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6 15:57
듀게에 들어오신 지 얼마 안되신 분들께서는 제가 이걸 [설국열차] 라서 하는 걸로 오해하시지 마시길 바라고... [올드보이] 와 [괴물] 때에도 했던 겁니다. 추후에도 한국 영화가 이정도로 화제가 되는 작품이 있으면 비슷한 스타일로 올릴 겁니다.
언제나처럼 드리는 말씀이지만 영어를 거의 글자 고대로 직역한 부분도 있고 의미 전달을 중심으로 번역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스 페이지에서 인용한 부분만 번역한 개소도 있고 본문에 직접 들어가서 발췌한 번역도 있습니다. 번역의 오류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한 지적은 해주시면 고마운데 ^ ^ 뭐 내 연구서 집필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일히 수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소스는 메타크리틱 입니다. 로튼 토마토와 달리 주요 언론매체에서 일하는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모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영화평론을 다 블로거나 그런 분들보다 더 잘 쓴다 그런 의미는 당연히 아니고 대중적 영향력이 비교적 크다 그런 거겠죠.
http://www.metacritic.com/movie/snowpiercer/critic-reviews
<극찬>
1. 앤드류 오헤이어 Salon.com
지칠 줄 모르고 밀어붙이는, 정치적으로 자극적이면서 시각적인 장관을 보여주는 [설국열차] 는 2014년 최고의 액션영화일 뿐 아니라... 아마도 (이제까지 나온 모든 2014년 영화중) 최고작품일 것이다.
2. 크리스 나샤와티 Entertainment Weekly
[괴물] 과 ]마더] 를 만든 미친 스타일리스트 봉준호 감독이 영어로 첫 영화를 찍는 데 있어서 안전빵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완전 잘못생각하신거다. 그는 이 괴이하기 짝이없는 총탄열차를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대로 만든 듯 하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매트릭스] 와 [디스트릭트 9] 을 처음 봤을때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설국열차] 는 그 안의 괴이한 신세계로 우리 관객들을 완전히 빨아들여서, 우리들에게 이제껏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지금 보았다는 너무나도 희귀한 느낌과 함께, 그것을 앉은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아니 여러번 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남겨놓는다. 평점 A.
3. 조슈아 로트코프 Time Out New York
한국의 봉준호가 감독한 이 외국 제작품은, 우리 [미국] 영화가 잃어버린 어떤 특질... 일종의 도전적이고 현기증을 동반하는 즐거움을 추구한다.
4. 드류 맥위니 HitFlix
풍요롭게 재현된 SF 세계를 보여주면서, 또한 캐스트는 그야말로 끝내준다.
5. 패트릭 갬블 CineVue
디스토피아 주제의 SF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경악스럽고 환상적인 한 예.
6. 올리버 리틀튼 The Playlist
[하비 와인스타인은] 그의 손안에 환상적이고 스릴링한 작품, 즉 봉준호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영화작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체를 쥐고 있다. 이걸 어떤 형태로든지 바꿔놓는 다는 것은 그냥 예술작품의 훼손이다. * 이 리뷰는 와인스타인이 무삭제판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쓰여진 모양--
7. 이그나시 비셰네베츠키 The A.V. Club
충격적인 폭력묘사와 칠흑같은 블랙 유머가 전편을 관통하고 있지만 가장 강하게 전달되는 것은 이 한편의 비관적인 정치적 양심 (의식) 이다.
8. 빌리 구디쿤츠 Arizona Republic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긴 하지만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좌석에 매달려서 질주를 즐기면 된다.
9. A. O. 스코트 The New York Times
영화에는 군중진압용 장비, 곤봉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하지만 봉준호감독에게는 악이란 익명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악에게 그로테스크하게 인간적인 얼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련의 얼굴들을 부여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존재는 의치와 거대한 안경밑에서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든 틸다 스윈튼이 연기하는 메이슨이다... 대규모 재앙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영화에서는 이제 뻔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매해 여름마다 최소한 대여섯번씩은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초토화된다. 그러나 이 [설국열차] 의 경우처럼 멸망하는 세상에 대한 신선한 묘사는 드물게 본다.
