드는 상대에게 이런저런 지원을 좀 해주고, 그가 그걸 딛고 잘 되면 그 상대는 나의 트로피가 되어주는 거니까요.


 나이가 들면 그래요.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만이 꼭 자랑이 아니죠. 내가 주인공을 키워낸 사람이라고 목에 힘을 주는 게 나이든 사람의 자랑거리가 되는 거거든요. 



 6.어린 친구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잔소리나 조언을 하려고 드는 사람들에게 꼰대 짓거리좀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지만...뭐 어쩔 수 없어요. 나이든 사람들은 어린 친구들을 보면 뭔가 멋진 조언을 늘어놓고 자존감을 채우고 싶어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아주 큰 부자가 아니거나...아주 잘나가지 않는 사람이 상대라면 꼰대질을 하게 좀 내버려둬요. 상대가 꼰대질을 시작하면 그냥 한편의 꽁트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맞춰 주죠. 



 7.어쨌든 어제 금요일은 불금이 되지 못한 채 끝났네요. 그러고보니 망고빙수도 아직 못먹었어요. 다음주엔 먹을 시간을 낼 수 있길.



 8.오늘은 한강에서 실종된 학생 사건이 결국 안좋게 끝났어요. 그의 부모님은 마음이 어떨까...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그 나이까지 올바르게 키워냈다면 자신의 많은 것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아이를 채워넣었겠죠. 인간의 인생이 드라마라면, 아이를 키우는 일에 매진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드라마의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역할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오늘 그 기사를 보고 나니 문득 위에 쓴 사람이 떠올라서 글을 써 봤어요. 만약 그때 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잘 되어서 그가 좋은 미대에 가고...일러스트레이터나 웹툰 작가가 됐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자랑스럽고 뿌듯했겠죠. 저 사람를 키운 사람이 나라고 떵떵거리고 다녔을 거예요.


 내가 가진 바통의 파편을 약간만 건네준 상대가 잘 되어도 그렇게, 자아를 의탁하는 기분이 들텐데 아이를 잃은 부모는 어떨지 상상이 안 가요. 자신의 자아마저도 대부분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아이를 채워넣는 것이 부모일 텐데 말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4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88
115925 우유팩 열기 [4] 왜냐하면 2021.06.01 534
115924 신도시인 (2002) [5] catgotmy 2021.06.01 352
115923 신혼인데 결혼이 벌써 후회되네요 ㅋㅋㅋㅋ; [9] forritz 2021.06.01 2924
115922 넷플릭스,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지상 최대의 작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 [25] thoma 2021.06.01 843
115921 내연탐정 김전일 [21] Sonny 2021.06.01 1427
115920 울면서 보는 드라마 "5월의 청춘" [5] 왜냐하면 2021.05.31 1048
115919 커피 프린스를 보니 이게 언제였지 [2] 가끔영화 2021.05.31 450
115918 브루스 리의 클론들(1977) [6] skelington 2021.05.31 911
115917 또 한번의 오월을 보내며 [8] 어디로갈까 2021.05.31 741
115916 윤석열 36% vs 이재명 26%…尹, 양자대결 모두 앞서 [22] ND 2021.05.31 1044
115915 [넷플릭스바낭] 워킹타이틀의 시간여행 영화 '어바웃 타임'을 이제사... [24] 로이배티 2021.05.31 1101
115914 영진위 여성 가산점 [6] 사팍 2021.05.31 643
115913 직장에서 있었던 일. [5] forritz 2021.05.31 763
115912 <축구>뤼디거가 인종차별에 관해 기고한 글 [2] daviddain 2021.05.31 475
115911 바낭) 좋아하는 게임(+캐릭터) 이야기! [10] forritz 2021.05.31 500
115910 잡담 여러가지 [2] 분홍돼지 2021.05.30 448
115909 좋은 날 (2014) catgotmy 2021.05.30 336
115908 [4] 가끔영화 2021.05.30 404
115907 역사(와 나)를 위한 변명 [14] 어디로갈까 2021.05.30 794
115906 Jerome Hellman 1928-2021 R.I.P. 조성용 2021.05.30 2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