10. 스코트 파운더스 Variety
봉준호감독은 그가 미국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더라면 아마도 포기했어야 할 선택지들을 과감하게 골랐다. 먼저, 이 한편은 전혀 흐늘거리지는 않지만 보통 이런 장르의 미국 영화들에 비해 숨을 고르면서 진득하게 움직인다. 많은 장면들이 캐릭터들의 뉘앙스를 끄집어내어서 우리 관객들이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투자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요한 배경 정보들이 점차적으로 우리한테 전달이 되며 그 때문에 캐릭터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게 된다 (그의 전작 [괴물] 과 마찬가지로 캐릭터중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을 것인지 우리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
11. 킴벌리 존스 Austin Chronicle
[설국열차] 는 사납지만 충격적이고 황홀하게 멋있는 예술작품이다.
12. 브루스 잉그럼 Chicago Sun-Times
봉준호는 세계 수준의 비주얼 스타일리스트이며, 이 신작에서도 전반적으로 회색이 주도하는 둔한 칼러 팔레트와 기차내 공간이라는 폐소공포증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몇가지의 휘황찬란한 터치를 통해서 그 사실을 유감없이 확인시켜준다. 개중 특히 인상에 남는 한 장면은 숨가쁜 액션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차 창의 총알 구멍을 통해서 눈의 결정 한 알갱이가 하늘거리며 날아드는 신이다.
13. 르네 로드리게스 Miami Herald.
마이클 베이여, 좀 보고 배워라. 진짜 스릴있는 여름용 액션영화는 이렇게 만드는 거다.
14. 피터 소브진스키 RogerEbert.com
[설국열차] 는 테리 길리엄의 일련의 작품, 특히 그의 1985년도 걸작 [브라질] 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15.
클라우디아
푸이그 USA
Today
미래설정 액션 스릴러의 훌륭함과 예술작품의 지성이 결합된 희귀한 예.
16. 피터 트레이버스 Rolling Stone
[설국열차] 는 [트랜스포머스: 사라진 시대] 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던 모든 것이다. 머리도 좋고, 가슴도 뜨겁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죽여주는 SF 스릴러란 말이다.
17.
렉스
리드 New
York Observer
내용이 너무 끔직하다보니 모든 관객들에게 다 추천드릴 수는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되는 한편이다.
* 참고: 렉스 리드는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 가 거지같다고 혹평하면서 약간 인종비하적인 표현을 썼기 때문에 물의가 되었던 미국의 유명 평론가.
18. 클라렌스 추이 Hollywood Reporter
[설국열차]는 세계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주제의식과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미적 성격을 지닌 야심작이다.
그 외: 19. 티어다드 타라크샤니 Philadelphia Inquirer, 20. 로저 무어 Movie Nation, 21. 루 루메닉 New York Post, 22. 베치 샤키 Los Angeles Times, 23. 키스 핍스 The Dissolve, 24. 믹 라살 The San Francisco Chronicle.
<약간의 비판을 동반한 칭찬>
25. 타이 버 Boston Globe.
[설국열차] 는 막판에 가서 엔진이 좀 문제를 일으키긴 한다. 커티스가 이 모든 일들의 장본인과 마침내 대면하자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답변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데, 어떤 답들은 믿을 만 하지만 다른 것들은 말이 안된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는 지엽적인 비판에 불과하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들을 배터지게 퍼먹이고 멍하게 만들어주는 액션-판타지 스펙타클성 극장영화에 익숙해져 왔다.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은 세상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제공한다... [그런 영화를 만드는 자들과는 달리] 봉준호 감독은 실제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기차의 뒤꽁무니에 가깝게 처박혀 있고 기차를 운전하는 자들에서 멀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6. 데이빗 덴비 New Yorker
잔혹묘사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은 [설국열차] 를 잔인하지만 상상력 넘치는 SF 영화로서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27. 앤드류 펄버 The Guardian
[설국열차] 의 우화적인 성격이 작동하는 방식은 좀 투박스럽고 예측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 끔직스러운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상스럽게 감동적이기도 하다.
28. 앤 호너데이 Anne Hornaday
섬세함은 [설국열차] 의 큰 강점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가상세계는 야만적으로 무자비함과 동시에 그 찬란함으로 말미암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 외: 29. 에릭 콘 IndieWire, 30. 척 보웬 Slant Magazine, 31. 데이빗 에들스타인 New York Magazine
<약간의 칭찬을 동반한 비판>
32. 제임스 로키 Film.com
어떠한 설정도... 우리의 감각기관과 감성을 짓밟으면서 동시에 개연성에 부하를 주는 스토리텔링의 문제점을 대체해 줄 수는 없다.
33. 조 노이마이어 New York Daily News
이미 존재하는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들에게서 익숙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의 위험스런 줄타기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34. 강인구 The Wrap
[괴물] 이나 [마더] 와는 달리... [설국열차] 에는 실망스럽게도 봉준호의 연금술적인 터치가 부재하다. 이 한편은 우리의 가슴을 덥혀주긴 하지만 파고 들지는 못한다.
35. 스테파니 자카락 Village Voice
디스토피안 드라마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영화는 심각한 순간에 너무나 황량하고 둔중하며,막 나가려는 장면들에서는 불편스럽게 키치적이다.
2014.07.06 16:11
2014.07.07 10:19
저도 32-35까지가 설국열차를 보고 나서의 느낀 점이었어요 (저렇게 표현할 능력은 안 됐지만;;) 그런데 다른 비평가들의 말을 보다 보니, 내가 봉준호 영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네요.
2014.07.06 16:12
구미 평론가들은 정말 온실속 화초처럼 얼마나 예민한건지, 아님 한국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그런건지 몰라도
걸핏하면 끔찍하다는 수사를 남발하는군요. 설국열차가 그렇게 잔인한 장면이 많았나요? 뭐 "끔찍하다"의 정서적 대상이 한국과 차이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심하네요.
가장 공감이 되는건 35번의 평론이네요. 99프로 동의.
2014.07.06 16:17
Q님 고맙습니다. 여러 반응을 한 눈에 보니 좋네요. 저는 27번, 34번 평이 공감 가지만, 앞 부분의 극찬 평들도 이해됩니다. 그들은 '살인의 추억'을 아직 보지 않았을테니 아쉬움보다 신선함이 더 크겠죠. 그나저나 저는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는 '복수는 나의 것'이 가장 좋고 봉 감독 영화 중에는 '살인의 추억'이 압도적으로 최고이니 초기작들을 좋아하는 셈이네요. 이 분들이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도 해 주셨으면 해요.
2014.07.06 16:17
묘사가 아니고 (영화안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끔직하다는 얘기도 들어있을 겁니다. XXX기를 잡아먹으려 했다가 다른 사람이 자기 X을 잘라줘서 그걸 먹고 회개하고 또 끌려갔던 뒷칸의 어린아이가 엔진의... 어쩌구 하는 내용은 세계 어디서 누가 보든지 충분히 끔직하죠.
2014.07.06 16:22
스토리의 끔직함을 얘기하려면 잔인하다는 표현보단 비극적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거 같은데 말이죠. 설국열차나 올드보이 같은 영화들의 잔인함 보단 미국 수많은 채널에서 매일 같이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더욱 자극적이고 끔찍한 묘사가 많죠.. 그런 폭력적 정서에 관대한 관객들과 비평가들이 한국영화의 잔혹성만 너어무 주목하는거 같아요. 그게 한국영화의 특징이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그쪽 비평가들도 많고요.
2014.07.06 16:44
아뇨, 끔직하다는 게 맞는 표현입니다. 아무도 세익스피어의 [타이투스 안드로니쿠스] 의 설정과 전개가 [리어왕] 보다 더 "비극적" 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 끔직하다고 하지. ^ ^
미국에서 한국 상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거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문화적 편견에 가득찬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요, 이쪽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의향과 판매 전략 (또는 그런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없는 맹꽁함) 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미 넷플릭스에서 틀어주는 일본영화는 89편인데 비해 한국영화는 135편이라는 세상이거든요. 미쿡놈들이 우리를 이해 못한다고 떠들고 우리끼리 납득하고 넘어가면 되던 세상은 이미 5-6년전에 지났죠.
2014.07.06 17:03
글쎄요? 실시간 묘사 없이 회상이나 술회로 나레이션 밑에 깔려 있는, 스토리상의 그 끔찍함은 그냥 비극을 부각시키 위한 소품이죠.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가 직접 기어 안에 들어가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만, 이게 과연 끔찍한 장면인지는. 아 주인공이 영웅적으로 팔한쪽을 떼내는 장면에서 호러를 느끼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이게 또 그닥 자극적인 비주얼은 아니었는지라.
아무튼 타이투스 안드로니쿠스가 비극이었나요? 저는 그런 소리 한 적 없는데요. 셰익스피어가 맘먹고 쓴 엽기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설국열차가 그럼 호러인가요? 그냥 sf였어요. 비극적 정황이 유추되는. 정격적 비극이라 할 순 없지만 q님이 말씀하신 스토리의 끔찍함이란 표현도 전 동의가 그닥 안되요, 다만 그런 표현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잔혹함"이란 표현 보다 "비극적"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말이에요.
2014.07.06 17:17
끔찍함과 비극은 수용자의 정서적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설국열차는 본격 SF코메디 아니었나요? 험.
2014.07.06 17:45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전 한국 영화들에 필요 이상의 폭력이 습관적으로 들어간다 느끼고 있어요. 직접 겪진 않았지만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더 옛날에는 선정적 장면의 몫이었던게(강간이나 술집 작부에 대한 암시) 현대로 넘어와 폭력으로 치환되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단 생각도 들고요. 장르 상관없이 뜬금포로 개연성 없는 폭력씬이 종종 튀어나오거든요. 그럼 실소가 나면서 그나마의 몰입도 짜게 식고.. 괴랄한 평가자가 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어씬으로 인해 받는 데미지는 없지만 폭력 자체를 즐기는 취향이 아니니까요. 자르고 날리고 터지는게 보고 싶었다면 그에 맞는 장르를 택했겠죠. 그러라고 있는게 고어 장르일테고요. 스릴러나 느와르 등의 장르에서 폭력은 주요 골자가 아니라 흐름상 취할 수 있는 부재료에 가까울텐데 그런 최소한의 이해 없는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많아요. 그 때문에 한국 관객들의 폭력 장면에 대한 역치가 낮아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기분 나쁜 포인트는 제작자가 이쪽이랑 수 싸움을 하려한다는 느낌 때문이예요. 그것도 이쪽보다 윗물에서 노는 똑똑한 사람이 몇 수 앞질러 놓은 함정이라면 당하는줄 알아도 깨춤 출테지만 말입니다 '너네 야한거 좋아하지? 자, 궁뎅이 주무른다. 어때 좋지?' 라던가 '너네 폭력적인거 좋아하지? 자, 여기 얘 목 날린다. 갑자기 똭, 어때 깜짝 놀랬지? 좋지?' 식의 가소로운 음성이 들리는 것 같을때가 있습니다. 엉망으로 조리된 음식에 금가루 뿌려 고급요리로 팔아먹는 저질 사기꾼 입 터는걸 내가 왜 들어줘야 하나. 금가루가 먹고 싶은것도 아닌데. 정도의 심정이죠.
이야기가 많이 샜습니다만 다시 설국열차로 돌아가자면, 봉준호 감독도 폭력이라는 재료를 즐겨 쓰는 사람입니다만 다른 재료들과의 어울림, 순서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기도 하죠. 더구나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읽히는 영화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하야오의 포뇨처럼 다 소진한 이의 쇠락은 안타깝지만 계속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의 굴곡은 실패가 아니라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니까..) 물론 봉감독의 이전작과의 비교 없이 설국열차 하나만 놓고 봤을때도 충분히 훌륭했고 말입니다. 다른 한국 영화들과의 비교 없이 설국열차 하나만 놓고 봤을때 잔인하기도 했죠. 장면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말입니다. 이 영화는 sf, 액션,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매트릭스에서 팔이 날아가고 인셉션에서 도끼에 찍히진 않잖아요. 대신 킬빌에선 사지가 훅훅 잘리고요. 잘은 몰라도 그쪽 동네에선 그와 같은 구분이 여기보단 잘 되어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폭력씬에 대한 절대적 수위가 아니라 그 영화 장르에서 통용되는 수위의 문제일 수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도 원래 저 동네가 이쪽보다 아동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데 터부가 있지 않나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확실치가 않아 자신은 없..)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널널한 편이고 옆동네 일본은 오히려 얼마나 더 쎈 금기를 보여줄 수 있냐로 장인 정신 발휘하는 데고요.
그런저런 이해관계와 문화적, 정서적 다름이 얽힌다면 얼마든지 저 정도 반응이 나올 수 있을만큼은 잔인한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2014.07.06 17:50
왕좌의 게임을 보면 언급하신 모든 금기가 골고루 안배되면서 플롯의 위기를 추동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죠. 그러면서도 저렇게 대중 열렬한 지지를 받는걸 보면 미국 극장르의 터부라는건 한국의 터부 발 밑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볼 수 밖에요.
2014.07.06 17:52
왕좌의 게임은 그걸 즐기라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또 뭐가 어쨌든 재밌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어찌됐든 수용되기 마련이고요. (저도 좋.. 좋아합니다. 왕좌의 게임)
본문에 있는 평들도 잔인함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들이 쓸모없었단 말은 않고 있죠.
어떤 동네의 절대적 터부에 대한 얘기가 아닌 장르에서 기대되는 정도의 수위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2014.07.06 17:56
네. 근데 한국은 터부를 즐기라고 만든 작품 자체가 성공적으로 유통되기 어렵죠. 그게 터부를 다루는 근본적인 차이 아닐까요? 그러고보면 올드보이는 터부의 연못에 솟아난 연꽃같은 영화였어요.
2014.07.06 18:01
박찬욱 감독 정도라면 충분히 그쪽 분야 꼭대기에서 놀겠고요. 드라마는 아니지만 영화는 꽤 많은 시도나 접근이 있었죠. 어느정도 흥행한 작품들만 놓고 봤을땐 한국 영화 수위가 절대 낮지 않고요.
2014.07.06 18:08
인디 영화라면 그렇긴 하죠. 다만 매체나 대중은 그걸 터부에 대한 관용의 관점이 아니라 터부 마케팅으로, 미국이 터부를 되도록 수용하는 관습에 비하면 훨씬 배타적인 관점으로 다룬단 말이죠.
2014.07.06 18:41
이번에 생각이 나서 프랑스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거기는 이미 예전에 개봉했죠) 언론/비평가들의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비난한 곳은 대중적 매체), 관객들의 극단적 혹평으로 갈리더군요. 근데 이게 마이클 베이만 보는 관객들이 아니라 봉준호 영화를 기다리던 관객들, 아트하우스 영화를 지겹게 본 관객들에게 나오는 혹평이더라고요.
저는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땐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얼마전 다시 보니까 훨씬 좋더군요.
어쨌든 관념적, 도식적, 클리셰 등의 비난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2014.07.06 18:49
2014.07.06 18:56
2014.07.06 20:39
설국열차 개봉당시 극장에서 분명 좋게 봤거든요. 근데 당시에 인터넷에서 평이 하도 안좋아서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근데 이 극찬들을 보니 또 반대 방향으로 반감이 생기네요. 그 정도는 아니잖아~
2014.07.06 21:32
2014.07.06 22:16
일일이 번역 해주신 Q님께 감사합니다. 작년에 쓰셨던 설국열차 평론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2014.07.07 00:08
2014.07.07 02:14
번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쪽 평이 궁금했었거든요.
2014.07.07 06:52
작년에 개봉됐으면 마이클 베이는 안까였을텐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요?
평을 보니까 확실히 봉감독의 전작들을 꼼꼼하게 본 사람들이 비교할 땐 좀 밍숭맹숭한건 있죠.
32번부터 35번까지(약간의 칭찬을 동반한 비판)는 이 영화를 본 제 주변 지인들이 저에게 해준 말과 거의 비슷한 논조로군요.
전 아직 안봤습니다. 딱히 볼 생각이 없었는데 박찬욱의 '올드보이'를 거지같은 영화라고 악평한 평론가가 이 영화는 극찬을 했다니 살짝 동하기도 하네요.